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기업의 임원을, 그것도 당장 언론 보도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기업의 CEO나 임원을 인터뷰에 섭외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난감한 질문이 쏟아질 거고, 그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할 경우 일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쁜 사람을 부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런데 Vox의 리코드(Recode) 미디어는 이번 주에 인스타그램 총책임자인 애덤 모세리를 팟캐스트에 부르는 기가막힌 기회를 얻었다.

애덤 모세리(Adam Mosseri)는 2008년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페이스북에 합류했고, 10년 후에 인스타그램 총책임자가 되었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섭외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하필 이 시점에 모세리를 인터뷰하게 된 건 운이었다. 모세리 입장에서는 이번 주 초부터 월스트리트저널이 쏟아내고 있는 연재 폭로 기사 때문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큰 곤경에 빠진 상황에서 과연 출연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을 법하다. 게다가 인터뷰어가 빠져나가기 힘든 송곳 질문을 던지는 베테랑 기자 피터 카프카였기 때문에 인터뷰가 쉽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기업이 PR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총책임자가 이미 계획이 잡혀있던 인터뷰를 피한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취소하는 건 더 어렵다. 모세리는 어떤 대응을 했을까? 먼저 그가 맞닥뜨린 상황, 즉 월스트리트저널의 두번째 기사를 살펴보자.

2. 인스타그램이 알고 있던 사실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십 대 사용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를 처음 발견한 건 2012년이었다.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이상 젊은 사용자들이 줄어드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 이유야 어떻든 ("부모 세대가 특정 플랫폼에 들어오면 자식 세대는 떠난다"는 얘기가 있다) 일단 추세가 그렇게 형성되면 돌이키는 일은 쉽지 않다. 페이스북이 십 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던 인스타그램을 당시로서는 깜짝 놀랄 액수였던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인수한 것이 바로 그 해였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스타그램 앱은 원래 사진을 편집하는 도구였다. 하지만 이 앱이 소셜미디어로 변화하면서 십 대 아이들이 자신을, 혹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장소가 되면서 아이들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WSJ의 표현대로) 고등학교 카페테리아에서처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장소가 되면서 자랑의 장소나 심하게는 괴롭힘의 장소처럼 변했고,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면서 우울증에 빠지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보도가 많았고, 이런 보도를 두고 전문가들은 물론 미국의 의회에서도 페이스북의 대응을 추궁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문제의 핵심은 과연 십 대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되느냐에 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이 앱을 사용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외부 전문가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페이스북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연구를 하는 거다.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을 상대로 항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류의 1/3을 가입자로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은 온라인 행동을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요청하면 학자들은 흔쾌히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이 십 대 사용자들이 어떻게 인스타그램 앱을 사용하고 정신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가 없을 리 없다. 전문가들은 그 연구를 공개하라고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페이스북 측은 이런 연구 결과가 'proprietary,' 즉 자신들의 고유한 재산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코카콜라가 극비로 지킨다는 콜라 제조법처럼 소셜 플랫폼 기업들은 자사 알고리듬의 공개를 꺼리는데, 이런 연구 결과는 이런 '영업비밀'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그 핑계다.

그런데 올해 들어 페이스북은 십 대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는 인스타그램의 가입 연령을 13세 이하로 낮추는 '어린이용' 버전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대중의 분노를 샀다. 이 소식에 상원에서는 "내부 연구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페이스북은 그 요구에 6페이지짜리 요약본을 하나 던져주고 끝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내용

그런데 이번에 WSJ이 손에 넣은 자료를 보니 페이스북이 의회에 건네준 자료에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빠져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가령 "젊은이들은 인스타그램이 자신들의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문화적, 사회적 트렌드에서 남들에게 뒤처질까 두려워서 (fear of missing out, FOMO) 앱을 사용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낀다"는 것 같은 내용이 그거다. 대부분 미국과 영국의 십 대를 상대로 조사한 이 연구들에서 페이스북은 아이들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한 후에 타인과의 비교에서 느끼는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사람들은 페이스북 직원이었고, 데이터 사이언스, 마케팅, 제품개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컴퓨터 사이언스, 심리학, 정성 정량 분석 등을 공부한 배경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다섯 번의 내부 발표를 했고, 자신들이 발견한 문제들이 모든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만 발견되는 것들이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한다. "사회적인 비교는 인스타그램에서 더 심각하다"고 보고서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영진은 이 모든 사실을 보고 받은 후에 사용 연령을 13세 이하로 낮추려는 사업계획을 만든 것이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다음과 같은 진술에서 잘 나타난다. "틱톡은 댄스 공연(performance)을 기반으로 하고 (사진과 영상을 사용에서 인스타그램의 경쟁 앱인) 스냅챗은 사용자의 얼굴을 중심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필터를 중심으로 사용하는 반면, 인스타그램은 사용자의 신체와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로 이 지점이 십 대들에게 인스타그램이 특히 위험한 이유라고 설명하는데, 페이스북은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는 이런 내부 자료를 소개한 후에 십 대 시절에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면서 큰 우울증에 빠졌던 여성들의 증언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이 기사와 함께 나온 WSJ의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인스타그램 총책임자의 반론

페이스북의 문제를 추궁하는 대표적인 상원의원 두 사람은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멘털과 공화당의 마샤 블랙번이다. 이들은 상원의 상업, 과학, 교통 위원회에 소속되어 빅테크의 문제 중에서도 소비자/사용자와 관련된 이슈에 집중한다. 복잡한 문제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정치인답게 이들은 인스타그램의 문제를 담배회사의 부도덕성에 비유한다. "페이스북은 십 대들을 타겟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대중을 상대로 과학(적 연구 결과)을 숨겼던 담배회사들의 영업방식을 배운 것 같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앞서 언급한 리코드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총책임자에게 진행자 피터 카프카는 WSJ이 언급한 블루멘털 상원의원의 비유를 전달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참고로, 이 인터뷰는 아주 훌륭하다. 단순히 진행자가 날카로운 질문을 한 것만이 아니라,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모세리의 대답도 설득력이 있었고, 그 대답에 부드럽지만 더 날카로운 팔로우업 질문으로 물고 늘어지는 카프카의 공격, 방어는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최고 수준이다. 가능하면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피터 카프카(Peter Kafka)

모세리는 팟캐스트에 등장한 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전적으로 부정하거나 기분이 상한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 대신 전반적인 보도의 내용을 인정하면서 대신 보도의 '앵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특히 십 대 소비자를 공략하면서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숨기고 대중을 속인 담배회사의 비유에 대해서는 "담배는 이로운 기능이 전혀 없는 제품이지만, 소셜미디어는 분명히 순기능이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는 답을 했다. 세계 곳곳에서 미투운동, BLM과 같은 다양한 사회운동이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일어나고 있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모세리는 더 나아가 "많은 사람을 연결하면 반드시 역기능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훨씬 더 많을 때는 서비스 자체를 비판하고 없앨 게 아니라 문제점을 해결해가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소셜미디어는 담배가 아닌 자동차에 가깝다고 스핀(spin) 하는 PR 기술을 구사했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많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순기능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인류사회는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자동차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프카는 "그건 맞는데,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서 규제했다. 소셜미디어도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며 현재 워싱턴의 분위기를 반영한 날카로운 카운터를 날렸다).

Recode Media with Peter Kafka
What happens when media, entertainment, and technology collide? Host Peter Kafka, one of the media industry’s most acclaimed reporters, talks to business titans, journalists, comedians and podcasters to get their take. Recode Media is produced by Recode and the Vox Media Podcast Network. You can lis…

모세리의 '자동차 프레임'은 훌륭한 답변이었고, 페이스북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겠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담배회사 프레임'이 훨씬 기억에 더 잘 들러붙는(="sticky") 프레임이다. 어쨌거나 페이스북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연구 결과를 숨겼고, 취약한 십 대들을 계속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