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They are killing people)"는 다소 거친 말을 했다.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에 어떤 말씀을 하시겠느냐"는 질문에 바이든은 현재 "팬데믹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하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말을 한 번 더 강조했다.

바이든의 말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이 가짜뉴스를 계속 확산하고 있고, 그런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면서 팬데믹이 끝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확진자,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쉽게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같은 날 미국의 의무 총감(Surgeon General: 서구 국가에 전통적으로 존재하는 최고직 의료공무원)인 비벡 머시Vivek Murthy는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 관련 허위정보가 "공공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가짜뉴스 확산을 막는 데 협조해달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평생을 정치인으로 살아온 바이든이 자신의 발언이 큰 뉴스가 되리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고, 오히려 의무총감과 함께 이 문제를 금요일에 제기해서 언론사들이 크게 다루도록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를 겨냥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화답하듯 언론사들은 백악관이 소셜미디어에서의 백신 관련 가짜뉴스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CNN 웹사이트

슈퍼전파자 12명

그런데 CNN의 보도를 보면 "백악관이 '허위정보 12인' 문제로 빅테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헤드라인을 볼 수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퍼지는 백신에 관한 허위정보의 65%를 약 12명이 퍼뜨리고 있다"고 한 말을 언급한 것이다. 그럼 이 열두 명은 누구이고, 이 통계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먼저 이 통계는 CCDH(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 디지털 증오 대책센터)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등장한 것이다. (이 보고서의 한 페이지 요약본은 여기에서, 그리고 40페이지 보고서 전문은 여기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해서 읽을 수 있다). 지난 2월 1일부터 3월 16일 사이에 온라인에 돌아다닌 백신 관련 허위정보 81만 2천 건의 출처를 추적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허위정보의 65%가 단 12명이 생산한 내용이라고 한다. 가짜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어온 페이스북의 경우 더 심각해서, 이 플랫폼에서 돌아다니는 백신 반대 콘텐츠의 73%가 이들 12명이 생산한 내용이었고, 트위터의 경우 이들이 만들어낸 허위정보는 전체의 17%만을 차지한다. 페이스북의 확산력, 혹은 부족한 대응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위의 보고서는 부록(14페이지 이하. 사실 부록이 본론이다.)에서 이들이 누구이고, 어떤 소셜플랫폼에서 활동하는지, 혹은 사용 정지를 당했는지 설명한다. 이 중에는 의사도 있고 (셰리 텐페니, 라시드 부타르, 크리스티앤 노스럽. 감염병과는 거리가 멀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JFK의 동생이자, 법무부 장관이었다가 형의 뒤를 이어 대선에 출마했다가 암살당한 로버트 F. 케네디의 아들) 같은 잘 알려진 정치인도 있고, 부부가 함께 혹은 별도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엄청난 팔로워를 거느린 소셜미디어 셀레브리티들이라는 것. 결국 이런 이들의 "지위"가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효과적으로 퍼뜨리게 하는 것이다.

이들이 퍼뜨리는 허위정보는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목수정 부류의 콘텐츠에서부터 빌 게이츠가 백신을 팔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음모론까지 다양하고, 음모론이 나올 때 빠지지 않는 메뉴인 로스차일드 가문 얘기도 등장한다.

"마스크를 벗으라"는 옥외 광고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에 반대하는 페이스북 그룹 중에는 무려 23만 6천 명의 멤버를 가진 곳도 있다. 이런 그룹들이 한 달에 생산해내는 포스트는 약 1만 개.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이 사실을 모를까? 모를 리 없다. CCDH는 페이스북의 데이터 전문가들이 내부 조사를 통해 백신에 저항하는 콘텐츠 전체의 절반을 111명이 만들어낸다고 결론을 내렸다. 페이스북의 결론은 (12명이 73%의 백신 허위정보를 만들어낸다는) CCDH의 분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왜일까?

CCDH는 페이스북이 백신 허위정보의 궁극적인 원천(ultimate source)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가령 문제의 12인 중 한 사람인 조셉 머콜라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허위 주장이 페이스북에서 무려 1만 2천 번이 공유되었지만, 페이스북은 그 주장을 공유한 사람들까지만을 살펴보는 데 그쳤고, 그들이 공유한 내용이 공통적으로 머콜라의 웹사이트에서 왔다는 사실은 밝혀내지 않았다는 것. 페이스북이 111명을 지목한 것과 달리 CCDH가 12명으로 좁힐 수 있었던 것은 최초 작성자와 소스(source)를 찾아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열두 명 중에서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단 두 명만이 페이스북에서 계정을 삭제당했지만, 그 두 사람의 경우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에서는 전혀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고, 그나마 트위터에서 계정을 정지당한 사람은 한 명뿐이다.

플랫폼이 방치한 결과  

바이든으로부터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비난을 들은 페이스북은 대변인을 통해 즉시 반박했다. 페이스북은 바이든의 말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이며, "20억 명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전문가의 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있지, 죽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20억 명이 본다는 코로나19 정보는 거의 예외 없이 아래와 같은 알림창으로 뜬다. 페이스북에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을 포스팅해본 사람들이라면, 혹은 그런 포스트를 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만나는 버튼이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할까? 이 알림을 본 사람 중에서 몇 명이나 클릭해서 페이스북이 설명하는 내용을 읽어봤을까? 들어가 보면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이 뜬다. 사용자가 거주하는 지역이나 인근 지역의 확진자 숫자와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좀 뜨고, 관련 기관을 팔로우하라는 내용 정도가 전부다. 이런 내용과 위에서 본 것처럼 대중의 불안감에 기대는 자극적인 내용이 가득한 허위정보 중에서 어느 쪽이 사람들의 눈을 끌고, 공유를 유도할까? 그리고 그 답을 페이스북이 과연 모를까?

바이든과 페이스북 사이에 설전이 오간 다음날, 뉴욕타임즈는 백신과 관련한 허위정보가 많이 퍼져 백신 접종률이 30%를 겨우 넘는 아칸소주의 한 카운티를 취재한 기사를 실었다.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카운티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환자들이 밀려드는데, 정작, 이 병원에서 일하는 1,800명 중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절반에 그친다고 한다. 주 전체의 의료인력 중에서 백신 접종자는 40%밖에 되지 않는다. 백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백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으니 일반인들의 백신에 대한 신뢰는 어떤 수준일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렇게 버티던 사람들도 병원에 입원해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고생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전화를 돌린다는 사실이다. 물론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는 허위정보의 확산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