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저궤도 제국 ①
• 댓글 남기기이 글은 오터레터에서 유료 구독자들께 보내드리는 'Daily Catch'를 통해 소개해 드린 뉴욕타임즈의 기사, 'Elon Musk’s Unmatched Power in the Stars (경쟁자 없는 머스크의 우주 권력)'를 번역한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에 보내드린 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전문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특유의 뛰어난 그래픽이 돋보이는 기사이니 링크를 클릭해 보시길 권합니다.)
지난 3월 17일, 미국 합참의장 마크 A. 밀리와 우크라이나군의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전화 통화를 했다. 통신보안이 확보된 라인을 통해 두 장군은 방공 시스템, 실시간 전장 평가(real-time battlefield assessment)에 대해 논의하고, 러시아군의 손실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일론 머스크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잘루즈니는 머스크의 로켓 회사인 스페이스X가 만든 위성 인터넷 기술 '스타링크(Starlink)' 얘기를 꺼냈다. 이는 두 사람의 통화에 대해 알고 있는 세 사람이 확인해 준 내용이다. 잘루즈니 장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전투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는 통신 수단으로 스타링크에 계속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사용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지 상의했다.
이에 더해 잘루즈니는 미국 정부가 머스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물었다. 머스크의 사업은 계속 확장하고 있는데, 정치와 관련한 그의 언행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미국 측에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 그리고 트위터(지금은 X)를 이끌고 있는 머스크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성 인터넷 분야에서 꾸준히 힘을 길러온 결과, 현재 우주 분야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자기 성격에 따라 결정하는 변덕스러운 스타일인데다가 관리, 감독을 거의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세계의 군, 정치 지도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첨단 기술로 억만장자가 된 머스크는 자신의 권력을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용하곤 하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로 머스크는 거의 매주 스페이스X 로켓을 발사해 왔다. 보통 그 로켓 하나에는 소파 크기의 인공위성 수십 개가 들어있다. 이 위성들은 지구에 있는 단말기와 통신을 하기 때문에 지구상 거의 모든 지역에 고속 인터넷을 쏘아 줄 수 있다. 현재 하늘에 떠 있는 스타링크의 인터넷 중계 위성은 4,500개가 넘는다. 지구를 둘러싼 인공위성 중에서 현재 작동 중인 위성의 50%가 넘는 숫자다. 이들 위성이 밤하늘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머스크는 앞으로 몇 년 내에 인공위성의 숫자를 4만 2,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위성 네트워크
사람들은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를 140억 달러(약 182조 원)로 키워준 기술의 위력을 비로소 느끼기 시작했다. 스타링크는 전쟁터나 외딴 지역, 그리고 자연재해를 입은 지역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공격과 정보 수집에 스타링크를 사용한다. 이란과 튀르키예에서 민주주의 운동 등으로 정부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통제를 피하기 위해 스타링크를 사용하고 싶어한다. 미국의 국방부는 스타링크의 대형 고객이고,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군대도 이 기술의 사용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머스크가 위성 인터넷을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폭발하는 성격을 가진 올해 52세의 머스크는 정확하게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알기 힘들다. 머스크는 천재적인 혁신가라는 칭송을 받고 있지만, 특정 고객이나 국가가 이용하는 인터넷을 막아버릴 수 있는 결정권은 오로지 그에게만 있고, 스타링크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그가 결정한다.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이유는 지구상의 어떤 기업이나 정부도 그가 만들어 낸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와 경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우크라이나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머스크가 스타링크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 그런 사례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군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인근에서는 스타링크를 사용할 수 없게 한 것이다. 그의 결정으로 우크라이나는 전략을 바꿔야 했다. 그뿐 아니라 머스크는 지난해 자기가 생각하는 "평화 계획"을 이야기했는데, 그 내용은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하고 있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가 가진 능력을 자랑하는 일이 가끔 있는데, 지난 4월에 한 트윗에서는 "테슬라, 스타링크,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합치면 내가 세계에서 실시간 경제 정보를 가장 많이 받아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코멘트 요청에 머스크나 스페이스X 측은 답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머스크의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우크라이나의 관료들은 다른 위성 인터넷 사업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스타링크 만큼의 커버리지를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는 한 인터뷰에서 "스타링크는 현재 우리의 통신 인프라에서 혈액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지난 1년 반 사이, 유럽과 중동 국가들을 포함한 최소 9개 국가에서 미국 관료들에게 스타링크와 관련한 문제를 가져왔다. 이 논의에 대해 알고 있는 미국 정보부 관료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머스크가 이 기술을 얼마나 통제하고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랬다가 머스크를 화나게 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보 및 사이버보안 관료들의 설명이다.
스타링크에 대해서 공개적인 언급을 회피하는 것은 미국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머스크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그의 기술은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은 국내 문제와 지정학적 문제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스페이스X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다. 연방우주국(NASA)의 미션과 미군의 감시 위성 발사에 이 회사의 로켓을 사용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료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서 스타링크의 문제를 중재하려고 시도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국방부는 스타링크와 계약 관계에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 시스템이 가진 민감한 성격" 때문에 자세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른 나라의 정부들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가령 대만의 경우, 중국의 침공이 현실화하면 인터넷 통신 기반이 위협을 받을 수 있음에도 스타링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주저한다. 머스크가 중국과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만과 미국 관료의 설명이다.
중국도 머스크의 기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머스크가 한 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스타링크가 중국 내에서 켜지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싶어 했다. 중국 내에서는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 검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에 중국은 1만 3,000개의 자체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국제 우주 기구에 제출했다. 유럽연합도 작년에 24억 유로(약 34조 원)의 예산을 책정해 민간과 군수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체 위성 인터넷망 구축에 나섰다. 이런 결정에는 스타링크와 머스크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한 기업도 아닌, 한 사람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한 사람의 변덕과 기분에 꼼짝없이 잡혀있는 거죠." 국가들을 상대로 위성 인터넷과 관련한 정책 제안을 하는 실버라도 정책 액셀러레이터의 공동 창업자이자 사이버보안 전문가인 드미트리 알페로비치의 말이다.
'머스크의 저궤도 제국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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