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일부는 세계일보 '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이번 팬데믹이 인류 사회의 많은 무지와 편견을 낱낱이 드러내 주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이없는 건 일부 미국인들의 마스크 착용 거부다. 물론 마스크를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다. (팬데믹 이전에 검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다니던 한국의 일부 10, 20대의 패션은 예외).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싶지 않겠다는 것이 마치 영국에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미국의 독립운동만큼이나 비장한 정치적 구호가 되는 건 동아시아 사람들 눈에는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밖에는 해석하기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현재 코로나19를 막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백신과 마스크다. 하지만 델타 변이가 발생한 후에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똑같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여기에 관해서는 '드러난 델타 변이의 위력'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이를 알게 된 미국의 CDC는 사람들에게 다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지 말라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그런 지역에서 확진자가 치솟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하는 사람들의 절반이 8개 주에 몰려있다.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네바다, 텍사스주가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주지사가 앞장서서 '마스크 맨데이트(mask mandate)' 즉 마스크 의무착용 조치를 금지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학교나 직장, 매장 등에서 "우리 학교/사무실/매장으로 들어올 때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제하지 못하도록 주지사가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1910~11년 만주 지역을 휩쓴 폐페스트 방역에 동원된 사람들이 착용한 마스크

특히 플로리다의 론 드샌티스 주지사는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 등을 권고하는 것을 "파우치주의(Faucism)"라 이름을 붙이고 연방정부의 방역 노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중이다. 이유는 우리는 "마스크를 안 쓸, 그리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것이지만, 이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무시해온 트럼프 지지자들의 지지를 노린 행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현재 드샌티스 주지사는 공화당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다).

그는 심지어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강제적으로 착용하게 하는 학교들은 주 지원금을 삭감하겠다”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는 걸 막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 그걸 강제하는 것을 막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크게 확산되었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실내 마스크를 강제할 수 없는 건 건초가 가득한 창고에 성냥불을 던지는 행위에 가깝다. 그 결과, 학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지난 24시간 동안 네 명의 교사가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확진이 아니라 사망이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마스크를 제대로 쓸 줄도 모른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물론 사망한 교사 중 아무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백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미국은 누구나 예약 없이 접종할 수 있을 만큼 백신이 넉넉한 나라다. 그들은 어리석음의 대가를 스스로 치렀다고 해도, 그렇게 학교에 오는 아이들 중에는 아직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아이들도 있다. 게다가 델타 변이는 초기 바이러스와 달리 젊은 층과 아이들도 쉽게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플로리다는 작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일일 확진자 최대를 기록하면서 병실이 포화상태에 도달하고 있다.

파우치 박사와 마스크 권고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의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1980년대 HIV(에이즈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때 대책을 세우고 치료제 개발까지 주도해서 의학계에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이번 팬데믹 기간에는 사실상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및 방역을 지휘하면서 전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2020년 봄,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이 병에 걸린 증상이 없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권고사항은 아직도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실책”이라며 즐겨 사용하는 예다.

파우치 박사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좋다고 했을까?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권장했을 때만 해도 증상이 없는 사람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에 충실해야 한다는 과학자로서의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쓴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는데 왜 굳이 쓰지 말라고 했을까. 벌써 일 년이 넘은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마스크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굳이 써야 한다는 의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굳이 쓰라고 했다가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돌아갈 마스크가 바닥날 상황이었다. 아니, 이미 미국의 많은 병원에서 의료진이 같은 마스크를 며칠씩 사용하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증상자도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파우치 박사는 마스크를 (없으면 천으로 만들어서라도) 쓰라는 쪽으로 권장사항을 바꿨지만, 미국 내에서도 동아시아계 사람들은 이미 본국에서 마스크를 공수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한·중·일 세 나라는 환절기나 황사철, 그리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 마스크를 쓰는 데 문화적으로 익숙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마스크를 썼고, 그건 이민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에서는 부모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아무도 안 쓰는데 왜 쓰라고 하느냐”고 반발하는 일이 흔했다. 팬데믹 초기에만 해도 코로나19는 중국, 아시아의 감염병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계 아이들은 더더욱 마스크를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 돌 때 의사들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새 머리 모양의 마스크. 주둥이에 해당하는 부분에 약초와 향신료를 넣어 나쁜 공기를 걸러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의료용 마스크의 기원

그럼 인류는 언제부터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을까. 의례나 놀이용 ‘가면(mask)’이 아닌, 질병과 관련해서 착용하는 ‘의료용 마스크’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마스크는 중세 유럽에 흑사병(Black Death)이 창궐했을 때 의사들이 착용하던 새 머리 모양의 마스크다. 검은 옷을 입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기괴한 마스크를 쓴 의사들의 모습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병의 원인을 모르고 그저 ‘나쁜 공기(miasma)’가 퍼뜨리는 질병이라고 생각한 의사들이 외부와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낸 차림이다. 새 주둥이에 해당하는 공간에는 각종 약초와 향신료를 넣어 나쁜 공기를 막아줄 거라 믿었다. 물론 효과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시신이 썩는 냄새는 막아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근대적인 의료용 마스크는 ‘세균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질병과 미생물 사이의 연관관계를 밝혀낸 것을 계기로 그 필요성이 대두하였다. 1867년 영국의 의사 조지프 리스터는 피부에 드러난 상처가 악화하는 것은 파스퇴르가 이야기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고, 1897년에는 위생학자 카를 플뤼게가 사람이 숨을 쉴 때 나오는 비말(飛沫) 속에 박테리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같은 해에 의사인 요하네스 폰 미쿨리츠는 ‘거즈 양 끝에 줄을 달아 코와 입, 수염을 가리는’ 마스크를 제안했다. 현대적인 의료용 마스크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마스크의 효과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1914년 프리츠 쾨니히라는 의사는 수술의를 위한 핸드북에 마스크는 “너무나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하기 때문에” 특정 병을 가진 의사가 아니면 쓰지 말고 대신 수술 중에는 말을 줄이라는, 지금 들으면 어처구니없는 조언을 하기도 했고, 많은 의료진이 마스크를 거부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버티던 의료진 사이에 의료용 마스크가 확산되었다. 1863년부터 1969년 사이에 미국과 유럽의 병원 수술실을 찍은 사진 1000장을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1923년에 이르면 사진 속 의료진의 3분의 2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고, 1935년에 이르면 사실상 모든 수술실 의료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한다.

팬데믹과 마스크의 확산

수술실 밖에서 의료용 마스크를 사용하게 된 것은 1910∼11년 만주 지역에서 발생한 폐페스트(흔히 만주 페스트라 불렀다)와 1918∼19년 전 세계를 휩쓴 (흔히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 팬데믹 때였다. 특히 1918년 팬데믹 때 미국에서는 의료진과 경찰은 물론, 일부 도시에서는 주민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때 사진들을 보면 당시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팬데믹을 버텨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18년 팬데믹 기간 중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대학교 미식축구 경기에서 관중들이 천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런 역사를 가진 인류가 21세기에도 마스크 착용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얼마나 과학을 불신하고 행동을 바꾸기를 거부하는지 보여주는 예다.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는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한 후, 백신 접종자도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쓰라고 권장했지만, 마스크와 백신에 반대하는 트럼프주의자들이 “백신 접종을 해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백신의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공격에 시달리다가 올해 봄에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는 쪽으로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도 약 1%는 코로나19의 델타 변이에 감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다시 ‘실내 마스크 착용’으로 가이드라인을 바꿨고, 이에 반대론자들은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며 공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CDC로서는 새롭게 밝혀지는 바이러스의 양상에 따라 내린 과학적인 결론이지만, 바이러스에 무지한 대중은 ‘정부의 귀찮은 간섭’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 미국의 분위기다.

천 한 장으로 만든 단순한 마스크는 팬데믹 대처에 백신 다음으로 유용한 무기임이 이미 100년 전에 입증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19세기에 살고 있다. 미국 작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고르게 퍼져있지 않을 뿐”이라고 했지만, 이는 과거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과거는 이미 떠났다. 다만 많은 사람의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