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의 확산 이후로 한국에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검사를 강화하는 바람에 숫자가 늘어난 건 아닐까"하는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의 절반이 넘게 백신을 접종한 미국에서도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이유로 백신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에 답을 해줄 만한 보고서가 미국 CDC(질병관리본부)에서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온" 것은 아니다. 외부로 발표하지 않고 내부에서 돌던 보고서(internal report)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현재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있던 시점에 만들어진 보고서(미국시간으로 29일 목요일)였기 때문에 즉시 유출되었고, 외부 전문가와 언론이 샅샅이 살펴보고 델타 변이의 위력을 깨닫게 되었다. UCSF 의대의 로버트 왁터 교수는 "이 보고서를 다 읽은 후 (델타 변이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하게 되었다"고 했을 정도다.

아래는 25페이지 분량의 그 보고서(여기에서 누구나 다운로드 가능)에 등장한 내용이다: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The war has changed)

이 보고서는 CDC가 취해야 할 행동을 제안하면서 끝나는데, 그 첫 번째가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음을 인정하라(Acknowledge the war has changed)"라는 것이다. 델타 변이는 이미 등장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많은 변이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 위력은 인류가 경험한 가장 확산력 높은 바이러스들과 비견될 수준이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상대로 한 전쟁의 양상이 바뀐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표현은 "델타 변이는 수두(水痘, chickenpox) 수준의 전염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뉴욕타임즈가 만든 그래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신문에 대한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그래프가 델타 변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준다. 그래프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사망률이 높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전염력이 높은 바이러스인데, 델타 변이는 코로나19의 첫 번째 유형("ancestral strain")에 비해 사망률의 아주 조금 더 높은 편이지만, 전염력, 즉 확산능력은 비교가 안 되게 빠른 것을 볼 수 있다.

현대 인류가 경험한 바이러스로 가장 확산력이 빠른 것은 홍역(紅疫, measles)이고, 그다음이 수두인데, 현재 보고된 바에 따르면 델타 바이러스는 천연두(天然痘, smallpox) 보다 확산이 빠르고, 수두 수준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수두보다 더 빨리 퍼질 수도 있는 것 같다는 것.

위의 표에 따르면 20세기 초의 스페인 독감은 사망률이 훨씬 높았지만, 전파속도는 코로나19 원형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이는 일반 감기나 (한때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수준의 전파속도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수두 수준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수두는 인류가 사실상 정복한 질병이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면 경험해본 적이 없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건 천연두나 홍역도 마찬가지다. 즉,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이만큼 전파속도가 빠른 바이러스를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다.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이유다.

더 빨리 퍼지는 이유

  1. 델타 변이에 감염된 환자는 다른 코로나19 감염자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양의 바이러스(viral load)를 몸에 지니고 있다. 인도에서 나온 연구에 따르면 무려 10배 까지도 더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2.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도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 만큼이나 바이러스를 몸에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흔히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이라고 부르는 케이스를 보면 (백신을 접종한) 감염자는 아프지 않아도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한다. CDC가 방침을 바꿔서 접종자들도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의 증상은 더 심각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병원에 입원하게 될 가능성이 기존의 2배 이상이고, 중환자실(ICU)에 들어갈 가능성은 4배에 가깝고, 사망할 확률은 2.5배에 달한다. 싱가포르의 연구에서는 감염이 폐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2배,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가능성은 5배였다.

델타 변이에 관한 CDC 보고서를 요약하면 1) 확산력은 기존의 코로나19에 비해 훨씬 강하고 2) 증상도 심각하며 3)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델타 변이의 무서운 실상이다.

그렇다면 백신은?

이 보고서는 또 "화이자 백신의 효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최근 주장과 관련해서 세 지역에서 이뤄진 연구를 바탕으로 변이와 델타 변이를 상대로 한 화이자 백신의 효과를 수치로 보여줬다. '확진(Confirmed Infection)' '유증상(Symptomatic Disease)' '입원, 혹은 사망(Hospitalization or Death)'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봤을 때, 확진과 유증상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90% 이상 막아주기 때문에 백신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바이러스 방어수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염과 전파를 막는 효과는 생각했던 것 보다 떨어질 수 있고, 따라서 백신을 접종해도 감염과 지역 확산은 계속 일어날 수 있다. ("Vaccines prevent >90% of severe disease, but may be less effective at preventing infection or transmission. Therefore, more breakthrough and more community spread despite vaccination.")


이 글은 보고서를 제가 직접 해석한 것이 아니고, NPR워싱턴포스트, 그리고 뉴욕타임즈의 의학 전문기자들이 읽고 분석, 설명한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