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스북 파일' 폭로 기사와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어제(화요일) 상원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따라서 이제까지 이 문제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던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대응, 혹은 반응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하필 청문회를 앞둔 월요일에 페이스북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6시간 동안 다운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CEO로서 사과와 해명을 해야 했는데, 이 상황에서 서비스 장애 문제만 말하는 건 더욱더 좋지 않다. 상원 청문회까지 열린 이슈를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과 나이가 많은 CEO라면 정치적인 발언을 한다. 사과하는 것 같은데 사과가 아니고 ("non-apology apology") 더 잘 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문제를 인정하지는 않는 빈말을 늘어놓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런데도 이런 텅 빈 사과문이 흔한 이유는 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분노를 막지는 못해도 더 키우지는 않고, 관심병 정치인들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종의 진정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그런 CEO가 아니다. 그는 화요일 밤에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Really?

저커버그의 포스트는 "페이스북의 모드 직원들에게" 쓰는 글이라고 시작하지만, 전체 공개를 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형식을 빌려 전 세계에 자기 생각을 밝힌 셈이다. 그가 지적한 문제는 1) 우리가 했던 연구는 사용자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해로운 콘텐츠에 무관심하다면 왜 이런 연구를 했겠느냐는 것 2) 페이스북은 광고로 돈을 버는 기업인데 사용자들을 분노하게 하는 콘텐츠를 일부러 확산시킨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것 3)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아이들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들용 서비스를 따로 만든다는 것 4) 의회가 나서서 룰을 만들라는 것 등이다. 저커버그는 무엇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자신들의 노력을 나쁘게 포장해서(misrepresent, mischaracterize) 보여줬다는 말을 포스트 전체에 걸쳐 반복해서 강조했다.

저커버그의 반응에서 눈에 띄는 건 그가 반박한 내용이 아니다. 그건 이미 애덤 모세리나 닉 클레그의 입을 통해서 이미 들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사과나 실수를 인정하는 표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글이 직원들을 향해 한 말이고, 직원들의 사기를 세워주기 위한 글이라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이 문제에 관해 처음으로 입을 여는 글이 수신자가 사용자들이 아닌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였다는 그 선택 자체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의 말은 마치 페이스북을 공격해오는 외부세력에 대항해서 전투태세를 다지는 '내부용'으로 들리는데, 그걸 공개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락다운(Lockdown)

페이스북에는 '락다운'이라는 독특한 문화, 혹은 프로세스가 있다. 저커버그가 이걸 처음 사용한 건 2011년, 구글이 페이스북의 대항마로 '구글 플러스(+)'를 선보였을 때다. 당시에도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의 강자였지만 지금처럼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지는 못했던 시절이었고, G메일로 이메일 시장을 평정한 구글의 소셜미디어 진출은 페이스북에 생사의 갈림길을 의미했다. 저커버그는 직원 전체에게 락다운을 선언하고 이 위협이 해결될 때까지 전투태세로 일을 하도록 했다.

실제로 직원들이 집에 가지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저커버그의 메시지는 모든 직원에 전달되었고, "Carthago Delenda Est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는 로마의 웅변가 카토(Cato)의 말이 담긴 포스터가 페이스북 캠퍼스 곳곳에 붙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대부분 나이가 젊은 페이스북의 직원들은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서 구글의 위협에 맞서 "싸웠고" 궁극적으로 페이스북은 승리했다.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 마치 다른 대학 팀과의 경기를 앞둔 캠퍼스 느낌을 준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에 따르면 그 이후로 (우연하게도 하우겐은 구글에서 일할 때 구글 플러스 개발팀에 있었다) 락다운은 페이스북이 중요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사용하는 프로세스가 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의 역사를 보면 변곡(inflection)이 일어나는 시점들이 있습니다. 모바일에 뒤처졌음을 발견하자 '모바일 락다운'을 했고, 안드로이드에 진출할 때는 '안드로이드 락다운'을 했죠." 그런 락다운은 2020년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도 있었다고 한다. 즉, 락다운은 페이스북의 처한 위기 상황을 전사적인 노력과 전투적인 자세로 돌파하는 페이스북, 혹은 저커버그 특유의 마인드셋이다.

비판적인 기사가 줄을 잇고, 여론이 나빠지고, 청문회가 시작된 지금 저커버그는 또 한 번의 락다운을 선언할까? 알 수 없지만, 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락다운이 필요한 시점인 것 맞다. 하지만 의회와 여론에 맞서 락다운을 선언해도 될까? 아니,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기업이 전투적인 락다운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게 적절한 걸까?

다시 알고리듬

전투적인 저커버그의 표현법과 달리 내부고발자 하우겐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하고 이성적이었다. 뉴욕타임즈의 한 기자도 비슷한 말을 했지만 마치 페이스북이라는 회사를 이해하고 달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을 자신들의 성공 공식에 묶여서 혼자서는 문제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조직으로 생각한다. 의원들은 "이 모든 책임이 저커버그에게 있다"는 말을 하우겐의 입에서 끌어내려 애썼고, 하우겐도 동의는 했지만, 약간의 설명을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아주 수평적인 조직이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이 기업이 숫자로 표시되는 사용자들의 관여(engagement)를 최대화하는 대원칙 아래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원칙을 정한 사람이 저커버그이기 때문에 그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그 작동방식은 일일이 보스의 결정을 따르는 다른 기업들과 다르다. 여기에서 하우겐은 알고리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알고리듬은 소셜미디어 기업의 운영철학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관여를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면 기업 내의 모든 보상체계도 관여도를 높이는 쪽으로 형성되고 엔지니어들은 그것을 위해 다른 가치를 희생하게 되는 것이다.

어제 청문회를 두고 기자들은 "의원들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예전 청문회에서는 저커버그를 불러놓고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도 이해하지 못하고 손주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물어보는 할아버지 같은 모습을 보였던 상원의원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공부를 하고 와서 알고리듬에 대해 질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프랜시스 하우겐이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 문제의 핵심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고, 그 해결 방향 역시 간단명료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허위정보의 유통을 막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허위정보를 찾아내서 일일이 막는 방법과 허위정보가 쉽게 확산하는 시스템, 즉 도달(reach) 알고리듬을 바꾸는 방법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제까지 전자에 집중했다. 인공지능(AI)과 사람 직원을 동원해서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이다.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 방법에 집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허위정보 확산의 책임을 허위정보를 만들어낸 사람에게 돌릴 수 있다. 말하자면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이 범인에게 있다"는 주장과 비슷한 논리다. 그렇게 하면 위험한 범인이 쉽게 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총기 관리 시스템을 고치자는 주장에서 눈을 떼게 만들 수 있듯, 허위정보의 유포자에 집중하면 사회적 관심을 허위정보가 쉽게 확산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듬에서 개인으로 책임을 돌리게 한다.

다른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점은 논의를 정치적 분열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 집권 기간 내내 보수와 진보진영은 소셜미디어상의 허위정보 문제를 발언의 자유(Freedom of Speech)의 관점에서 토론하고 싸웠다. 대부분의 정보는 100% 옳거나 100% 틀리다고 판단하기 힘들다. 팩트는 맞지만 그걸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허위정보가 되기도 하고, 농담과 허위정보의 선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허위정보를 잡는 문제는 발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프랜시스 하우겐은 논의의 초점을 발언의 자유가 아닌 '도달의 알고리듬'으로 바꿨다. 허위정보 확산의 책임을 허위정보 생산자에게 돌리는 대신 허위정보가 정확한 정보보다 쉽게 확산하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듬을 고치자는 것이다. 하우겐은 이를 설명하면서 트위터의 실험을 예로 들었다. 트위터 엔지니어들은 사용자가 허위정보를 확산하는 행동을 들여다본 결과 대부분 링크된 기사를 열어보지도 않고 리트윗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의 링크를 리트윗할 때는 반드시 링크를 먼저 열어보도록 했다. 그랬더니 허위정보의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왜 이렇게 잘 알려진 방법을 사용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저커버그의 반박, 즉 "페이스북은 사용자를 위해 연구한다"는 주장이 무의미한 이유는 이렇게 손쉬운 방법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고, 그 이유는 그렇게 할 경우 사용자의 관여 점수가 떨어지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용자 관여도는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우겐의 이러한 접근법은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갈라졌던 상원 위원회를 단결시켰다. 더 이상 발언의 자유가 논쟁의 핵심이 아니게 되자 공동의 적, 즉 '해로운 확산의 알고리듬'이 보이기 시작한 거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일의 전개가 소셜미디어 플랫폼 문제의 새로운 전기, 혹은 변곡점(inflection point)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