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을 죽인 범인과 같은 방을 쓴다는 건 분명 소름 끼치는 일이다. 하지만 그곳은 형이 확정된 사람들이 있는 교도소가 아니라, 재판을 기다리는 구치소였다. 엡스틴과 같은 방에 있던 타탈리오니는 재판에서 최대한 형량을 낮추려고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엡스틴을 해칠 이유가 없다는 게 구치소 당국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적은 형량을 기대하며 모범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엡스틴을 도울 가능성도 있었다.

구치소에서 엡스틴의 혐의를 고려할 때 자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이를 평가하는 면담을 진행했다. 그를 면담한 심리학자는 그의 자살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소견을 남겼다. 이 기록은 나중에 그가 사망한 후, 타살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로 자주 등장하게 되지만, 사실 그 면담은 엡스틴에 대한 법원의 보석 심사 전에 이뤄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엡스틴은 꽤 활기찬 표정이었고, 보석 허가를 받을 거라고 낙관하고 있었다. 보석으로 나가기만 하면 집에 머물면서 재판을 통해 또다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시점이다.

하지만 그가 체포된 지 12일 만에 나온 법원의 결정에서 보석 신청은 기각되었다. 타탈리오니에 따르면 기각 판결을 받고 감방으로 돌아온 엡스틴은 그에게 올가미를 어떻게 만드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엡스틴은 타탈리오니와 같은 감방을 쓰면서 실제로 자살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번은 창문 창살에 침대 시트를 묶고 있는 모습을 봤고, 다른 한 번은 그의 매트리스 밑에 올가미를 숨긴 것을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