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짧은 버전이 세계일보, '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에 게재되었습니다.


2017년 디즈니가 1992년도 애니메이션 히트작 ‘알라딘’의 실사판 영화를 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에 쏠렸다. 이유는 이렇다. 영화라는 장르가 태어나서 거대한 산업으로 자란 20세기 내내 헐리우드에서는 유색인종 캐릭터를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에서 뻐드렁니를 붙인 채 얼굴을 찡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일본인 유니오시 역을 한 백인 배우 미키 루니가 대표적이지만, 일일이 사례를 나열하기 힘들 만큼 흔한 일이어서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