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페이스북의 모든 서비스가 6시간 가까운 장애를 겪은 일은 개기일식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할 기회를 준 것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월간 사용자(MAU) 28억 명을 가진 거대한 서비스가 멈췄을 때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기업 중 하나인 AT&T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서비스들이 다운된 동안 미국 주요 도시에서 모바일 인터넷 트래픽이 10% 줄어들었다. (뉴욕 11%, 휴스턴 10.6%, 마이애미 9.9%)

인터넷 트래픽이 줄어든 것이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이 사람들의 온라인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면 미국보다 페이스북 의존도가 높은 필리핀, 브라질이, 멕시코, 태국과 같은 나라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페이스북이 진출하지 않은 중국이나, 강력한 자국 소셜미디어를 가진 러시아, 그리고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낮은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충격이 덜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다운된 동안 사람들은 다른 앱, 웹사이트로 이동했다.

하지만 좀 더 흥미로운 소식은 니먼랩에서 나왔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접근하지 못하던 시간 동안 다른 인터넷 서비스로 트래픽이 몰렸는데, 그들 중에는 (니먼랩의 관심사인) 뉴스 사이트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다운된 직후에는 뉴스 미디어를 비롯한 다른 웹페이지로의 트래픽이 30%나 증가했다. 물론 페이스북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용자들이 일시에 뉴스 사이트로 몰렸을 것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페이스북이 평소 얼마나 많은 트래픽을 뉴스 미디어, 언론사로부터 빼앗아가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소셜미디어는 언론이 처한 환경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고, 전 세계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3분의 2를 가져가는 공룡이다.  

오슬로의 결정

지난주 금요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올해 노벨 평화상의 수상자로 필리핀 마리아 레사(Maria Ressa)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Dmitry Muratov), 두 명의 언론인이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의 대부분은 스웨덴의 왕립 과학 아카데미를 비롯한 스웨덴의 기관들에서 선정하지만,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의 의회가 선임하는 노벨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마리아 레사는 필리핀의 온라인 언론사 래플러(Rappler)의 공동설립자이자 CEO이고,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Novaya Gazeta)의 편집장이다.

마리아 레사(왼쪽)와 드미트리 무라토프

주로 평화운동가, 정치인, 단체에 수여 되는 노벨 평화상이 언론인에게 돌아간 것은, 선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상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많다. 그런데도 특정인, 혹은 단체를 이 상의 수상자로 결정할 때는 노벨위원회가 세상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뭔지에 주목해야 한다. 2007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가 협의체(IPCC)와 앨 고어가 이 상을 받았을 때, 노벨위원회는 전 세계에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가지라는 시그널을 보냈고, 2018년 드니 무퀘게와 나디아 무라드가 이 상을 받았을 때는 전쟁 및 분쟁지역에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을 무기화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올해 두 명의 언론인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의 전제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노력"에 주목했다. 노벨평화상이 언론인에게 수여 된 것은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그들의 노력이 인정받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들이 자신의 직업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위험을 무릅쓴 용기, 혹은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처벌과 살해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은 세상에 흔하지 않다. 오슬로는 현재 전 세계의 언론과 언론인들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판단한 것이고, 사람들에게 이들의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진실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희생하겠는가?" 마리아 레사의 책 '독재자에 맞서는 법'이 내년 봄에 나온다.

독재자와 페이스북

필리핀과 러시아는 독재자가 철권을 휘두르는 나라들일 뿐 아니라, 언론인이 신변의 위협에 시달리는 나라다. 국제기관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2년 이후로 필리핀에서는 87명의 언론인이, 러시아에서는 58명의 언론인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물론 언론인이 정부와 대중의 공격 대상이 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언론인들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으면 다른 직업을 택하라"는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근래 들어 그 위협의 성격과 강도가 달라졌다. 바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등장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레사와 무라토프, 두 명의 수상 소식이 나온 후 퓰리처 센터의 니나 얀코위츠의 기고문을 오피니언 란에 게재했다. "노벨 평화상이 페이스북에 커다란 충격인 이유(Why the Nobel Peace Prize award is a huge blow to Facebook)"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에 따르면 마리아 레사는 저커버그에게 소셜미디어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려고 했단다. 그가 저커버그에게 필리핀 사람들의 97%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하자 저커버그는 "마리아, 그럼 나머지 3%는 왜 페이스북을 안 쓰죠?"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목숨을 내걸고 허위정보와 싸우는 언론인의 호소에 세계적인 젊은 갑부는 농담으로 대꾸한 것이다.

참고로, 레사는 필리핀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라고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했다. 래플러를 설립하기 전에는 CNN 특파원으로 오래 일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인이지, 필리핀에서만 활동한 무명의 저널리스트가 아니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포스트나 의회 청문회를 통해 페이스북은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거듭 주장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 것은 CEO의 이런 성의없고 무책임한 태도가 페이스북의 알고리듬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11년 전 '타임'의 올해의 인물이었던 저커버그는 이번에 다시 같은 잡지의 표지에 등장했다.

마리아 레사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CNN의 파리드 자카리아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필리핀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과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은 6년째 세계 1위"라고 했다. 그런 나라에서 인기 있는 대통령(두테르테에 대한 지지율은 75% 이상이다)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해서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인을 위협하는 것은 추상적인 위험이 아니다. 두테르테의 대통령 집권 이후 19명의 언론인이 살해당했다.

레사는 자신이 활동가, 운동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직업인 저널리스트였다고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플레이북을 고스란히 따라 하면서 끊임없이 가짜뉴스를 쏟아내는 두테르테에 맞서 팩트를 알리다 보니 어느덧 투사가 되어있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두테르테의 가짜뉴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주요 통로임을 확인했고, 페이스북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필리핀 사람들을 상대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내 페이스북에 신고했지만, 페이스북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커지는 위협

위에서 노벨 평화상이 언론인에게 돌아간 것이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썼다. 그게 언제였을까?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따르면 언론인으로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마지막 예는 제2차 세계대전이 다가오던 1935년 수상자 카를 폰 오시에츠키(Carl von Ossietzky)다. 그는 새롭게 등장한 독재자 히틀러가 독일을 재무장하고 있음을 자신이 창간한 잡지 'Die Weltbühne(세계무대)'를 통해 경고했고, 결국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강제수용소에 보내졌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 그는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오시에츠키가 보여준 용기와 책임 있는 행동을 확인한 오슬로의 노벨 위원회는 1935년에 그를 수상자로 발표하지만 이미 수감 중이던 그는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고, 히틀러는 이 상이 독일인에 대한 모독이라며 수상을 금지했다. 그는 수용소에서 끝내 나오지 못하고 1938년 5월 4일,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치 치하의 독일 언론인 이후 처음으로 언론인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사는 2021년의 세계가 어떤 세상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마리아 레사와 함께 노벨상을 받게 된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편집장으로 일하는 노바야 가제타는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의 표적이 되는 매체다. 푸틴이 러시아의 대통령이 된 2000년 이후로 노바야 가제타의 기자만 무려 여섯 명이 살해당했다. 누구나 푸틴의 소행인 걸 알지만 러시아에서는 범인을 모르거나 별 볼 일 없는 앞잡이만 잡혀들어간 사건들이다. 무라토프는 자신의 수상 소식들을 듣게 된 후 러시아 통신사인 타스(TASS)와의 인터뷰에서 "나 혼자 이 상을 받을 수 없다. 이건 노바야 가제타가 받는 상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러시아를 개방과 개혁으로 이끈 마지막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90년에 받은 노벨 평화상의 상금 중 일부가 노바야 가제타의 설립자금으로 투자되었고, 이 신문사가 처음 구입한 컴퓨터도 고르바초프의 상금으로 산 것으로 전해진다. 30년 전 노벨 평화상이 새로운 노벨 평화상을 러시아에 안긴 것이다.
수상 소식을 취재하러 찾아온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무라토프 –France 24 

무엇보다 무라토프와 노바야 가제타, 레사와 래플러는 여전히 위협을 받고 있고, 그 위협은 독재자들이 관제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손에 쥐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레사는 현재 형사소송을 비롯해 일곱 개의 소송에 걸려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출국도 금지된 상황이고, 두테르테는 래플러가 "미국인 소유한 기업"이라는 거짓말로 지지자들과 함께 공격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노벨 위원회가 이들에게 상을 주기로 한 이유는 어쩌면 이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있는 언론인들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무리 지독한 독재자라고 해도 노벨상을 받은 언론인을 살해하는 건 외교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인 평판을 생각했을 때 너무나 큰 도박이기 때문에 노벨상은 이들을 보호해 주는 일종의 방패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위협이 두렵지 않을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용기는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은 것'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그들은 두려운 걸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업을 계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런 때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동료의 존재다.

"지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세 명의 공동창업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돌아가면서 두려워합니다. 우리 모두가 동시에 두려워하는 법은 없어요. (“You get tired, and you get afraid. But I have three co-founders. We take turns at being afraid,” she said. “We’re never afraid at the same time)."

네 명의 공동 창업자들은 모두 여성이다. 왼쪽부터 글렌다 글로리아, 릴리베스 프론도소, 체이 호필렌다, 그리고 마리아 레사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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