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미국에서는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전 세계 경제가 불황으로 치닫는다는 경고가 나온 탓도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우량주로 분류되던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모든 테크 기업이 같은 운명인 건 아니고, 주가가 떨어져도 그 하락폭에는 차이가 있다. "테크 호황이 끝났다"라고 선언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등장한 그래프를 보자:

(이미지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최악의 하락폭을 기록한 건 메타(페이스북)였다. 이 기사는 "아무리 멀리 내다봐도(on the horizon) 좋은 소식을 찾기 힘들다"라는 인텔 CEO의 말을 인용했다. 그런데 그가 사용한 표현인 horizon(지평선)은 아이러니하게도 메타의 저커버그가 강하게 밀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다. 저커버그는 현재 8만 7천 명에 달하는 메타의 직원을 줄이고, 사무공간도 줄일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직원들을 해고하기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메타를 떠났고, 떠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만 해도 400달러 선을 바라보던 메타의 주가는 이제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는데 자신의 성과급이 주가와 연동되어 있는 직원들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메타는 여전히 세계 1위의 소셜미디어 기업이고, 온라인 광고에서는 막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현재의 주가는 지나치게 낮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1, 2년 내에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투자자와 직원들이 불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타의 상황이 단기간 내에 좋아지지 않을 거라는 전망은 다름 아닌 저커버그 본인에게서 나왔다. 메타에서 메타버스 부문에 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는 작년 한 해 10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29억 6천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그런데 저커버그는 "2030년대가 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거다.

메타버스가 우리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거라는 예상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게 과연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라는 기업이 세운 비전(과 플랫폼)을 따라야 하느냐는 의문이고 (이에 관해서는 오터레터에서 '저커버스'라는 글로 이야기했다) 다른 하나는 그걸 메타가 해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런 의문을 잘 설명한 영상이 있다. MKBHD라는 채널명으로 시작해서 유명해진 마커스 브라운리(이 사람에 관해서는 '마커스 브라운리 ①, '를 읽어보시기 바란다)가 만든 'Who Cares About the Metaverse? (메타버스에 누가 관심있어?)'라는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브라운리는 저커버그의 장기 계획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1단계: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하는 모든 것들 생각해보라. 2단계: 그걸 전부 가상현실(VR)에서 할 수 있게 만들고 그 작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다. 3단계: 그 결과로 이윤을 낸다? 메타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하는 것들(게임, 줌 통화 등등)을 VR을 통해 훨씬 더 편리하게 하면 사람들이 넘어올 거라고 생각한다는 게 브라운리의 말이다. 물론 커다란 헤드셋을 쓰고 그 모든 일을 하는 건 몹시 불편한 일이지만 이건 시간이 지나면 (기대보다는 오래 걸리는 것 같지만) 개선이 될 거라고 봤을 때 남는 문제는 그 모든 걸 메타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이다. 여기에는 많은 반론이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반론은 바로 한 단어, '애플'이다.

참고로, 브라운리는 메타가 메타버스의 독점적인 플랫폼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듯하다. 하지만 메타는 오픈 플랫폼을 강조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생태계를 훨씬 더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애플이 VR에서 오픈 플랫폼으로 가져갈 리는 없다. 흥미로운 건 메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이 문제에서 애플에 훨씬 너그럽다는 것.

애플이 현재 만들고 있는 VR 헤드셋은 이번에 메타가 선보인 헤드셋보다 더 많은 카메라/센서를 갖고 있고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건 새로운 영역에 남들보다 늦게 들어가서 시장을 석권해온 애플의 전력이다. 퍼스널 컴퓨터, 노트북 컴퓨터,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블루투스 이어폰, 스마트 워치... 애플의 제품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이 제품들 중 어떤 것도 애플이 제일 먼저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나는 삼성이 애플에 앞서 스마트 워치를 내놓았을 때 이 작업을 담당했던 삼성의 고위직이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일단 저희는 먼저 제품을 내놓고 애플이 어떤 워치를 내놓는지 보려고요."

브라운리의 지적처럼 애플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이미 잘 갖춰진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VR 헤드셋을 선보이겠지만 메타는 그렇지 않다. 물론 메타에게는 (틱톡을 제외하면)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막강한 소셜 네트워크가 있지만 현재 나온 제품과 서비스를 보면 메타의 플랫폼/네트워크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커버그는 이 프로젝트에 사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 저커버그에게 회사를 팔아 현재 메타가 메타버스를 추진하게 된 기반을 마련해준 오큘러스(Oculus)의 창업자 파머 러키(Palmer Luckey)는 최근 메타의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시제품(project car)"에 비유하면서, 아무도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이런 프로젝트에 저커버그가 개인적인 열정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고, 메타버스의 핵심이 되는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는 "좋은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러키가 전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형편없어도 훗날 훌륭한 제품이 될 수 있다"라면서 "다른 어떤 기업보다 이 일을 해내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다: 만약 이 프로젝트에 실패한다면?

이런 프로젝트는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고, 벤처 투자자들이 돈을 쓰는 영역이다. 대기업도 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을 하는 대기업은 (구글에서 볼 수 있듯) 사운을 걸지 않는다. 메타는 창업자의 고집으로 크게 성공하거나 아니면 그냥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말 수 있는 규모의 기업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사운을 걸지 않아야 성공시킬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들려면 유기적(organic)인 성장이 일어나도록 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홍보를 하고 힘을 줄수록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행동을 채택(adopt)하려 들지 않게 된다. VR 부문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없는 애플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게 바로 그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글이 하나 있어서 결론을 대신해서 소개하려 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머리사 마이어가 야후에서 했던 바로 그 실수 (Mark Zuckerberg is making a classic big Silicon Valley mistake — one we last saw Marissa Mayer of Yahoo make)"라는 제목의 글이다. (원문은 여기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머리사 마이어가 야후에서 했던 바로 그 실수

–에이버리 하트먼즈, Insider

빅테크 기업의 CEO로서는 드물게 위험한 도박

저커버그는 약 1년 전에 페이스북이 회사의 이름을 바꾸고 핵심 역량을 (메타버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메타버스는 메타의 "새로운 북극성"이라고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 살고 일하게 될 것이며 아바타를 사용해 교류하게 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 그런데 이는 정말로 도박이었고, 18년 된 기업으로서는 위험한 도박이었다.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베팅하는 것과 같은 일이 테크업계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도박은 대개 벤처 투자자(VC)가 하는 일이다. VC들은 그런 위험한 도박을 수십 개 하면서 그중 하나가 유니콘이 되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메타는 그럴 능력도, 그럴 여유도 없다. 메타는 당장 VR 헤드셋을 만들어야 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성장시켜야 하고, 잃어버린 광고비를 되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하는 상황에 메타는 시간과 자원을 메타버스에 퍼붓고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돈을 잃고 있다. 메타는 2021년에만 이 베팅에서 10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무리 메타가 큰 회사라고 해도 이건 엄청난 금액이다. 게다가 올해 저커버그는 주주들에게 앞으로 3~5년 동안 이런 추세가 계속될 거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베테랑에 따르면 비록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와 관련해서는 길게 보고 준비(long game)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가 작동하게 만들고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만한 용기도, 자본도, 능력도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틀리면 안된다."

머리사 마이어의 야심 찬, 그러나 실패한 비전

당신이 저커버그의 도박을 보면서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든다면 아마도 야후의 성공과 추락을 목격했기 때문일 거다.  

"머리사 마이어가 스티브 잡스가 되려고 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제목의 2014년 기사

니콜라스 칼슨이 2014년에 쓴 'Marissa Mayer and the Fight to Save Yahoo! (야후를 살리기 위한 머리사 마이어의 싸움)'이라는 책에서 말한 것처럼 야후 역시 (페이스북처럼) 광고업계의 거인이었다. 야후의 2004년 매출액은 35억 달러였고 시가총액은 1,28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베이(eBay)와 구글 같은 라이벌들과의 경쟁이 심화되었고, 뒤이어–아이러니하게도–페이스북도 경쟁자로 떠올랐다. 곧이어 야후의 광고 수익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2년에 이르면 야후의 기업 가치는 200억 달러로 급락한다.

마이어가 등장한 게 그 시점이다. 야후를 세계 최고 수준의 테크 기업으로 재정립하고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마이어의 대담한 베팅을 했지만 그의 베팅은 산만했다. 야후를 만능 앱으로 만들겠다고 하고, 케이티 쿠릭을 연봉 500만 달러를 주고 데려오고, 넷플릭스처럼 영상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하고, 11억 달러를 주고 블로깅 플랫폼 텀블러(Tumblr)를 인수했지만 그중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마이어가 CEO로 취임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야후는 재기하지 못했고, 매출은 침체를 면치 못했다.

결국 2016년에 버라이즌(Verizon)이 50억 달러에 야후를 인수해서 AOL와 합병하면서 야후는 독립된 기업으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되었고, 마이어는 CEO에서 물러났다.

마이어와 닮은 저커버그의 상황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는 내부적으로 머리사 마이어의 야후와 똑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메타의 직원들은 뉴욕타임즈 기자에게 기업 전략의 잦은 변화가 분명한 데이터에 근거한 게 아니라 그저 저커버그가 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저커버그가 원하기만 하면 회사는 성공의 보장이 없는 프로젝트에도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큘러스(Oculus, 페이스북이 인수한 VR 헤드셋 메이커)의 임원인 존 카매크(John Carmack)는 그렇게 투자된 금액이 너무나 커서 "토할 것 같다(sick to my stomach)"라고 했다.

야후도 비슷했다. 마이어는 데이터가 아니라 느낌(gut)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알려져 있다. SNL 아카이브를 야후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데 일 년에 1천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한 거나, 케이티 쿠릭이 만든 비디오가 야후에서 실패했음에도 그를 야후의 "글로벌 앵커"로 고용하기로 한 결정이 그랬다.

"우리 회사에 있으면 안 될" 직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성과 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발표를 소개한 기사

기업의 문화도 비슷하다. 마이어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게 만들고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들을 솎아내기 위해서 반발을 무릅쓰고 인사고과로 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역효과가 나서 직원들은 화가 났고, 사기는 떨어졌다.

저커버크도 성과가 저조한 직원, 메타버스에 관한 자신의 비전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을 솎아내려고 열심을 내는 듯하다. 지난 6월에 열린 전 직원 미팅에서 저커버그는 메타가 일에 열심을 내지 않는 직원들을 골라내기 위해 성과 목표치를 높게 세우겠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성과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매니저들에게 (성과가 낮은) 직원들을 내보내게 하고 있다.

만약 저커버그의 생각이 옳고, 메타버스가 미래라면 이러한 방침은 적절하고, 메타로 하여금 경쟁 기업들보다 앞서 나가게 도와줄 것이다. 그의 야심 찬 계획대로 될 거라는 믿음에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인터넷 환경이)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이동할 것을 내다보고 페이스북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탈바꿈시킨 사람이 저커버그다. 당시 페이스북의 이인자였던 셰릴 샌드버그마저 위험한 모험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결정은 옳았다.

하지만 메타버스와 관련한 저커버그의 베팅이 실패한다면? 메타는 야후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