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내부자료를 폭로해서 전 세계 여론과 미국 의회를 움직이고 있는 프랜시스 하우겐은 최근 리스본에서 열린 웹 서밋에 나와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CEO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가 CEO로 있는 한 페이스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하우겐의 말에는 '페이스북은 바뀔 수 있다'는 가정이 들어있다. (많은 내부고발자가 폭로의 대상이 되는 조직의 존재 이유를 불신하는 것과 달리 하우겐은 소셜미디어의 가치를 믿을 뿐 아니라, 페이스북은 분할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물러난다고 기업이 바뀔까?

여기에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페이스북의 조직문화가 변화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로 먹어 치운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조직의 미래는 전략이 아니라 조직문화로 결정되는데, 많은 기업, 특히 젊은 기업 중에는 설립자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직원들을 통해 자기 복제되어 '설립자의 성격=기업의 성격'이 된 경우가 많다. 이미 저커버그의 가치관을 조직이 체화하고 있는데 쉽게 바뀔 수 있겠느냐는 견해다.

다른 견해는 쉽지는 않아도 바뀔 수는 있다는 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은 예다. 첫 두 명의 CEO가 만들어낸 사납고 적대적인 조직문화가 사티야 나델라라는 조직 내부 출신 CEO의 등장과 함께 변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작은 기업이 아니다. 그 안에는 저커버그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하는 직원이 많고, 그들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변했는데 페이스북이 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도 간과한 게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문화를 아침 식사로 먹어 치운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의 진짜 위기: ATT

지난 해 말, 애플의 팀 쿡이 iOS의 새로운 업데이트가 사용자 개인정보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고 했을 때 사용자들을 추적(tracking)한 결과로 타깃광고의 정확도를 높여온 소셜미디어들, 특히 페이스북이 크게 반발했다.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ATT)이라 부르는 이 조치는 아주 단순한 작동원리를 갖고 있다. 이제까지는 사용자가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추적을 허용하는 옵트아웃(opt out) 방식에서 사용자가 허용하지 않으면 추적을 불허하는 옵트인(opt in)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iOS 업데이트에 맞춰 각 앱이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혹은 새로운 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 앱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느냐"고 묻고 '예' '아니오'라는 단 두 개의 선택지를 준 것이다. 이 작은 창 하나가 페이스북의 존재 기반을 흔들 만큼의 파괴력이 가지고 있다는 게 당시 업계의 예상이었다.

당연히 저커버그는 크게 반발했고 애플을 공격하는 광고 메시지를 내는 방법까지 동원하며 애플의 결정을 돌리려고 애썼지만 팀 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이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애플의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결과는 어떨까? 업데이트 후 무려 75%의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의 트래킹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고 (미국에서는 더 많은 84%가 거부했다) 페이스북은 패닉에 빠졌다. 광고주들이 애초에 전통적인 매체에 광고비를 지불하는 대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선택한 이유가 정확한 타깃 오디언스 도달이었는데, 그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면 굳이 소셜 광고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곧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즈의 분석에 따르면 애플의 투명성 강화 조치 이후 페이스북과 스냅챗, 트위터, 유튜브 네 곳에서만 98억 5천만 달러의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 이 신문이 인용한 한 전문가는 "타격을 입은 플랫폼 중 몇 곳,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서비스의) 작동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이 전문가(Eric Seufer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올해 하반기에만 무려 83억 달러의 매출 감소를 각오해야 할 거라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의 2020년 총 매출은 859억 달러였으니 작년 매출의 10%에 달하는 액수가 반년 만에 날아간 셈이다.

저커버그의 광고 중독

이는 페이스북이 얼마나 사용자 추적에 기반한 타깃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지 (매출의 98%가 타깃 광고에서 나온다) 보여주는 동시에 얼마나 애플이라는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광고 플랫폼이 타격을 입은 건 아니다. 애플의 투명성 강화 조치는 앞서 이야기한 네 개의 소셜 플랫폼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중 하나인 유튜브를 가진 알파벳은 같은 기간 동안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이유를 구글이 사용자의 능동적인 검색에 기반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애플의 투명성 강화 조치의 대상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페이스북 광고가 매력을 잃자 광고비가 구글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사에서는 트위터도 큰 충격은 피했다고 한다).

지난주 페이스북이 기업명을 메타(Meta, 이 명칭에 관해서는 중앙일보에 쓴 글을 참조)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것은 더러워진 브랜드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로 읽혔다. 물론 저커버그 본인은 최근 내부고발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고 이런 브랜드 변경이 한두 달 작업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온 리브랜딩으로 보는 것이 맞다. 알려진 대로 '메타'라는 이름은 저커버그가 근래 들어 열심히 주장하는 메타버스(metaverse)를 지칭하는 거라서 결과물 자체는 미래 사업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좋은 브랜딩이다.

기기(device) 플랫폼이 없는 페이스북은 인터넷이 모바일 생태계 안에 머무르는 한 애플과 구글의 눈치를 보는 셋방살이를 할 수밖에 없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의 플랫폼을 만들거나, 최소한 자신들이 주도하는 열린 플랫폼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실패한 페이스북 폰 프로젝트가 전자의 시도였다면, 메타버스는 후자의 시도인 셈이다. (저커버그가 꿈꾸는 메타버스에 관해서는 Exciting f(x)가 뛰어난 분석을 했다). 사용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은 그렇게 열릴 메타버스에서 페이스북은 어떻게 돈을 버느냐다. 현재 페이스북이 처한 상황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 판의 수익구조를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하다.

메타버스는 페이스북의 한 기능이나 하위 브랜드, 혹은 실험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저커버그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다른 기업들까지 참여하는, 말 그대로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일이다. 2000년을 전후해서 펼쳐진 인터넷 세상이 2010년대 이후로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상업용 앱 안에 갇혀버렸다면, 그에 상응하는 거대한 변화로 탄생하는 인터넷 세상은 어떤 엔진(=비즈니스 모델)이 끌고 갈까? 광고다.

"광고는 우리가 하는 소셜미디어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에서 변함없이 중요한 부분으로 존재할 것이고, 아마 메타버스에서도 의미 있는 부분이 될 것입니다 (Ads are going to continue being an important part of the strategy across the social media parts of what we do, and it will probably be a meaningful part of the metaverse, too)."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소셜미디어에서 광고 외에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없었고, 메타버스에서도 결국에는 광고로 먹고살게 될 것 같다는 말이다. 즉, 수집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타깃 광고를 하는 것이 현재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미디어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면 유료일 수 없고, 사용자에게 무료라면 돈은 다른 곳에서 와야 한다. 이건 신문, TV 이후로 변함없는 법칙이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을 연결하는 순간 광고는 피할 수 없는 매력이 된다. 광고주들이 지갑을 들고 줄을 서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타버스에 사용되는 기기는 폰과는 차원이 다른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저커버그는 그런 기기 플랫폼을 (추적 투명성을 외치는) 애플이나 (디지털 광고의 경쟁자) 구글에 양보할 마음이 없다. 자신이 가질 수 없으면 아무도 가질 수 없어야 한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금처럼 위협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저커버그가 말하는 "열린(open)"의 의미다.

어떤 기업도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벗어날 수 없다. 문제는 전 세계 사람들도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에 갇혀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