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분석과 거친 입으로 유명한 뉴욕대학교의 스캇 갤로웨이는 종종 마크 저커버그와 도널드 트럼프의 공통점을 이렇게 말한다. "이 두 사람은 '거짓말을 하려면 한 번만 하지 말고 끊임없이 해서 사람들이 너의 거짓말을 소음으로 생각해서 아예 관심을 끄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빌 클린턴이나 리처드 닉슨처럼 한 번 거짓말을 한 대통령은 그 거짓말을 철저하게 추궁당하고 대가를 치르게 되지만, 트럼프처럼 입만 열면 거짓말을 사람에 대해서는 대중이 그냥 귀를 닫고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스타트업이 개발 중인 제품, 서비스의 성과를 약간 부풀리는 건 실리콘밸리에서 흔한 일"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방어했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고, 그래도 실리콘밸리는 적당히 굴러간다. 문제는 그런 "가벼운" 거짓말이 하나의 문화가 되면 엘리자베스 홈즈 사람들이 나오게 된다는 데 있다. 애플이 무선 충전패드(AirPower)의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곧 나온다"고 홍보했다가 만들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역시 증명도 안 된 기술로 피 한 방울을 사용해 250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거액의 투자를 받아 챙기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다. 전자는 기업의 망신으로 끝나지만, 후자는 투자자들의 큰 손해로 이어진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마치 기술로 인류를 꿈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할 것처럼 아름다운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관객이 알고도 속아주는 3-D 영화라면,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자신들의 정책과 이윤 추구의 결과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청소년의 자살이 증가하는 등의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책을 바꾸지 않고 끊임없는 거짓말로 둘러대는 건 인류와 사회에 대한 공격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런 정보를 '사업 기밀'이라는 핑계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과 사람들이 저커버그의 거짓말에 무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스턴 글로브가 터뜨리기 전에도 천주교 사제들의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들의 탐사보도는 이 문제를 공론화시킨 촉매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돈과 권력이 있는 기관들이 숨기는 정보를 찾아내는 탐사 저널리즘이 존재한다.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문 제보자를 설득하고,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문서를 찾아내어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일, 그래서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정부와 정치인을 움직이게 만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는 작업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탐사보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 취재

몇 달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수의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고 한다. 그 자료 중에는 페이스북이 내부적으로 행했던 연구 보고서와 그 결과를 임원진에 제안과 함께 전달한 발표 자료, 그리고 직원들끼리 주고받은 온라인 대화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개 탐사 보도가 그렇듯 월스트리트저널은 여러 명의 기자를 이 작업에 투입해서 자료를 분석하고, 전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팩트 확인을 거치는 과정을 비밀리에 진행했다고 한다. 이처럼 거대한 언론사가 탐사보도를 준비 중임을 페이스북이 알게 되면 직원들의 입단속을 하거나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 폭로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잠깐, 월스트리트저널은 Fox News와 함께 루퍼트 머독의 News Corp에 포함되어 있고, 머독은 빅테크 플랫폼들과 싸움을 하는 중이다. 따라서 이번 폭로도 이런 큰 그림을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신문의 정직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렇게 준비한 기사를 지난 월요일부터 매일 쏟아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9월 16일) 오후에 4편이 나왔는데, 각 기사가 이 신문의 평균 기사 길이(대체로 뉴욕타임즈보다는 짧은 편이다)에 비해 긴 피처 기사에 해당한다. 그리고 기사마다 그 취재에 참여한 기자와 인터뷰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가 만들어진다. 앞으로 몇 주 동안 그렇게 하겠다는 것으로 보아 이번 취재는 신문의 자원이 집중적으로 투여된 주요 기획이다.

이 피처 시리즈는 그 내용은 물론이고 시기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의 백악관과 의회가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칼자루를 건네줄 만한 폭로가 많기 때문이다. 3편까지 읽은 시점에서 요약을 하면, 1편은 페이스북이 비밀리에 유지하고 있던 화이트리스트, 즉 유명 사용자들에게 특별 대우를 해주고 있었음을 밝히고 있고, 2편은 인스타그램이 십 대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음을 내부 연구로 알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3편은 페이스북이 떨어지는 사용률을 회복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알고리듬이 사회 분열을 악화시켰지만, 저커버그는 이윤을 위해 이를 알고도 손을 쓰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세 편의 기사를 관통하는 주제는 거짓말이다. 저커버그는 연방의회에 출석해서도 거짓말을 했고, 대중을 상대로도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왔음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이번 취재에 참여한 기자들은 "자료를 열어보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여론이 의심했던 것들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 그런데 그걸 알고도 페이스북은 거짓말로 일관해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오터레터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순차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긴 기사를 그대로 번역하는 대신 요점을 정리하고 해설을 붙이는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

1. VIP를 위한 특별대우, '크로스체크'

대학교 캠퍼스에서 '얼굴 평가' 사이트로 시작한 페이스북은 초기만 해도 사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사용자들이 급증하면서 포르노성 콘텐츠를 비롯한 문제성 업로드가 발생하면서 단속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인원이 투여되면서 내부적으로 일관된 기준이 필요했고 (가령 '여성의 젖가슴 노출을 금지한다면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사진도 금지해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 이런 필요는 인공지능을 이 작업에 적용하면서 더욱 절실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은 아웃소싱 업체 직원에게 전달되었고 인공지능 알고리듬에도 적용했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기사에 따르면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감춰지거나 삭제된 콘텐츠의 10%가 기준을 잘못 적용한 오류라고 한다. 나도 한 두 번 경험한 일이지만, 이런 이유로 감춰진 포스팅은 대개 어필 절차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포스팅이 그렇게 쉽게 회복되는 건 아니고, 어떤 건 '페이스북 대법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감독위원회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콘텐츠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사에 따르면 2014년 즈음 페이스북은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다가 문제에 부딪혔다고 한다. 셀레브리티의 포스팅을 기준대로 삭제했다가 백래시를 만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기가수 리하나(Rihanna)의 인스타그램 사진 삭제였다. 리하나는 자신의 가슴을 노출한 프랑스의 한 잡지 표지를 자신의 계정에 올렸는데 이를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규정 위반으로 삭제하자 "페이스북이 검열(censor)한다"는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일들이 잦아지자 페이스북에서는 유명인들이 올리는 포스팅은 규정대로 삭제하기 전에 검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사실상의 화이트리스트(whitelist)가 만들어진 거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입수한 페이스북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선택된 소수의 사용자에게는 우리의 정책과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페북 커뮤니티의 다른 사용자들과 달리 이들은 우리의 기준을 어겨도 처벌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화이트리스트는 한 부서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고, 사실상 페이스북 직원들이면 누구나 이 리스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유명인의 이름을 넣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그 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한때 58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런 특별 대우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네이마르와 보복성 음란물

이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프로젝트는 원래 '쉴드치기(Shielding)'라고 불렸다가 "유명인들에게 쉴드를 쳐준다는 건 어감이 좋지 않다"는 내부의 지적으로 크로스체크(XCheck)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규정에 따라 삭제하지 말고 한 번 더 체크한다는 의미로 붙인 것이지만, 일반인들의 포스팅을 사정없이 일단 삭제를 한다는 점에서 VIP 관리인 셈이다. 페이스북은 왜 그랬을까?

세계적인 축구 스타 네이마르 주니오르(Neymar da Silva Santos Júnior)의 사건이 그 이유와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예다. 네이마르는 지난 2019년에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 네이마르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그 여성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함께 당사자의 이름과 함께 누드 사진을 올렸다. 둘 사이의 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며, 그 여성이 돈을 노리고 협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나중에 네이마르의 성폭행 혐의와 여성의 공갈, 협박 혐의는 둘 다 기각되었지만, 이유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노출 사진을 당사자의 허락 없이 포스팅하는 행위는 페이스북의 정책을 중대하게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무관용 원칙에 따라 바로 포스팅이 삭제될 뿐 아니라, 계정 또한 정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페이스북 직원이 그 사진을 삭제하려 했지만, 네이마르가 '크로스체크' 리스트에 들어있기 때문에 시스템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무려 24시간 동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 여성의 노출 사진은 5천만 번이 넘는 뷰(view)를 기록했고, 여성은 드러난 신상정보 때문에 네이마르의 팬들의 집단적인 괴롭힘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이 사건으로 페이스북은 5천 만 번의 뷰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이 유명인의 포스팅을 특별하게 취급하는 이유는 그들의 포스팅이 사람들의 클릭을 부르고, 문제가 되는 포스팅은 더욱더 많은 클릭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자체의 리뷰에 따르면 이렇게 크로스체크 리스트에 올라있는 VIP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규정을 어긴 포스팅이 2020년 한 해에만 무려 164억 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리고 물론 그 리스트에는 소셜미디어의 슈퍼스타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특별 대우가 진행 중인 동안에도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규정을) 어기면 우리는 대통령 같은 고위직 공무원이든 누구든 상관없이 조치 취한다"라고 강조하고 다녔다. 하지만 트럼프가 누가 보기에 분명하게 규정을 어기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페이스북 규정대로 트럼프의 계정을 삭제하라고 4년 넘게 요구해도 저커버그는 꿋꿋하게 버텼고, 더 버틸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선출된 공직자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댔다. 하지만 진정한 이유는 트럼프가 페이스북에 가져다주는 방문자들 때문이었던 게 분명해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3월에 크로스체크 프로그램에 더 이상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는 작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미 이름을 올린 VIP들의 특별 대우를 멈춘 것 같지는 않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