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소개한 '12명의 슈퍼 전파자'에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거나, 아예 음모라고 생각하고 백신 접종을 거부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백신의 공급이 문제일 뿐 국민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냐를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을 넘어 정부의 모든 활동을 일단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가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그것이 하나의 당연한 사고체계로 자리 잡은 나라들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허위정보가 이런 사람들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지인이 백신에 주저하는 사람들이 전부 백신 거부자이거나, 음모론 신봉자로 생각할 수는 없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미신에 가까운 음모론을 믿는 사람과 과학을 철저하게 신뢰하는 사람들이 양극단에 있다면, 많은 사람이 그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백신의 효과나 거의 절대적인 확률을 의심하는 것도 아니고, 가짜뉴스에서 조작하는 허무개그를 신뢰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를 충분히 알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다른 개인적인 이유들도 있을지 모르는데" 단순히 백신을 맞지 않는다고 해서 안티백서(백신 거부자)이고, 무식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옳으냐는 그 지인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였다.

미국의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Kaiser Family Foundation이라는 곳이 있다. 의료와 관련한 이슈를 다루는 비영리단체로, 미국에서는 기자들이 신뢰하고 인용하는 연구자료를 발표하는 Kaiser Health News도 운영한다. 사회 문제와 관련해 좋은 연구자료를 발표하는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처럼 특정 정파나 정당에 치우치지 않아서 신뢰를 얻는 좋은 정보 창구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백신 접종을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소개해본다.

1. 대부분은 백신이 나오기 전에 했던 말대로 행동했다

  • (지난 1월에 했던 조사에서) 백신이 나오자마자 접종하겠다고 말한 사람들의 대부분(92%)은 정말로 접종했다.
  • 백신이 나와도 일단 "기다리면서 지켜보겠다"고 답한 사람들 중 54%만이 접종했고, 46%는 접종을 하지 않았다.
  •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할 때만 접종하겠다"라거나 "어떤 일이 있어도 접종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 중 24%만이 접종을 했고, 대다수(76%)는 아직도 접종하지 않았다.
  • 백신이 나오는 대로 접종하겠다고 했던 사람 중 72%는 2개월 전에 접종을 마쳤고, "일단 기다려보겠다"고 했던 사람 중 46%는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10%는 한 달 전에 접종해서 자신이 했던 말대로 지켜보다가 접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 그런데 접종하기로 생각을 바꾼 사람들도 있다

1월 조사에서 '일단 기다려보겠다.'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할 때만 하겠다.' 혹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 중 21%가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그들은 왜 생각을 바꿨을까? 무엇, 혹은 누가 그들의 생각을 바꿨을까?

생각을 바꿔서 접종하기로 한 사람들의 4분의 1이 다른 사람들, 특히 친구나 가족이 백신 접종을 하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본 후에 접종을 결심했다고 한다. 즉, 이 사람들은 백신에 대한 '불신'이라기 보다는 '불안감'이 있었던 사람들이고, 타인, 특히 주위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본 후에야 안심한 것이다.

그 외에도 친구나 가족의 압력으로 접종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8%, 친구, 가족을 (안전하게) 만나고 싶어서 접종을 결심했다는 사람들이 3%였다. "다른 주에 사는 가족을 만나러 갔는데, 거기에 모인 가족들이 전부 주사를 맞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내게 적극적으로 권했고, 나도 가족들에게 위협이 되고 싶지 않아 결정했다" "친구와 가족들, 그리고 직장에서도 계속 권하는 바람에 결국 접종을 하게 되었다"는 식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신이 다니는 병원의 의사, 의료진이 권해서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는 사람들(11%)이다.

그렇다면 설득의 과정은 어땠을까? 백신을 거부하거나 망설이다가 접종하기로 마음을 바꾼 사람 중 52%는 자신을 설득하는 말을 듣거나 글을 읽었다고 하고, 36%는 접종을 설득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설득한 사람 중에는 가족이 17%로 가장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의사가 설득해서 마음을 바꾼 경우 그 의사가 "당신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백신을 맞으라"라고 하는 말에 그렇게 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3. 반대로 접종을 안 하기로 생각을 바꾼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마음을 바꾼 사람 중에는 반대쪽으로 이동한 경우도 있다. 접종을 하겠다고 했다가 6개월이 지나도록 접종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도 10% 가까이 된다. 이 사람들은 왜 생각을 바꿨을까? 부작용이 두려워서 안 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접종한 후에 아팠다는 말을 들은 경우, 여전히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즉 더 많은 사람이 접종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팬데믹 자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단한 것도 아닌데 과장된 질병이고, 따라서 백신이 필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사람들이다. "내 딸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같이 사는) 나도 아무런 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아마 면역력이 있거나 항체가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우리가 코로나19에 걸린 게 아닌데 (방역 당국이) 숫자를 늘리기 위해 거짓으로 확진 판결을 내린 것 같기도 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4. 그럼 접종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일까?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드는 이유를 많은 순서대로 보면 아래와 같았다:

  • 부작용(side effects) 21%
  • 백신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서 16%
  • 필요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아서 10%
  • 그냥 기다려보기로 7%
  • 아예 백신이라는 걸 신뢰하지 않음 7%
  • 내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기 힘듦 7%
  • 코로나19는 대단한 게 아니고, 백신이 오히려 더 위험 7%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지식 때문에, 혹은 원래 백신을 불신해서 접종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14%에 불과했고, 단순히 미루고 있거나 새로운 백신이라는 이유로, 혹은 접종 후에 열이 나는 등의 부작용이 두려워서 회피하는 사람들이 44%로 월등히 많았다. 즉, 내 지인이 지적한 것처럼 모든 사람이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를 믿어서 피하는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