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미국 테크기업들 중에서도 유독 경영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은 기업들이 있다. 애플과 아마존이 그렇고, 넷플릭스가 그렇다. 아래는 큰 관심을 모았던 넷플릭스의 분기 실적의 의미를 설명한 스캇 갤로웨이(Scott Galloway)의 글이다. 2022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며 "넷플릭스가 불안하다"는 말이 나왔을 때 경영진이 보여준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언론에서는 별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지난주(10월 셋째 주) 최대의 비즈니스 뉴스는 넷플릭스와 메타의 분기 실적 발표였다. 엄청난 성과였다. 넷플릭스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20%의 성장을 보이며 16억 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요금을 인상하고 있는데도 가입자는 900만 명 증가했다. 메타의 경우는 매출이 24% 증가하면서도 비용은 7% 감소했고, 그 결과 영업이익은 두 배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넷플릭스에만 주목해 보자.

넷플릭스의 주가 변동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넷플릭스는 분기 당 100만 명의 가입자를 잃고 있었고, 시가총액의 75%가 날아간 상황이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최악의 성과였다. 그런데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난 지금,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허우적대고 있는 시기에 넷플릭스가 발표한 "아름다운" 성과에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추락했다가 다시 치솟은 게 처음은 아니다. DVD를 배달하는 걸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내는 회사다. 생각해 보라. 우편으로 DVD를 보내던 회사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되고, 영화 제작에 뛰어들어 헐리우드의 큰 손이 되더니,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대기업들과 영문 약자를 섞는(FAANG,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사이가 된 거다. 나는 올해 들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넷플릭스는 디즈니, 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를 제치고 콘텐츠 왕좌를 차지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이 세 기업을 합친 것보다 많다.

예견했던 일

나는 5개월 전, 헐리우드 작가들의 파업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파업이 넷플릭스에는 손해가 아니라 이득이 될 거라고 예견했다. 그런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작가들의 파업은 업계 전반의 지출을 "강제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넷플릭스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여준다. 넷플릭스가 가진 콘텐츠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가입자는 사용 경험에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데, 파업 덕분에 넷플릭스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 파업으로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오지 못한) 심야 토크쇼나 시트콤과 달리, 넷플릭스의 '오자크(Ozark)'나 '브리저튼(Bridgerton)' 같은 히트작들은 유통기한이라는 게 없다.

넷플릭스는 영업이익만 20% 증가한 게 아니다. 작년에 16억 달러였던 넷플릭스의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은 크게 증가해서 올해 65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은 8%가 증가해서 상승 폭이 크지는 않지만, 이는 넷플릭스 영업이익의 증가가 비용 감소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얘기다. 즉 '위처(The Witcher)' 같은 드라마에 에피소드 당 2,000만 달러씩 쓰지 않아도 되었다는 거다.

애널리스트들은 오히려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 "작가 파업이 끝나면 비용이 증가할 것"이고, 그러면 이익은 줄어들 거라고 하는데, 이 말이 뭐냐면, 투자자들은 헐리우드의 파업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는 얘기다. 헐리우드의 파업을 주도하는 작가 조합, 배우 조합의 지도부가 넷플릭스와 결탁한 사람들이 아닐까 의심을 해봐도 좋을 만큼 넷플릭스에 좋은 일을 하는 중이다.

어쨌거나 파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내놓은 성과는 파업을 주도한 노동조합의 장기적 전략 부재넷플릭스의 뛰어난 장기적 전략의 존재를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지난 20여 년 동안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몇 가지 비즈니스 전략을 따르고 있었고, 세월이 지나면서 그 전략의 우수성이 드러나고 있다. 그게 뭔지 살펴보자.

다각화 전략

ProfG.AI에 다각화의 가치가 뭐냐고 물어보면 이런 답이 나온다. "다각화는 치명적인 재정 손실로부터 보호해 주는 방탄복(Kevlar)입니다. 이익을 제한하지만, 큰 손실도 제한해 주는 방어전략이죠."

넷플릭스는 다각화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해외 제작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그거다. 넷플릭스는 헐리우드에서만 콘텐츠를 제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세계 각 지역 언어로 제작하는 콘텐츠에 투자하는 쪽으로 이동했다. 지난 2년 동안 넷플릭스의 아시아 지역 투자는 20억 달러로 증가했고,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는 두 배로 늘었다. 대본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만들어진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의 경우 1/3, 파라마운트의 경우 1/4에 불과하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해외 조달의 비중을 늘린 결과, 콘텐츠 공급 차질을 피할 수 있었다. 미국의 작가, 배우가 파업을 하면서 TV 시리즈물 제작이 25% 감소했지만, 해외 콘텐츠는 차질 없이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사별 해외 제작 비중

거기에 더해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라이선스 콘텐츠를 섞는 방식으로도 다각화를 유지했다. 넷플릭스가 올해 내린 가장 영리한 결정은 NBC유니버설에서 '슈츠(Suits)' 방영권을 사온 것이다. '슈츠'는 2011년에 방송된 법정 드라마인데 지난여름 넷플릭스에 올라온 이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 정도가 아니라, 3개월 동안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틀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이었고,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에 등극했고, 스트리밍 역사상 주 1위에 가장 오래 머무른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좋은 시리즈를 찾아내 다시 내놓아서 세상에서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로 만드는 것. 이게 바로 넷플릭스 효과다.

이 드라마는 한국판으로도 제작되었다.
9월 넷째 주 인기 스트리밍 프로그램 (시청 시간 기준)

적응하지 못하면 죽는다

자연에서 살아남는 건 가장 힘이 세거나, 가장 빠른 종(種)이 아니라, 가장 적응을 잘하는 종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벤처 투자자인 미국 정부가 투자해 놓은 것 위에 단단한 혁신의 층을 쌓는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만든 GPS를 이용한 아이폰을 만들었고, 페이스북은 미국 정부가 투자해서 만든 인터넷망 위에 앱을 만들었다. 넷플릭스는—아마존이 처음에 했던 것처럼—미국 최대의 콘텐츠 배달 플랫폼인 우체국 시스템을 이용해서 DVD 배달을 시작했다.

DVD를 배달한다고 하면 한심하게 들리겠지만, 이건 사실 훌륭한 사업이었다. 넷플릭스는 1997년에 사업을 시작해서 2002년에 주식을 상장했고, 2006년에 매출액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잠재 고객이 가장 싫어하는 것(pain point)이 뭔지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반납 기한을 넘겨 벌금을 물게 된 비디오테이프가 그거다. (넷플릭스는 월별 요금제였고, DVD 반납 기한이 없었다—옮긴이)

넷플릭스의 경영진은 DVD 배달 사업의 성공에 안주해서 스트리밍으로의 피봇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자하면 DVD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고, 2007년 세상에 스트리밍을 선보였다.

넷플릭스가 보여준 과감한 피봇은 스트리밍만이 아니다. 2011년에는 넷플릭스가 "플랫폼"이라는 평판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이상한 결정으로 보였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만드는 건 "헐리우드의 빅 5"라 불리던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소니 같은 쟁쟁한 제작사들에 맞서겠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첫해에만 20억 달러를 콘텐츠에 투자하며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넷플릭스가 만든 최초의 오리지널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는 33개의 에미상과 8개의 골든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기회 vs. 문제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당신의 문제(problems)가 아니라 당신이 가진 기회(opportunities)에 투자하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넷플릭스만큼 잘 실천한 기업도 찾기 힘들다. 꽤 오래도록 누구나 넷플릭스가 가진 문제를 볼 수 있었다. 매년 수억 달러의 현금이 들어가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이 무자비한 실행(brute force)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시장이 넷플릭스를 테크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다른 미디어 기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걸 실행할 수 있었다. 막대한 투자를 하고, 손실을 보면서 성장하는 거다.

2015년 넷플릭스는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 8억 4,000만 달러였고, 2017년에는 마이너스 20억 달러, 2018년에는 마이너스 30억 달러였다. 넷플릭스의 차별점은 지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넷플릭스의 무기는 자본, 그것도 이율이 아주 낮은 자본(cheap capital)이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넷플릭스가 쏟아붓는 액수는 다른 어떤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빠르게 증가했고, 2021년에 이르면 한 해 18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었다. 현금 흐름은 여전히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도 그렇게 거침없이 돈을 쓴 거다. 넷플릭스가 그러는 동안 레거시 미디어 기업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따라갈 자금력이 없었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투자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만한 손실을 감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넷플릭스는 어떤 기준으로 봐도 확실한 흑자 기업이 되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DTC) 스트리밍하면서 흑자를 내는 유일한 기업이고, 레거시 플레이어들은 그 뒤를 쫓기에 바쁘다.

넷플릭스에 등장하는 광고의 예 (이미지 출처: Ad Age)

가격 결정권

넷플릭스가 이번 분기에 구독료를 인상하기로 한 결정이야말로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가구의 수는 1억 4,000만인데, 그중에서 7,700만 가구가 넷플릭스에 가입해있다. 소비자는 넷플릭스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다. 이제 소비자의 고민은 넷플릭스에 가입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넷플릭스에 더해서 다른 어떤 스트리밍에 가입하느냐가 되었다.

이제 미국에서 넷플릭스의 프리미엄 요금은 15% 올라서 한 달에 22.99달러이지만, 광고가 포함된 표준 요금은 여전히 6.99달러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가구의 소득에 기반한 가격 정책을 채택한 것은 미국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경제 트렌드인 소득 불평등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다. 저소득층 사용자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돈을 더 낼 수 있는 중상위 가정에서 더 받아내는 거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품질의 상품을 도입할 경우 높은 이윤을 내는 프리미엄 상품의 판매가 늘어난다. 나는 넷플릭스가 준비하는 저가의 광고 요금제에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궁극적으로 넷플릭스는 그 요금제 때문에 프리미엄 가입자를 더 늘릴 수 있을지 모른다.

위협 요소

넷플릭스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는 건 넷플릭스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틱톡과 유튜브가 있기 때문이다.

틱톡의 성장에 관해서 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틱톡은 스트리밍 기업들로부터 사용자(특히 젊은 사용자들)의 눈을 빼앗아 가면서 분기 매출 250억 달러라는 놀라운 기록을 내고 있다. 게다가 이 액수는 작년 대비 34% 성장한 수치다.

유튜브는 틱톡에 비해 덜 이야기된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 유튜브를 가볍게만 언급하고 지나가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시청 시간(screen time)에서 유튜브를 제외한 어떤 스트리밍 업체보다 앞선다." 넷플릭스는 이 문장으로 자사의 실력을 슬쩍 과시하려 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자랑의 효과는 없었다. 유튜브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스트리밍 서비스일 뿐 아니라, 여기에는 컴퓨터와 모바일에서 보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경영진이 이를 문제라고 인식하길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