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런 머스크를 천재라고 부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수많은 난제 때문에 대중화되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전기 자동차를 성공 시켜 이제는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국가 기관이 하는 사업으로 여겨졌던 우주산업에 민간기업으로 진출해서 미 항공우주국으로부터 달에 기지를 만드는 사업을 따냈기 때문만이 아니다. 돈이 된다고 소문난 산업, 다른 기업들이 이미 성공한 레드오션에 값싼 노동력과 물량을 퍼부으며 들어가 추격해서 돈을 버는 기업들이 있다면, 그 대척점에 일런 머스크가 있다.

일런 머스크가 남들이 어렵다,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만을 찾아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서 보란 듯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천재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업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명의 천재'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머스크가 만들어낸 제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이미 존재했던 것들을 개선한 것이다. 머스크는 우주선이나 로켓을 처음 만든 사람이 아니다. 전기자동차를 처음 만든 사람이 아닐뿐더러, 사실 테슬라 자동차를 설립한 사람도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미키 마우스는 디즈니가 그리지 않았다'에서 설명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흔히 머스크가 생각해낸 걸로 알고 있는 "최고급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어 히트시키고, 다음에는 고급 전기차, 그다음에 보급형 전기차를 만든다"는 전략은 사실 테슬라 자동차를 설립한 두 명의 엔지니어가 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일런 머스크는 발명의 천재가 아니라, 그저 기존의 제품을 개선한 평범한 엔지니어일까? 그렇게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 전에 천재의 정의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발명의 천재 에디슨을 예로 들어보자. 에디슨은 백열전구와 축음기 등을 발명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평생 무려 1,093개의 특허를 따냈고, 하루에 112개의 발명 아이디어를 적은 적도 있는 사람이다. 1백 개 이상의 회사를 설립했고, 그가 세상을 떠날 즈음에는 미국 경제에서 그의 발명만으로 만들어낸 부가 15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샘 솟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천재라고 부르는 걸까?

그를 천재라 부르는 이유

흔히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처음 발명했다고들 생각하지만 필라멘트가 밝게 달아올라 빛을 내는 방식은 이미 1700년대 중반부터 많은 사람이 그 방법으로 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특허를 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 누구도 쓸 만한, 즉 충분히 오래가는 전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에디슨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전구를 만들어낸 사람이 아니라, 이미 다들 알고 있고, 많이들 시도했지만 실패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개선해서 상용화에 성공한 사람이다.

에디슨이 처음부터 상용화에 뛰어난 감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가 1869년에 처음 특허를 낸 발명품은 전기로 작동하는 투표/표결 기록기였다. 수백 명이 모인 의회에서 일일이 "찬성" "반대"를 계수할 필요 없이 단번에 결과를 알 수 있는 훌륭한 장치였지만, 연방의회는 물론 어느 주의 의회도 이 기계를 원하지 않았다. 찬성과 반대의 숫자가 차근차근 올라가는 걸 보면서 정파와 정치인들 사이에 거래와 로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시에 결과를 아는 걸 원하는 정치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에디슨은 그 이후로 '발명을 위한 발명' 대신 실제로 이용할 수 있고, 그걸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발명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Genius is one percent inspiration and ninety-nine percent perspiration)"고 하는 에디슨의 유명한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그는 영감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알려졌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일을 찾아서 해결한 사람이다. 그 1%의 영감 자체마저 부정하는 듯한 말도 했다. "나는 평생 아이디어를 떠올린 적이 없다. 내가 했던 소위 '발명'이라는 것들은 이미 내 주변에 있던 걸 가져다 사용한 것일 뿐이다. 나는 아무것도 창조해내지 않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사람은 없다.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는 건 없다. 모든 건 외부에서 온다(I never had an idea in my life. My so-called inventions already existed in the environment—I took them out. I’ve created nothing. Nobody does. There’s no such thing as an idea being brain-born; everything comes from the outside).”

에디슨의 이 말이 과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글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에드먼드 모리스가 2019년에 펴낸 에디슨의 전기에 대한 리뷰인데, 글쓴이는 로버트 K. 머튼의 '동시 발명(simultaneous invention)' 이론을 이야기한다. 진화론은 찰스 다윈과 알프레드 러셀 월레스가 사실상 같은 시기에 발전시켰고, 증기기관은 영국에서 발명되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같은 시점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 중 누가 먼저 미분을 만들어냈느냐는 유명한 논쟁이고,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 엘리샤 그레이 모두 전화기를 발명했지만 단 두 시간 차이로 벨이 특허를 따냈지만 사실 그들 보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무치가 더 먼저 전화기를 발명했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다. 머튼에 따르면 이렇게 여러 사람이 동시에 발명해낸 제품이 아무도 하지 않는데 혼자서 만들어 낸 발명품보다 더 흔하다.

일런 머스크의 5단계

위의 리뷰는 에디슨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해결책이 필요한 문제를 찾은 것이 아니라, 개선이 필요한 해결책들을 찾았다(The inventor did not look for problems in need of solutions; he looked for solutions in need of modification)." 그의 천재성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무에서 유를 발견한 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그걸로 돈을 버는 방법을 만든 데 있다. 아이디어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돈을 버는 방법은 더 중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더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 왼쪽부터 헨리 포드, 토머스 에디슨, 워렌 G. 하딩 대통령, 그리고 하비 파이어스톤. 미국 사회에서 스티브 잡스나 일런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같은 창업가들이 영웅 대접을 받는 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일런 머스크는 많은 점에서 에디슨을 닮았다. 살아있는 동안에 천재라 불리고 있고, 엄청난 부를 축적했을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머스크는 아들에게 X Æ A-Xii라는 이름을 줬는데, 에디슨은 자기 자녀 중 두 명을 모스 부호에 나오는 Dot(.)과 대시(-)라는 별명으로 불렀다는 것까지 닮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피상적인 유사점에 불과하다. 둘 사이의 진정한 공통점은 바로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끊임없는 개선하려는 태도에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영상이 있다. 일런 머스크가 얼마 전 스페이스X의 로켓을 만드는 현장 투어를 진행하다가 디자인과 제조에 관한 자신의 다섯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이 대목은 13:27 지점에서 시작한다).

1. 기술적 요구사항을 덜 멍청하게 만들라
기술적 요구사항(requirements)은 반드시 멍청하게 되어있다. 그 요구사항이 똑똑한 사람에게서 왔을 때 특히 위험한데, 그럴 경우 사람들은 (그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충분히 의심해보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틀릴 수 있다. 사람은,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틀릴 때가 있다. 모든 디자인에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 얼마나 잘못되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니까 요구사항을 덜 멍청하게 만들어야 한다.

2. 프로세스의 일부를 제거하라
요구사항이 덜 멍청해졌으면 그다음에는 프로세스의 일부를 없애라. 이건 아주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제거한 프로세스가 필요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다시 집어넣는 일이 종종 (최소 10%)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제거작업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은 거다. 사람들은 '혹시 필요할지 모르지 이 단계를 프로세스에 넣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나 많은 것들이 '혹시 모른다'라는 생각에 프로세스에 들어간다. (정말 필요하다면) 나중에 다시 넣어도 된다.
그리고 그 요구사항(requirement)이나 제한사항(constraint)이 어떤 것이든 부서가 아닌 특정 담당자에게서 와야 한다. (동의하지 않을 경우) 부서에는 물어볼 수 없다.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 요구사항을 당신에게 준 사람은 그 요구사항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년 전에 인턴 하나가 별 생각 없이 집어넣은 요구사항을 당신이 따라야 할 수도 있는 거다. 그 인턴은 이미 퇴사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가 일하던 부서는 그 요구사항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몇 차례 일어난 일이고, 어느 부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3. 단순화, 또는  최적화
그다음이 단순화(simplify), 최적화(optimize)인데, 이건 반드시 세 번째 단계에서 해야 한다. 이게 첫 번째가 아니라 세 번째인 이유는, 똑똑한 엔지니어가 하는 가장 흔한 실수가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요소를 최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누구나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수렴화 논리다. 그 질문을 한 교수에게 "질문이 멍청한 것"이라고는 했다가는 나쁜 점수를 받으니까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거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정신적으로 행동제한복을 입고 있어서 그냥 없애야 할 것들에 최적화 작업을 수행한다.

4. 사이클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라
너무 느리게 진행되면 안 되니 빨라져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세 가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빨라지면 안 된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라면 빨리 해서는 안되는 거다.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무덤 파는 일을 멈추는 거다. 그런 게 아니면 언제나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5. 자동화하라
마지막 단계가 자동화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다섯 개의 단계를 거꾸로 진행하는 실수를 여러 번 했다. 테슬라 모델3를 만들면서도 그런 실수를 여러 번 했다. 자동화한 다음에 단순화했고, 그다음에 삭제했다.

각 단계의 내용을 번역했지만, 위의 영상에는 각 단계에서의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술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특별한 기술적 지식이 없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전혀 감도 잡을 수 없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인터뷰를 진행한 팀 도드Tim Dodd는 내용을 잘 파악하고 정확한 질문을 한다).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최전선의 엔지니어들만이 알 만한 내용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지만 그가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려 주는 대목이다.

특히 마지막에서 자신이 실수했던 사례, 즉, 위의 다섯 단계를 거꾸로 진행하면서 했던 실수는 세상의 모든 엔지니어, 아니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꼭 들어봐야 할 이야기다. 위의 모든 내용을 종합한다.

모델3의 배터리팩 위를 덮는 유리섬유 매트가 있었어요. 풀팬(full pan)과 배터리 사이에 들어가는 부품이었죠. 그런데 그것 때문에 생산라인 전체가 느려지고 있었어요. 저는 그 때 배터리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고치자고 했죠. 모델3 생산라인 전체가 그 매트 때문에 밀리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했던 첫 번째 실수는 자동화 부분을 고치려고 했던 겁니다. 제조용 로봇을 더 낫게, 더 빠르게 만들고, 동선을 줄이고, 토크를 키우고, 불필요하니 볼트의 역방향 720도를 없애고... (기타 등등 긴 설명) 애초에 자동화 자체도 실수였는데, 그걸 또 빠르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최적화까지 하는 실수를 저지른 겁니다.
그러고 나서야 "그런데 이 매트가 왜 필요한 거지?"라고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 안전팀에 이 매트의 용도가 뭐냐고 물었죠. 이거 혹시 (배터리) 화재방지용인 거냐고 했더니 그 사람들이 "아, 그 매트는 소음과 진동을 막으려고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데 당신들은 배터리 팀이 아니냐"고 하고는 소음과 진동 분석팀에 가서 그 매트의 용도를 물었더니 그 사람들은 "화재방지용"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카프카스럽고, 골드버그 만화 같은 상황에 갇힌 겁니다.
그래서 유리섬유 매트를 넣은 차와 그렇지 않은 차의 소음과 진동을 비교해보자고 하고 두 샘플에 마이크를 넣어서 들어봤더니 전혀 차이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매트를 없앴습니다. 2백만 달러짜리 로봇은 완전 넌센스였던 거죠.

토머스 에디슨이나 일런 머스크 같은 사람들을 천재라 부르기는 쉽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천재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잘못된 신화를 반복한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