<?xml version="1.0" encoding="UTF-8"?><rss xmlns:dc="http://purl.org/dc/elements/1.1/" xmlns:content="http://purl.org/rss/1.0/modules/content/" xmlns:atom="http://www.w3.org/2005/Atom" version="2.0"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channel><title><![CDATA[OTTER LETTER]]></title><description><![CDATA[오터레터 Otter Letter]]></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link><image><url>https://otterletter.com/favicon.png</url><title>OTTER LETTER</title><link>https://otterletter.com/</link></image><generator>Bluedot 4.5</generator><lastBuildDate>Sat, 18 Apr 2026 12:24:04 GMT</lastBuildDate><atom:link href="https://otterletter.com/rss/" rel="self" type="application/rss+xml"/><ttl>60</ttl><item><title><![CDATA[종교전쟁광 ④]]></title><description><![CDATA[더그 윌슨은 미국이 신정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평생을 외쳤다. 이제 미국의 정부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holy-warmonger-4/</link><guid isPermaLink="false">69de462a52db5100135092de</guid><category><![CDATA[피트 헤그세스]]></category><category><![CDATA[근본주의 기독교]]></category><category><![CDATA[기독교 민족주의]]></category><category><![CDATA[트럼프 2기]]></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Wed, 15 Apr 2026 23:57: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4/com43h_202604141725.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후로 더그 윌슨 목사를 중심으로 한 (후천년설을 따르는) 근본주의 기독교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주류 언론들도 그의 정체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폴리티코가 지난해 5월 <a href="https://www.politico.com/news/magazine/2025/05/23/doug-wilson-new-right-pastor-hegseth-trump-officials-00355376">그에 관한 프로파일 기사</a>를 실었고—이언 워드(Ian Ward)가 윌슨 목사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직접 인터뷰, 취재한 이 기사는 71세의 윌슨을 성장기부터 자세하게 설명한 심도 있는 기사일 뿐 아니라, 기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취재 대상과 동행하며 관찰한 내용을 적는 미국 언론 특유의 흥미로운 롱폼 기사다—몇 달 후인 10월에는 뉴욕타임즈의 보수 칼럼니스트인 로스 다우서트(Roth Douthat)가 자신이 진행하는 <a href="https://www.nytimes.com/2025/10/09/opinion/doug-wilson-america-religion-theocracy.html">팟캐스트에서</a> 더그 윌슨을 초대해 1시간 넘게 대담을 하기도 했다.</p><p>더그 윌슨에 관한 기사를 보면 그는 언론의 이런 뜨거운 관심을 피하지 않고, 즐기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윌슨은 오랫동안 아이다호주의 작은 도시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의 회중을 대상으로 목회를 해왔고, 미국의 주류 보수 기독교회들은 그를 멀리했기 때문이다. 윌슨은 지금이 그가 평생 주장해 온 자신의 신학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p><figure><figcaption>이언 워드의 폴리티코의 기사와 로스 다우서트의 뉴욕타임즈 팟캐스트</figcaption></figure><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holy-warmonger-4/">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종교전쟁광 ③]]></title><description><![CDATA[이들에게는 사상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권력의 핵심을 끌어들이는 게 훨씬 중요하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holy-warmonger-3/</link><guid isPermaLink="false">69d8e5145bf2c40013e8c488</guid><category><![CDATA[피트 헤그세스]]></category><category><![CDATA[이스라엘]]></category><category><![CDATA[이란 전쟁]]></category><category><![CDATA[트럼프 2기]]></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Sun, 12 Apr 2026 23:37:53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4/ksty4v_202604111209.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미국 내 기독교 근본주의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오터레터에서 '<a href="https://otterletter.com/evangelicals-4/">보수 개신교의 탄생</a>' 시리즈를 통해 다룬 적이 있지만, 미국 기독교는 19세기 말에 등장한 진화론의 충격에 놀라 '성경이 공격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고, 1925년에는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쳐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재판(스콥스 재판)까지 벌어졌다. </p><p>법적으로는 승리했지만, 문화적으로 패한 근본주의자들은 사회 전면에서 후퇴하며 전열을 재정비하는 시기를 거치게 된다. 이후 임신 중지의 합법화를 비롯한 진보적인 제도가 갖춰지면서 불안을 느끼는 보수층을 발견한 근본주의자들은 이들을 공략하며 복음주의 기독교와 보수 정치의 결합을 끌어냈다. </p><blockquote>훗날 리버티 대학교—한국에 와서 부정선거론을 퍼뜨린 모스 탄이 가르치고 있는 그 학교—를 설립한 제리 폴웰(Jerry Falwell) 목사가 그런 변화의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리버티 대학교 총장직을 물려받은 그의 아들 제리 폴웰 주니어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종교계 인사였다. 하지만 섹스 스캔들로 현재는 총장직에서 사퇴했다.</blockquote><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holy-warmonger-3/">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종교전쟁광 ②]]></title><description><![CDATA[21세기의 중동 지역을 11세기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이 모든 상황이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holy-warmonger-2/</link><guid isPermaLink="false">69d784ec91807d00130ea136</guid><category><![CDATA[피트 헤그세스]]></category><category><![CDATA[기독교 민족주의]]></category><category><![CDATA[근본주의]]></category><category><![CDATA[트럼프 2기]]></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Thu, 09 Apr 2026 23:07: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4/la1tit_202604092245.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란 무엇일까? 'Nationalism'이 흔히 '민족주의'로 번역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민족주의와는 조금 다르다. 이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strong>미국이 기독교 국가(Christian nation)라는 믿음</strong>이다. 한동안 리버럴한 세속주의 세력의 주도로 세속적인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 다시 기독교 국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p><p>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건국 당시 종교와 국가를 분리하는 원칙을 강하게 내세웠기 때문에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시작되었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지만,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기독교 국가'의 모습이다. 사회학자 앤드루 화이트헤드(Andrew Whitehead)는 기독교 민족주의의 핵심 요소를 다섯 개로 정리해서 <a href="https://kettering.org/five-elements-of-christian-nationalism/">설명한다</a>. </p><p><strong>첫째, 전통적인 사회적 위계질서로의 회귀.</strong> 남성이 가정과 사회를 이끌고, 여성은 그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으며, 생물학적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대가족이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strong>둘째, 강력한 인종적·민족적 구분. </strong>미국은 백인들이 세운 나라이며, 이들이 정치적·경제적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인종적 다양성이나 이민자, 난민의 유입을 국가를 약화시키는 위협으로 간주한다. </p><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holy-warmonger-2/">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종교전쟁광 ①]]></title><description><![CDATA[비종교인들이라면 우연이라고 생각할 사건들에서 종교인들은 신의 섭리를 본다. 헤그세스 장관은 구출된 조종사에게서 예수를 봤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holy-warmonger/</link><guid isPermaLink="false">69d3d741f565c200138b0865</guid><category><![CDATA[피터 헤그세스]]></category><category><![CDATA[기독교 민족주의]]></category><category><![CDATA[트럼프 2기]]></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Thu, 09 Apr 2026 01:07: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4/uir9dz_202604061607.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지난 일요일, 격추된 미국 전투기의 조종사(무장관제사)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를 하면서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금요일에 격추되었습니다. 성금요일이었죠. 그는 동굴 속, 바위틈에 숨어서 토요일 내내 버티다가 일요일에 구출되었습니다. 부활절 일요일 아침 해가 떠오를 때 그는 이란을 빠져나왔고, 조종사는 다시 태어난 셈입니다. 모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온 나라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신은 선하십니다." </p><p>기독교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서 설명하자면, 헤그세스 장관은 조종사를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한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떠난 금요일을 '성금요일'(Good Friday)이라고 부른다. 예수의 목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로마 군인들은 시신을 당시 풍습대로 동굴 무덤으로 옮겼는데, 3일 만인 일요일에 예수가 다시 살아서 동굴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 성경의 이야기다. 이날을 '부활절'이라고 부른다. </p><p>헤그세스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F-15 전투기는 4월 3일 금요일에 격추되었고, 조종사는 바위틈에 숨어서 구조대를 기다렸고, 4월 5일 일요일, 그것도 부활절 일요일에 구조되었다. 그것도 예수가 살았던 중동 지역에서.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다. </p><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holy-warmonger/">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세상의 끝에서 희망하기 ②]]></title><description><![CDATA[희망은 소파에 앉아 행운을 빌며 움켜쥐고 있는 로또 복권이 아니다. 희망은 비상시에 문을 부수고 나가기 위해 휘두르는 도끼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hope-according-to-solnit-2/</link><guid isPermaLink="false">69cfd128ee32ec00139e7ad5</guid><category><![CDATA[레베카 솔닛]]></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Sun, 05 Apr 2026 00:27:13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4/4g7la1_202604031505.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레베카 솔닛은 새로 나온 책(The Beginning Comes After the End, 시작은 끝 이후에 온다)에서 사람들의 '문화적 기억상실'(cultural amnesia)을 비판하고 싶었다고 한다. "저는 시간을 1년, 5년, 50년, 혹은 몇 세기 같은 단위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그렇게 긴 시간의 흐름을 놓고 보면, 세계가 얼마나 깊이 변해 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p><p>긴 시간 단위로 보면 긍정적인 변화들이 분명히 드러난다. 페미니즘의 성장과 민권 운동과 환경 운동이 이뤄낸 성과도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나 짧은 시간 단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좌절하거나, 최근에 일어난 부정적인 사건 하나에만 집중해 우리가 계속 후퇴하고 있다고 쉽게 단정해버린다.</p><p>솔닛이 보기에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저는 비관주의나 절망, 종말론적 사고(doomerism)의 상당 부분이 미래를 몰라서 생기는 게 아니라, 과거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망각은 절망, 기억은 희망과 함께 다닌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p><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hope-according-to-solnit-2/">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세상의 끝에서 희망하기 ①]]></title><description><![CDATA[때로는 사람들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옵니다. 권위주의자들은 우리가 유순하고 온화하며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태도를 바꾸지 않습니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hope-according-to-solnit/</link><guid isPermaLink="false">69ced16cee32ec00139e6b2d</guid><category><![CDATA[레베카 솔닛]]></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Fri, 03 Apr 2026 01:04: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4/nwpxj8_202604022043.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2026년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온 2025년을 암울한 해로 생각했지만, 적어도 미국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가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2026년에 들어오자마자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면서 미국의 군사력을—의회나 우방국들의 동의 없이—독단적으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제약도, 가책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5년 6월 이란 공습과 2026년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의 성공에 고무된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다시 공격했다.</p><p>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2022년, 길어야 일주일이면 항복할 줄 알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이 저지른 것과 똑같은 실수를 이번에는 트럼프가 저지른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파괴하고는 있지만, 이란의 반격은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세계가 석유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방적으로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는 상황이 다급해지자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고 있다. 국내외에서 경제적 압박을 느끼는 트럼프는 앞으로 2주 정도 더 공격한 후 이란 사태에서 빠져나오겠다고 하지만, 그건 미국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다. 이란이 계속해서 호르무즈를 봉쇄하고, 이스라엘을 비롯해 중동에 있는 미국의 우방국들을 공격하면 미국이 전쟁에 이겼다고 '정신승리'를 할 수도 없다. </p><figure><figcaption>트럼프는 수요일, 이란 전쟁과 관련한 '중대한 발표'를 한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발표에서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고, TV 연설 후 유가는 더 상승했고, 주가는 하락했다.<div><a href="https://www.c-span.org/program/white-house-event/president-trump-addresses-nation-on-war-with-iran/676697">C-SPAN</a></div></figcaption></figure><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hope-according-to-solnit/">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엡스틴 계급 ⑨]]></title><description><![CDATA[어두운 연결자가 유용한 이유는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해결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9/</link><guid isPermaLink="false">69ca79421c13ee00146d91fc</guid><category><![CDATA[제프리 엡스틴]]></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Tue, 31 Mar 2026 00:56: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3/s7ueut_202603301323.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2016년 미국 대선에서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분노를 결집해 트럼프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인 스티브 배넌은 글로벌 엘리트 계급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자유무역 체제하에서 미국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고, 미국의 경제가 금융 중심 구조로 변화하면서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동안 월스트리트의 금융인, 글로벌 미디어, 테크 기업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이 그 이익을 독차지하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전형적인 반(反)세계화 지식인의 주장처럼 들린다.</p><p>하지만 스티브 배넌의 이력을 보면 그 주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그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상징과도 같은 골드먼삭스에서 투자 은행가로 일했고, 그 후에는 헐리우드에서 일하며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투자와 제작에 관여했다. (배넌은 지금도 '사인펠드'가 방영될 때마다 수익금 일부를 받는다.) 자신의 회사(Bannon &amp; Co.)를 프랑스의 금융 그룹 소시에테 제네랄에 매각했고, 인터넷 게임 회사의 CEO로 일하기도 했다. 그가 목소리 높여 비판해 온 모든 일을 스스로 해 온 사람이다.</p><blockquote>"모든 비난은 자백"(Every accusation is a confession)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로제 뮈키엘리(Roger Mucchielli)가 말한 '거울 속의 비난'이라는 개념에서 왔다고 전해지는 이 표현은 누군가 남을 강력하게 비난할 때는 바로 자신이 그 일을 했거나,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a href="https://theconversation.com/why-trump-accuses-people-of-wrongdoing-he-himself-committed-an-explanation-of-projection-237912">대표적인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a>가 있다. 오바마가 골프를 가장 많이 하는 대통령이라는 주장부터 카멀라 해리스의 이란 침공 가능성까지, 그가 민주당 정치인을 공격하면서 했던 모든 말은 정작 그 정치인이 아니라 자신이 했거나, 하고 있는 일이다. </blockquote><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9/">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엡스틴 계급 ⑧]]></title><description><![CDATA[부자들에게는 인맥이 권력이지만, 그 인맥 안에서는 돈이 권력이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8/</link><guid isPermaLink="false">69c7b7f4d65b490013d01f03</guid><category><![CDATA[제프리 엡스틴]]></category><category><![CDATA[블루닷테스트]]></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Mon, 30 Mar 2026 00:50: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3/21o5rl_202603281250.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제프리 엡스틴과 그 주변 인물들은 미성년자를 조직적으로 유인·착취한 인신매매 네트워크를 운영하거나 이용했다. 이게 가장 지탄을 받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범죄만으로 '엡스틴 계급'을 설명할 수는 없다. 엡스틴 계급에 포함되는 사람들은 그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 엡스틴은 그들을 하나로 묶는, 일종의 브로커였다. 국경을 초월하는—대부분 백인 남성들로 구성된—엘리트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유지했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돈과 정보가 흐르게 했다. </p><p>인신매매에 가담하지 않는 구성원들이 엡스틴의 성범죄를 눈감아 준 이유는 <strong>그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 있으면 돈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strong>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엡스틴은 자신의 '평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자'라는 딱지가 붙은 후에도 그의 네트워크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그의 이름값이 여전히 통했다는 뜻이다.</p><p>돈과 정보가 어떻게 흘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를 두 가지 들어보자. 먼저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의 경우를 보자. 엡스틴과 공범 길레인 맥스웰을 제외하면, 앤드루는 엡스틴 파일과 관련해서 체포된 첫 번째 사례이고, 두 번째 사례는 영국 노동당 정치인이자 미국 주재 영국 대사 피터 만델슨이다. (그나마 이 문제로 관련자를 수사를 하는 건 미국 정부가 아니라 영국 정부다.) 두 사람 모두 공직자 비위(misconduct in public office)로 조사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국 정부와 관련된 기밀을 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p><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8/">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엡스틴 계급 ⑦]]></title><description><![CDATA[과거에는 엘리트들이 노동자 계층보다 덜 일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이 일한다. 현대 미국 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7/</link><guid isPermaLink="false">69c50bed8a2cfb001488b3e7</guid><category><![CDATA[제프리 엡스틴]]></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Thu, 26 Mar 2026 23:20: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3/kmbn5f_202603261036.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앞의 글에서 제프리 엡스틴이 맨해튼의 '상류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에 그들을 철저히 연구해야 했다고 썼지만, 그렇다고 해서 엡스틴을 둘러싼 '엡스틴 계급'의 구성원들이 유럽의 귀족 가문처럼 몇 대째 부자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들로 구성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기에는 각 사회·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p><h2>더 많이 일해야 하는 엘리트</h2><p>엡스틴 주위의 큰 부자들은 분명 남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기회를 누린 사람들이 많다는 건 사실이다. 가령 빌 게이츠를 보자. 그가 가진 부는 거의 전적으로 그가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왔다. 그가 직접 일해서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시애틀에서 유명한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기업 이사회와 지역 사회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그들은 빌이 학교 공부를 지루해 하자, 시애틀의 명문 사립학교에 보냈고, 1960년대 말, 그 학교는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를 구매한다.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만져보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에 중고등학생이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나게 유리한 출발이었다. 즉,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자본 때문에 빌 게이츠는 PC 혁명을 주도할 수 있었고,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금수저’ 사례다.</p><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7/">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엡스틴 계급 ⑥]]></title><description><![CDATA[엡스틴은 그 세상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세상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었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6/</link><guid isPermaLink="false">69c3d4beca7f3300122f050f</guid><category><![CDATA[제프리 앱스틴]]></category><category><![CDATA[도널드 트럼프]]></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Wed, 25 Mar 2026 16:05: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3/ndu6nc_202603251228.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물론 제프리 엡스틴을 만난 모든 사람이 그의 미성년자 성범죄에 눈을 감았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 그와 교류했다가 성범죄를 알게 된 후 관계를 끊은 사람도 있고, 그의 집이나 섬을 방문하고 거기에 걸린 성적인 사진들과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발길을 끊은 사람도 있다. 가령,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그의 아내 루시 사우스워스(Lucy Southworth)는 2013년경 엡스틴의 섬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엡스틴은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과학계 인사들에게 접근해 자신을 ‘과학 자선가’이자 ‘연결자’로 포장하고 있었고, 페이지 역시 그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초대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p><p>섬에 도착한 두 사람은 그곳의 분위기가 매우 이상하고(weird) 불편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특히 아내인 루시가 그곳의 환경과 엡스틴의 행동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꼈고, 남편 래리에게 "당장 여기에서 나가야겠다"고 강력하게 말해서 계획된 일정을 채우지 않고 섬을 떠났다. 그 방문 이후로 래리 페이지와 엡스틴의 관계는 사실상 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p><figure><figcaption>루시 사우스워스와 래리 페이지 부부<div><a href="https://brightside.me/articles/what-the-wives-of-the-richest-men-in-the-world-look-like-270660/">Bright Side</a></div></figcaption></figure><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6/">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엡스틴 계급 ⑤]]></title><description><![CDATA["그들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갖고 있지 못한 것은 개인적인 문제를 믿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5/</link><guid isPermaLink="false">69c29b954d83ea00130e34d3</guid><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Wed, 25 Mar 2026 00:44: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3/6lmjz7_202603241411.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제프리 엡스틴은 레스 웩스너와 같은 부자들에게 접근해서 뛰어난 말솜씨와 재무 지식을 바탕으로 그들의 돈을 쉽게 가로챌 수 있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그는 대학교 졸업장이 없이도 베어스턴스 같은 투자은행에서 고속 승진을 할 수 있을 만큼 그는 금융 감각이 뛰어났고, 큰 손 고객을 끌어들이는 능력도 남달랐던 사람이다. 베어스턴스는 그의 학위 조작이 밝혀진 뒤에도 그를 해고하지 않았다. </p><p>엡스틴이 거듭해서 부정을 저지르지만 않았다면 계속 근무할 수도 있었다. 부정이 밝혀진 뒤에도 2개월 정직 처분만 받았을 뿐이다. 그는 스스로 그곳을 나왔다. 베어스턴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에 속해있지 않아도 얼마든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오히려 은행 조직의 감독이 없었기 때문에 더 큰 부정을 저지를 수 있었고, 실제로 그걸 증명했다. </p><p>그렇다면 부자와 권력자, 유명인들은 왜 그의 곁에 몰려들었을까? 엡스틴 파일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웩스너처럼 자신의 재무를 맡긴 건 아니다. 그들은 엡스틴에게 무엇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을까? </p><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5/">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엡스틴 계급 ④]]></title><description><![CDATA[엡스틴은 어린 소녀들만 노린 게 아니었다. 미성년자부터 갑부 은행가까지, 모두가 그의 그루밍(grooming) 대상이었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4/</link><guid isPermaLink="false">69bf90d09aeaf40013f8dc16</guid><category><![CDATA[제프리 엡스틴]]></category><category><![CDATA[도널드 트럼프]]></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Tue, 24 Mar 2026 01:14: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3/sfypez_202603232026.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제프리 엡스틴은 엄청난 갑부였다. 보잉 727과 걸프스트림 등 여러 대의 전용 항공기를 보유했고,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U.S. Virgin Islands)에 섬을 소유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소유한 섬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다. 앞의 글에서 젊은 여성들을 끌어들이는 데 사용했다고 설명한 플로리다 팜비치에는 저택이 있었고, 뉴멕시코주에는 10,000에이커 규모의 농장이 있었으며, 파리에는 고급 아파트도 보유하고 있었다.</p><p>하지만 가장 유명했던 것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방 40개짜리 초대형 타운하우스였다. 집을 지은 원래 주인의 이름을 따라 '허버트 스트로스(Herbert N. Straus) 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저택은 맨해튼에서 가장 큰 개인 주택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부자들이 가장 많기로 유명한 도시에서 센트럴파크 옆에 이런 저택을 갖고 있다는 건 그를 ‘능력 있는 인물’로 보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p><p>그렇다면 그는 어떤 '능력'을 갖고 있었을까? 얼마나 머리가 좋고, 뛰어났길래 그만한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제프리 엡스틴은 1953년,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p><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4/">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엡스틴 계급 ③]]></title><description><![CDATA[이 집단의 남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의견이 있고 그걸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는 40대 여성이었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3/</link><guid isPermaLink="false">69b2b1c343c31c0013ddd145</guid><category><![CDATA[제프리 엡스틴]]></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Thu, 12 Mar 2026 20:37: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3/wpv2pt_202603121230.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2025년, 4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버지니아 주프레(Virginia Giuffre)는 대부분 익명으로 처리된 제프리 엡스타인의 피해자들 중에서 드물게 대중 앞에 나서서 가해자들을 고발한 사람이다. 엡스틴의 공모자인 길레인 맥스웰은 플로리다주에서 당시 10대였던 주프레에게 접근해서 엡스틴의 집으로 끌어들였고, 그곳에서 엡스틴과 엡스틴의 지인들에게 성 착취를 당했다. 수많은 피해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p><p>주프레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영국의 앤드루 왕자(지금은 작위를 박탈당해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 라는 이름을 사용한다)와 찍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앤드루는 처음에는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 사진이 찍히게 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고, 2022년 민사 소송에서 '법정 밖 합의'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주프레가 했던 증언은 엡스틴 사건이 단순한 개인 범죄가 아니라 권력층 네트워크와 연결된 구조적 범죄일 수 있다는 논의를 촉발했다. </p><figure><figcaption>앤드루와 주프레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엡스틴의 공범 길레인 맥스웰. 버지니아 주프레의 회고록 'Nobody's Girl'은 그의 사후에 출간되었다.<div><a href="https://www.nytimes.com/2025/10/16/books/review/virginia-roberts-giuffre-nobodys-girl-memoir.html">The New York Times</a>, <a href="https://bookshop.org/p/books/untitled-3120/509397d77f31ae69">Bookshop</a></div></figcaption></figure><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3/">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엡스틴 계급 ②]]></title><description><![CDATA[제프리 엡스틴과 가깝게 어울렸던 사람들 중에는 완전히 상극처럼 보이는 인물들이 많다. ]]></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2/</link><guid isPermaLink="false">69adb79f1f8e59001357cde1</guid><category><![CDATA[제프리 앱스틴]]></category><category><![CDATA[도널드 트럼프]]></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Mon, 09 Mar 2026 02:56:48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3/7ukng9_202603081754.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a href="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앞의 글</a>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법률 수석 고문을 지낸 골드만삭스의 최고 법률 책임자 캐서린 루믈러 이야기를 했다. 루믈러는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수십 차례 제프리 엡스틴을 만나거나 접촉했다. 엡스틴이 미성년자와 관련한 성범죄로 실형을 살고 나온 뒤에 그런 만남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려면, '백악관 법률 수석 고문'(White House Chief Counsel)이라는 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p><p>백악관 법률 고문은 대통령의 수석 변호사다. 이들의 업무는 대통령이 업무와 관련해서 법에 저촉될 일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대통령의 주치의가 대통령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이상 신호가 있는지 관찰하는 것처럼, 백악관 법률 고문은 대통령의 신변과 업무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없는지 꼼꼼하게 검토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아무나 맡을 수 있는 직책이 아니라, 이런 일에 누구보다 민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했던 사람이 성범죄자를 "제프리 삼촌"(Uncle Jeffrey)이라 부르며 선물을 주고받고, 진로를 상담한다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p><figure><figcaption>캐서린 루믈러와 로렌스 서머스<div><a href="https://observer.com/2014/10/sex-lies-and-white-house-counsel-ruemmler-blunders-into-secret-service-mess/">Observer</a>, <a href="https://fortune.com/2022/09/24/larry-summers-says-that-more-mega-billionaires-like-steve-jobs-and-bill-gates-would-be-good-for-america-with-one-caveat/">Fortune</a></div></figcaption></figure><div><hr /><a href="https://otterletter.com/epstein-class-2/">계속읽기</a></div>]]></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그저 하루치의 낙담]]></title><description><![CDATA[언제부턴가 한국의 기자들은 겉멋조차 부리지 않는다.]]></description><link>https://otterletter.com/a-daily-dose-of-despair/</link><guid isPermaLink="false">69ab1694e7227400136784b1</guid><category><![CDATA[북리뷰]]></category><category><![CDATA[언론]]></category><dc:creator><![CDATA[발행인 | 박상현]]></dc:creator><pubDate>Sat, 07 Mar 2026 00:56: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otterletter/2026/03/3tiuq9_202603061801.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나는 박선영 기자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퇴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대문 근처 한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와 동석했던 그의 선배 기자가 "아끼는 후배가 퇴사한다"며 크게 낙담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표정을 보며 '도대체 어떤 후배길래...' 하고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p><p>하지만 그의 퇴사는 개인적인 일이 아니었다. 그때 신문사 기자들이 하나둘 그만두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었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던 1990년대만 해도 인문사회계 졸업생에게 아주 훌륭한 직장이었던 신문사는 2010년대에는 눈에 띄게 힘을 잃었다. 정치적 진영을 막론하고 소신 있는 글을 쓰던 기자들은 포털에서 클릭을 끌어내는 기사를 써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었고, 매체들은 '제목 낚시'를 하면서 언론에 대한 신뢰를 부순 대가로 푼돈을 벌고 있었다. 그게 나 같은 외부인이 느낀 2010년대 중후반의 한국 언론계의 분위기였다. </p><p>인문사회계 최고의 직장이라는 자부심은 사라졌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명 의식을 버리지 않고 일하는 기자들도 있었고, 일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직의 기회를 보며 "아직은 다니는" 기자들도 있었다. 당시 30대였던 한 경제신문 기자는 "지금 월급은 괜찮지만" 가능하면 빨리 더 좋은 기업으로 옮기려고 "기회를 보고 있다"고 했다. 나와 식사를 하면서 자꾸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그의 버릇이 거슬렸던 기억이 난다. </p><p>그런가 하면 나는 이런 일을 하려고 언론사에 들어온 게 아니라며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사직서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p><p>'그저 하루치의 낙담'은 저자가 17년을 일한 신문사를 나온 지 7년 만에 쓴 소회다. 그간 다른 글도 쓰고, 번역 작업도 한 것 같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꾹 참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있던 7년이 그가 기자라는 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준다. 그의 말을 빌리면, "첫사랑과 헤어진 후 다시는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실연자" 같다.</p><figure></figure><p>이 책의 첫 몇 페이지만 넘겨도 저자가 낭만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기자, 혹은 좋은 기자였던 사람들이 대개 낭만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런 게 없는 사람이 기자를 한다는 건, 꼼꼼하지 않은 사람이 회계사를 한다는 것처럼 믿기 어렵다. 저자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가진 애정은 그가 또 다른 (인문사회계들의) 업종인 출판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드러난다. </p><p>"나도,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어떤 사람이 출판 일을 한다고 하면 기본적으로는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 아이고, 그 어려운 공부 해가지고서 박봉의 출판계로, 무슨 납치, 유괴를 당한 것도 아니고 제 발로 걸어들어왔다니, 이거 존경의 염을 금할 수 없습니다, 라는 생각이 무슨 동작감지센서가 작동하듯이 절로 드는 것이다." </p><p>조금 다른 얘기지만, 저자가 직업에 대한 그런 태도를 순정(純情)이라고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며, (나처럼) 구제 불능의 X세대라는 생각을 했다. '나'라는 개인보다 대의(大義)를 본능적으로 먼저 생각하는 마지막 세대. 선배 기자가 "공사장 노동자들이 커다란 철판의 네 귀퉁이를 하나씩 잡고 옮기는 장면을 보다가 울음이 쏟아졌다"고 하는 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세대. </p><hr /><p>'그저 하루치의 낙담'을 읽으면서 저자의 현재 삶과 성장기를 단편적으로나 알게 되면 그가 왜 기자라는 직업에 끌리게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어릴 때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는데, 정작 집에 책이라고는 단 한 권도 없었다고 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어릴 때 책을 무척 좋아하고, 거의 유일한 낙이었던 나로서는—슬픈데, 웃음이 터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p><p>"아버지는 대체로 실업자였는데,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었던 어느 이례적이었던 해, 술에 취해 계몽사 전집을 한 질 사 들고 왔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마침내 내게도 책이 생겼다.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그 사치스러운 것이 생겼다. 두꺼운 양장의 15권짜리 소년소녀 세계위인전집이었다. 딸내미 훌륭한 사람 되라고 아버지가 골라 온 생애 최초의 책 선물. 하지만 슬프게도 딸의 취향에 전혀 맞지 않았다. 게다가 1권에 등장하는 첫 위인이 석가모니였다."  (우리 집에 있던 계몽사 전집이 위인전 시리즈가 아니라, 어린이 명작집이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나!)</p><p>심지어 어린 시절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지 않아서 폐품 수집 때 신문을 가져오는 아이들이 부러웠다는 저자는 "책이 한 권도 없었던 덕분에 내 어린 머리로 생각하고 추론하고 검증하며 자랐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서러웠지만, 우당탕탕 스스로 알아냈다"고 한다. </p><p>"부모가 서발턴(구조적 하층민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덕분에 일찍이 부모를 넘어섰다. 내 부모의 자랑이었고, 빛나는 보석이었다. 내 자긍심의 원천이고, 내가 나르시시스트가 된 원인이다. 부모의 성취와 기대에 짓눌려 스스로를 비하하고 자학하는 많은 또래들을 나는 보았다. 내 부모를 내가 일찍 넘어섰던 것, 그것이 나를 달려나가게 한 엔진이었다. 가난하고 무식하지만 존엄하고 품위 있는 인간들을 적잖이 보며 산 덕에 권세 앞에 주눅 들지 않는다. 기자로서 내가 잘한 일이 몇 개나마 있다면 다 이 덕분일 것이다." </p><figure></figure><p>한국에서 여성으로 기자 생활을 한 분들 중에 저자와 비슷한 어린 시절, 비슷한 결을 가진 몇 명을 안다. 남들보다 어려운 집안에서 자랐지만,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다는 얘기를 꾸준히 들었고, 그렇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한 경험 때문에 "여자는 버티기 힘들다"고 하는 언론계에 들어가 자기 자리를 찾은 분들이다. 세상의 일에서 쉽게 패턴을 보는 나의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여성 기자들이 매체와 상관없이 끈끈한 자매애(sisterhood)가 형성되어 있는 걸 보면 그들 사이에는 직업 이상의 공통점이 분명히 있다는 게 내 추측이다.</p><p>하지만 확대해 보면 다른 직장 여성들은 안 그럴까? 결국 다르지 않을 거다. 어릴 때 공부를 잘해서 부모의 기대를 받고 자랐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다른 모든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고군분투하고, 거기에 더해 아이들을 키우느라 또 다른 전투를 벌여야 한다. 저자가 어머니에게서 들었다는 "야, 그 돈 벌려고 하루 종일 나가 있느니, 집에서 애나 키우는 게 남는 장사겠다"라는 말은 한국의, 아니 전 세계의 직장 여성들의 머릿속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맴돌지 않을까?</p><p>'그저 하루치의 낙담'은 기자로서의 자아와 엄마로서의 자아 (이 책에서 '기자'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단어가 '엄마'다) 그리고 1970년대 한국에 태어난 사람이 세상을 탐구하는 모습이 담긴 책이다. 한국과 미국의 사회를 비교하고, 책 속의 세상과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을 오가며 비교한다. 종종 슬퍼하고 (자신을 '슬픔 수집가'라고 부른다) 때로는 분노하지만, 항상 자기연민을 경계하는 태도가 거의 모든 글에서 나타난다. 참 X세대답다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세대 사람으로서 괜히 뿌듯해졌다. 🦦</p><hr /><p>이 책을 펴낸 반비 출판사에서 오터레터 독자들에게 책을 열 권 선물하시기로 했어요. 원하시는 분은 댓글로 의사를 밝혀 주시면 제가 화요일 오전에 추첨해서 발표하겠습니다!</p>]]></content:encoded></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