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줌(moribus bellis, sweet ways" 혹은 nice manners, 매너 좋음)"이라는 표현은 무슨 뜻으로 넣었을까? 우선 똑같은 표현이 베티 하우스 외에도  루파나르 같은 성매매 업소를 비롯해 폼페이 곳곳에서 발견되었고, 성매매 여성으로 보이는 이름을 수식할 때 등장한다.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고, 결국 성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대학교의 사라 레빈 리차드슨(Sarah Levin-Richardson)은 성매매가 신체적인 노동뿐 아니라, 감정적 노동을 포함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은 즐거운 척, 수줍은 척, 흥분한척 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유혹적, 열정적, 혹은 순종적인 감정 연기를 해야 한다. 따라서 "잘해줌" 혹은 "매너 좋음"이라는 표현이 암시하는 것은 다른 폼페이의 다른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직설적인 서비스 행위(구강성교 등) 설명과 대비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가격을 이야기해 보자. 여기에 사용된 화폐 단위인 '앗사리온(ἀσσάριον)'은 구리 동전이고, 그때를 기준으로 빵 한 덩어리를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렇다면 성매매 대가로는 상당히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다른 기록을 보면 당시 성매매의 대가는 1~5앗사리온 정도였다. 그렇다면 2앗사리온은 폼페이에서 일반적인 가격이었거나, 낮은 편에 속한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에우티키스는 많은 손님을 빠르게 상대했거나, 나이가 많았거나, 보기에 덜 매력적이었을 수 있다. 혹은 이 가격이 주인이 일종의 벌로 매긴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낮은 가격으로 눈길을 끌고 손님이 관심을 보이면 가격을 올리는 흥정을 했을 수도 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성매매 여성은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돈을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여성을 데리고 일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림을 선택한 집 주인들

이 낙서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발견된 위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티 하우스의 구조. 빨간 화살표가 현관실로 이어지는 집의 입구이고, 왼쪽 사진은 현관실을 통해 들어와 하늘색 화살표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이미지 출처: Smarthistory,

낙서가 발견된 곳은 베티 하우스의 입구에서 문을 열고 들어간 현관실 왼쪽 벽이다. 이 집의 주인이었던 아울루스 베티우스 콘비바아울루스 베티우스 레스티투스는 노예였다가 풀려난 사람들이고, 아마도 형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루스 베티우스'라는 이들의 이름은 옛 주인의 집안 이름이었다. 이들의 이름은 집 외부에 청동판에 씌어져 있고, 둘 중 아울루스 베티우스 콘비바의 약자인 AVC가 따로 기록되어 있다. 이들이 형제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 혹은 단순한 동업자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거나 이들은 잘 꾸며진 집에 살 만큼 상당한 재산과 지위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현관실 오른쪽(즉 에우티키스의 이름 반대쪽) 벽에 등장하는 그리스 신 프라이아포스다. 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남성 생식기의 수호신이면서 생식과 풍요의 신인 프라이아포스는 그림에서 종종 아래처럼 커다란 성기와 돈주머니를 올려둔 저울(천칭)을 들고 등장한다. 저울 위에 있는 두 개의 상징 외에도 바닥에는 또 다른 풍요의 상징인 과일 바구니가 있다. (참고로, 이 프라이포스는 여신인 헤스티아와 님프인 로티스를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베티 하우스 현관실 오른쪽에 등장하는 프리아포스 신 (이미지 출처: Aeon)

베티 하우스에 있는 다른 벽화들도 이 집과 이곳에 살던 사람들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베스 세베리 호벤(Beth Severy-Hoven)의 분석에 따르면 이 집에 있는 접견실 두 곳(위 평면도에서 'n'과 'p'로 표시된 방)이 있는데 그중 한 방(n)의 벽에는 아래와 같은 그림 두 점이 그려져 있다. 하나는 디오니소스 숭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여신도에게 죽임을 당하는 펜테우스의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안티오페를 죽이려다 실패한 디르케가 황소에 의해 짓밟혀 죽는 모습이다. 각각 남자와 여자가 주인공이고, 둘 다 옷이 벗겨진 채 잔인하게 처벌받는 모습이다.

다른 접견실(p)에 있는 그림들도 주제가 '처벌'이다. '익시온의 처벌'의 경우 잔인한 모습은 덜 하지만, 화면 왼쪽을 보면 헤라를 강간하려던 익시온이 불타는 바퀴에 묶여 벌을 받고 있고, 다른 그림은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가 남편의 잘못으로 소를 사랑하는 처벌을 받게 된 장면을 묘사한다. (파시파에가 소와 수간으로 낳은 것이 미노타우로스다.) 이 그림들은 남녀 주인공이 모두 처벌과 고문을 받는 장면을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한 방(n)은 인간에 의해, 다른 방(p)은 신에게 처벌받는다는 정도.

접견실(n)에 있는 '펜테우스의 처벌'과 '디르케의 처벌' (이미지 출처: Wikipedia)
접견실(p)에 있는 '익시온의 처벌'(왼쪽)과 '다이달루스와 파시파에(파시파에의 처벌)' (이미지 출처: ancientrome.ru, Wikimedia Commons)

이 그림들을 분석한 세베리 호벤은 이 벽화를 넣게 한 두 명의 집주인이 한 때 노예였다가 자유를 얻었고, 권력도 갖게 된 사람들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노예들은 주인이 원하는 대로 성적 착취와 신체적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는 두 사람이 노예 시절에 직접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처벌자와 처벌을 받는 사람'이라는 주제의 그림들만을 골라 손님들이 들어와 머물고 식사하는 방에 그리게 한 것이다.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처벌을 주제로 하는 그림은 힘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구분하게 되고, 주인과 노예를 떠올리게 할 수밖에 없다. 세베리 호벤의 표현을 빌리면, "집 주인이 이렇게 에로틱한 분위기의 고문 장면으로 집안을 장식한다는 것은 이들이 자신이 (노예들을) 처벌할 힘, 그들을 성적으로 이용할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에우티키스의 삶

그렇다면 에우티키스는 베티 하우스의 노예였을까? 그랬을 수 있다. 낙서에 등장하는 "그리스녀(Graeca)"를 의미하는 단어가 어쩌면 "집에서 태어난 노예(verna)"로 읽히는 게 맞을지 모른다는 게 한 이유다. 정말로 에우티키스가 그런 노예였다면, 집주인 남성들과 그들의 친구들을 상대해야 했을 것이다.

집주인들은 에우티키스를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성매매에도 이용했을까? 고대 로마의 소설가 아풀레이우스의 '황금 당나귀'에 차리테라는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여성은 도적 떼에 납치당했는데, 탈출을 시도하다가 도로 붙잡힌다. 그러자 그중 한 명이 이 여성을 인근 마을의 사창가에 팔아넘기자는 제안을 한다. 그러면서 "저 여자가 사창가에서 남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걸 보는 건 달콤한 복수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한다. 노예에게 성행위는 보복이자 처벌 행위로 작동했다. 베티 하우스에서 일하는 노예들은 매일매일 성폭력과 처벌/폭행을 피하고 자기 결정권과 존엄을 지키는 싸움을 해야 했을 것이다.

베티 하우스는 에우티키스에게는 집이었겠지만, 루파나르와 같은 종류의 성매매 업소는 아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집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특이한 방이 하나 있다. 이 집의 평편도에서 X'로 표시된 아주 작은 공간으로,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부엌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하는 사람들 외에는 들어가지 않는 부엌 안쪽에 숨어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는다. 이 방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렇게 숨어있는 작은 방인데 커다란 벽화, 그것도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하는 그림이 세 개나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방의 정체가 뭘까? 에우티키스가 손님을 받으며 주인들을 위해 돈을 벌어주던 곳일까? (이 장소를 비밀리에 성매매를 하던 곳이라고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다–옮긴이) 만약 그게 사실이었다면 주인들의 평판에 좋은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 이 그림은 부엌에서 일하던 요리사와 다른 노예들에게 주는 선물이었을까? 어쩌면 이 작은 방은 집에서 일하는 노예들이 쉬는 공간이었지만, 주인들은 이들에게 '너희들은 언제든지 나의 성적 욕구 충족에 사용될 수 있다'라는 암시를 하려 했던 건 아닐까? 이런 방(폼페이에서 이런 방을 가진 곳이 여섯 곳이 있다)이 일종의 섹스 클럽이었을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업이 아니라 주인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용도였고, 에우티키스가 그 대상이 된 노예 중 하나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MIT)

에우티키스가 등장하는 낙서("에우티키스, 그리스녀, 잘해줌, 2앗사리온")가 어쩌면 광고가 아닌, 그야말로 "낙서"였을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고대 그리스 작가 루키아노스의 글에는 당시 낙서가 사람들을 속이고 연인들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농담으로 사용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따라서 에우티키스가 정말로 그리스계 여성이었고, 순수하게 "매너가 좋은" 사람이었고, 성매매 여성도, 노예도 아니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에우티키스에게서 퇴짜를 맞은 남자가 화풀이로 이 여성에 대한 나쁜 소문을 만들어내려고 썼다면?

우리는 확실한 정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낙서 한 줄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당시 폼페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살필 수 있었다. 루파나르 같은 성매매 업소, 노예를 상대로 한 성폭행과 폭력, 족쇄에 묶여 지하실에서 죽어간 노예, 누군가에 소유당하고, "사용당하는" 사람들. 관광버스에서 내려 폼페이의 건축과 예술 작품을 설명하는 가이드북을 들고 밝은 햇볕이 내리쬐는 폼페이의 유적을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은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우리는 에우티키스가 누구인지 영원히 알아내지 못할지 모른다. 그저 낙서 속에 이름이 등장하는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우리는 베티 하우스에서 살던 사람들의 삶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알수 없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찾아낸 증거들을 통해 폼페이에서 살던 약자들의 삶을 읽어내는 노력은 계속 할 수 있다.

폼페이의 관광객 (이미지 출처: The Archaeology News 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