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월스트리트저널이 5회에 걸쳐 연재한 특집 기사 이후 페이스북은 근래 들어 최악의 PR 재난을 맞았다. 당장 다음 주 목요일에 의회 청문회에 가서 상원의원들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고, 곳곳에서 쏟아지는 추가 보도와 나빠진 국내외 여론도 심각한 문제다. 모르긴 몰라도 페이스북 PR담당 임원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 이후로 가장 바쁜 일주일을 보냈을 거다.

그 임원은 바로 닉 클레그(Nick Clegg)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시절 2010년부터 5년 동안 부총리를 지냈던 클레그는 2017년 총선에서 패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서 페이스북의 임원이 되었다. 정치만 하던 사람이 테크 기업에 임원으로 간 이유가 궁금하다면, 그의 공식 직함을 보면 된다: '국제문제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 우리나라 기업에서 흔히 '정책팀' '대관업무' 등의 모호한 이름으로 불리는 대 정부 및 언론담당이 그의 일이다.

저커버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는 사람이 닉 클레그

대외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중요하다. 단어 하나를 잘못 골라 말하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런 일에 능한 정치인을 쓰는 건 제법 괜찮을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CEO로서 이미지가 좋지 않은 마크 저커버그는 대외 이미지가 좋은 임원들을 일종의 방패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페이스북 초기에 특히 악명 높았던 "테크 브로(tech bro)"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데는 여성 임원이자 저커버그의 오른팔 셰릴 샌드버그 COO가 꽤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샌드버그는 저커버그의 나쁜 결정을 끊임없이 방어하다 보니 샌드버그 자신의 '이미지 자산'도 다 바닥이 나게 되었고, 무엇보다 나쁜 결정에 샌드버그가 직접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면서 이제 샌드버그는 저커버그와 다름없는 평판을 갖게 되었다.

멋진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며 꽤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닉 클레그 역시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페이스북의 평판 방어에 사용하고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똑같은 뻔한 핑계를 대도 영국 액센트로 들으면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페이스북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감췄다"는 보도를 했을 때 제일 먼저 답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닉 클레그는 신문의 보도를 강하게 부정했지만, 정작 해명이라고는 "이런 이슈들에 대해 쉬운 답이 있으면 좋겠고,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부작용(trade-offs)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모호한 말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딱히 좋은 변명이 없을 때 모호한 표현을 쓴다. 클레그의 성명문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부정하지만, 비판은 받아들이겠고, 계속 노력하겠다'라는 것이었을 뿐, 구체적으로 기사의 어떤 부분이 틀렸고, 자신들이 비판을 받아야 하는 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과가 보이지 않는다.

2018년 의회에 출두에 사과하는 마크 저커버그.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올해 초 페이스북은 이제 더 이상 사과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주에 나온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면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몇 년 동안 끊임없는 논란과 비판에 직면했는데 그때마다 저커버그가 나서서 사과하면서 책임을 지고 변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래도 언론과 여론, 정치권의 비판이 멈추지 않자 이제는 사과는 그만하고, 그 대신 자신들이 가진 네트워크, 즉 페이스북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홍보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즉,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적인 홍보 모드에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스북 파일' 네 번째 기사를 보면 이 기업은 문제를 발견한 후에도 외부에서 찾아내 지적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일상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사과가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태도 때문이다.

4. 페이스북과 인신매매 네트워크

전편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페이스북은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가입한, 인류 역사에 유례가 없는 거대한 조직이자, 가상의 공동체다. 아무도 선거를 통해 선출하지 않았고, 아무도 기업의 내부를 감시하지 못하지만, 페이스북은 인류의 3분의 1, 아니 그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고 원하면 여론을 바꿀 힘이 있다. 하지만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관리할 능력이 크게 부족하거나,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그래도 미국 내에서는 근래 들어 많은 지적을 받아 위험한 콘텐츠와 허위정보의 단속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해외 사용자들이 처한 환경이다.

페이스북은 작년 한 해에만 무려 320만 시간(man-hour, 人時)을 들여서 문제 있는 콘텐츠를 잡아냈는데, 그 자원 배분을 보면 87%가 미국 사용자들의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페이스북 사용자(MAU 기준)의 90%가 북미 지역이 아닌 해외에서 들어온다. 즉, 90%의 사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 관리에 자원의 13%만을 사용한다는 얘기다. 관리 자원의 대부분을 사용하는 미국에서도 페이스북이 비난을 받는다면 거의 관리가 되지 않는 나머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네 번째 기사는 그 이야기를 한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

전직 경찰이 이끄는 페이스북의 내부 수사팀은 멕시코의 유명한 마약 카르텔인 CJNG(Cártel de Jalisco Nueva Generación)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빈민층 청소년들을 갱단 멤버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심지어 청부살인의 대가가 오간 흔적도 포착했다. 워낙 악명높은 갱단인데, 소셜미디어에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지도 않은 채 CJNG라는 이름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의 정책에 따르면 이런 범죄 조직은 계정이 바로 삭제되어야 하지만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던 거다.

마약 카르텔 CJNG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은 페이스북이 오래도록 방치하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수사팀은 계정삭제를 건의했지만, 페이스북은 그들의 콘텐츠만 삭제했을 뿐, 카르텔을 페이스북에서 없애지 않았다. 수사팀은 다른 채널을 통해 다시 건의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9일이 지난 후 CJNG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 청년의 머리에 총을 쏘아 사살하는 영상과 함께 잘린 손이 가득 담긴 쓰레기봉투의 사진을 업로드했다.

인신매매 네트워크

21세기의 세상에도 노예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들에서 중동 지역에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하고 돈을 받고 비행기를 태워 보낸 후 여권을 빼앗고 강제로 계약을 바꿔 노예노동을 시키는 행위다. 남성들의 경우 위험한 공사 현장에, 여성들은 가정부 등의 일을 시키며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막는다.

그런데 이런 인신매매 네트워크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페이스북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업이 항상 그래온 것처럼 이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있다가 2019년에 BBC의 보도가 나왔고, 애플이 이를 보고 페이스북에게 "인신매매 네트워크를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몰아내지 않으면 앱스토어에서 퇴출하겠다"고 위협을 한 후에야 비로소 이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는 "BBC가 취재하기 전에 페이스북이 이 문제를 알고 있었나"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BBC가 취재하기 전에 페이스북이 이 (인신매매 네트워크) 문제를 알고 있었나"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페이스북 내부 보고서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한 내부 보고서에서는 페이스북에 아랍어로 인신매매 네트워크의 구인 광고를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넣을 때 "광고주(인신매매 네트워크)를 쫓아내지 않도록" 가볍게 언급하라는 제언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 제언은 따르지 않았다"고 했지만, 회사의 이익을 위해 그런 제언이 내부적으로 나올 수 있는 문화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독재 정부 눈치 보기

현재 에티오피아에서는 정부에 속한 일부 그룹과 국영 미디어가 한 소수민족을 공격하면서 '인종청소'의 위험이 고조되는 중이다. 따라서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관리해야 하는데, 아랍어로 올라오는 이 지역의 콘텐츠를 살피고 관리하는 인력은 모로코계 아랍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표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들 국가의 내부문제에 왜 페이스북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제 무기상이 위험한 무기를 인종간 갈등이 고조된 지역에 뿌리고는 "나는 물건을 팔았을 뿐 그들의 문제에는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페이스북이 인종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갈등고조와 폭력조장을 막을 능력이 없다면 이런 지역에서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물론 페이스북은 이제 어느 정도 그런 책임을 인정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 외에서는 눈에 띄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베트남의 반정부 인사 부이 반 투안

그 결과를 보여주는 예가 2019년에 페이스북 본사의 연구원들이 했던 실험이다. 그들은 가상의 인도 여성 계정을 만든 후, 페이스북의 알고리듬이 제안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몇 개를 팔로우한 후 어떤 내용이 뉴스피드에 올라오는지 살폈다고 한다. 그 가상의 인도 여성의 피드에는 분열을 조장하는 민족주의자들의 콘텐츠, 허위정보, 폭력적이고 잔인한 콘텐츠, 그리고 소프트 포르노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미국에만 신경을 쓰는 동안 다른 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을 못 했던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해외에서 영업할 때는 그 나라의 룰을 따른다는 이유로 독재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페이스북도 예외가 아니다. 20198년에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베트남에 관한 질문을 받자 "페이스북은 저희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국가에서만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베트남의 반정부 인사가 올리는 콘텐츠를 베트남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유는 많은 베트남인이 문제가 있는 콘텐츠라고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신고는 베트남 정부와 군이 조직적으로 한 것이었고, 내부 문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내부적으로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걸 알고도 정부의 요구를 들어준 셈이다.

이 기사에 등장한 에티오피아 여성의 이야기는 월스트리트저널이 기사와 함께 발행한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통해 본인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다.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마지막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