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들여보낸 지 3일째 되는 30일, 가자 지구에서 촬영된 영상이 큰 화제가 되었다. 주요 언론사가 조작된 영상이 아님을 확인한 이 영상은 이스라엘 탱크가 민간인 차량을 쏘아 폭파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시신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독자에 따라서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란다.

만약 위의 영상을 볼 수 없다면 여기여기에서 볼 수 있다.

이 영상에 등장한 장면은 이렇다. 가자 지구 내 텅 빈 도로 끝에 이스라엘군의 불도저와 탱크가 있다. (화면에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팩트 체크를 한 내용이다.) 그런데 한 민간용 승용차 한 대가 그들을 향해 가다가 탱크를 발견한 듯 U턴을 하면서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 이 차량이 그 자리를 뜨기 전에 탱크가 포를 쏘아 차량을 폭파한다.

그런데 이 장면은 아마도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보이는 다른 차의 탑승객이 찍었다. 이들은 탱크가 민간용 차량을 폭파하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면서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 질주한다. 운전석 옆에 앉은 사람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있다. 이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온라인에 등장한 한 통역에 따르면, "저기 좀 봐. 저거 촬영해! 저거 촬영해! 신이시여 저들을 보호하소서," "저 사람은 이제 죽었다," "차를 돌린다!" (탱크의 사격) "죽었어! 저 사람 죽었어!" "한 가족을 다 죽인 거야!" (다른 차량이 그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차 돌려! 차 돌려!"라는 대화라고 한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고 해도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 범죄다. 따라서 이 영상이 퍼진 후에 곳곳에서 이스라엘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 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군 탱크가 아무런 도발도 하지 않고 길을 지나던 민간인 차량에 사격해서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똑같은 만행이 고스란히 되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처음 받은 인상은 그랬다.

그런데, 영상의 내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로 전쟁 상황을 자신의 군 생활 경험을 통해 분석, 설명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이언 맥베스(Ryan McBeth)의 의견이었다. 그는 이스라엘군 탱크가 문제의 차량을 VBIED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VBIED는 차량에 탑재된 급조폭발물(Vehicle Borne Improvised Explosive Device)을 말하는 것으로, 이라크 전쟁에서 민간인으로 위장한 적이 검문소 등에서 미군을 사살하기 위해 차량에 폭발물을 잔뜩 싣고 자살 공격을 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미국의 사이버보안 및 인프라보안국(CISA)에서 발행한 내용(아래 슬라이드)에 따르면 이렇게 폭발물을 장착한 차량이 가진 특성이 있다. 그중 제일 먼저 등장하는 내용은 이들 차량이 폭발물을 많이 싣고 있기 때문에 무거워서 차체, 특히 차의 뒷부분이 축 처진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좌석과 트렁크에 상자 따위가 실려있고, 이를 감추기 위해 뒷창문을 가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정체를 숨기기 위해 번호판이 가려져 있거나 조작된 경우, VBIED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출처: CISA)

맨 위의 영상을 보면 차량의 뒷부분이 축 처져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에서 사용하는 자동차 번호판은 흰색 배경을 갖고 있는데, 문제의 차량은 어둡게 칠해졌거나 가려진 것처럼 보인다. (이를 설명하는 맥베스는 이 부분은 영상이 압축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가까이에 있던 이스라엘군이 차량이 가진 다른 특징을 확인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영상 속 차량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CISA의 식별 가이드에 따른 특징은 위의 두 가지, 뒤가 축 처진 모습과 가려진 번호판이다.

하지만 맥베스에 따르면 수상한 점은 더 있다. 우선 이 차량이 정말로 (가족이 탄) 민간인 차량이냐는 것.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10월 초 테러 직후 가자 지구 공격을 예고하며 가자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피신하라고 지시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저렇게 차를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위험 지역에 남아 있다는 건 좀 의아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이 차량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완전 봉쇄에 들어간 후로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아주 약간(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물과 식량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연료 공급은 오래전에 끊겼다. 따라서 가자 지구에서 아직도 저렇게 돌아다닐 수 있는 차량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연료를 비축해 둔 하마스의 군대, 알카삼 여단 소속일 가능성이 있다. 맥베스가 말하려는 건, 만약 미군 탱크가 영상 속 이스라엘 탱크와 똑같은 상황에 있었어도 발포를 했을 거라는 얘기다.  

가장 수상한 대목은 이 모든 장면을 촬영한 차량의 정체. 이들은 이스라엘 탱크가 문제의 차량에 사격을 할 것을 예상했다는 듯, 잘 볼 수 있는 지점에서 촬영을 시작한 상태였다. 게다가 운전자 옆에 앉은 탑승객은 망원렌즈가 달린 고성능 카메라도 이를 찍고 있었다. 우연히 찍혔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준비된 모습이다. 맥베스는 절대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문제의 차량이 이스라엘의 불도저를 폭파하기 위해 다가가던 VBIED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차량을 탱크가 발견했고, 사격을 준비하자 U턴을 하면서 달아나려 했지만, 탱크의 포를 피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는 거다.

그럼 이를 촬영한 사람들은 무슨 의도였을까?

맥베스에 따르면, VBIED 공격은 성공해도, 실패해도 좋은 프로파간다가 된다. 성공할 경우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을 무찌르는 모습으로 홍보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민간인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라고 홍보할 수 있어서 그렇다. 이 영상이 퍼진 후에 이스라엘군에 쏟아지는 비난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이 영상을 촬영한 이들이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고, 이들의 주장처럼 폭파된 차량에 폭발물이 아닌 민간인들이 타고 있었을 수도 있다. 비록 수상한 점은 많지만 우리는 쉽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소셜미디어가 전쟁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2023년에는 더욱 그렇다.


며칠 전 나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베이비부머 세대(1946~64년생)의 83%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반면, 밀레니얼과 Z세대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48%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후자의 경우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거나, 모르겠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40%에 달한다.

(출처: Axios)

뉴욕 대학교의 스캇 갤로웨이(Scott Galloway)는 이런 차이를 두고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와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성인이 되면서 소속된 집단(혹은 가족)을 떠나 자신만의 집단을 만드는 작업을 쉽게 해주는, 진화생물학적, 인류학적으로 건강한 과정"이라고 하면서도, 이런 차이가 두 세대가 서로 다른 미디어를 소비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를 버리기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틱톡의 영향을 생각하면, 이들이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은 틱톡에서 접하는 영상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언 맥베스가 하마스의 프로파간다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처럼, 갤로웨이도 젊은 세대가 하마스를 비롯한 특정 세력의 홍보전에 넘어간 것으로 단정하지는 않지만, 그 세대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여전히 중국 정부의 잠재적 영향력 아래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 그런 우려의 근거는, 미국이 그동안 전 세계를 상대로 미디어를 통해 자국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해 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그렇게 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중국이나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세계는 이제 유럽과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이 진행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인류에게 전쟁은 하나도 새로울 게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소셜미디어와 전쟁이 공존하는 세상에 살아본 적이 없다.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을 함부로 믿어서도, 쉽게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되지만, 끔찍한 이미지는 우리 뇌의 가장 오래된 지점을 공략하고 우리는 빠르게 분노하고 반응하는 데 너무나 익숙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