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에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만나고,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워터게이트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고, 핑퐁 외교에 참여하는 등 미국 역사 속 여러 사건에 우연히 등장한다. 물론 허구적인 설정이지만, 그 영화가 인기를 끈 후로 특정 인물이 다양한 역사적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 사람들은 '현실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말한다.

존 오닐(John O'Neill)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1993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를 수사하고,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고, (빈 라덴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USS 콜(Cole) 공격 수사에 깊이 관여했다. FBI에서 은퇴한 후에는 세계무역센터의 보안 책임자로 근무하다가 2001년 9·11 테러로 사망했다. 평생 같은 분야에서 일했으니 완전히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현대 미국의 대테러 역사를 관통한 삶이었다.

그런데 런던에 와서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몇 가지 역사적인 사건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