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수 뒷이야기 ②
• 댓글 3개 보기머스크와 그가 데려온 "깡패들(the Goons)"은 비서들을 통해 트위터의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려온 요구 중에 익명의 직원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 프로그래머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쓴 코드를 종이에 프린트해서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그걸 가지고 머스크와 직접 면담하며 설명하라는 명령이었다. 이 명령은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이 왜 이 회사에 필요한지를 증명하라는 얘기였지만, 프로그램한 코드를 인쇄해서 가져오라는 얘기는 너무나 황당했다.
우선 사무실마다 제대로 작동하는 프린터가 거의 없었다. 오랜 팬데믹 기간 중에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사무실 프린터는 2년 가까이 놀고 있었다. 직원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고, 급기야 임원 비서들이 나서서 PDF 파일로 보내면 인쇄해 주겠다고 했다. 황당한 명령에 직원들이 혼란을 겪으며 불만이 터져 나오자 "깡패들"의 비서 한 사람이 다시 전체 이메일을 보내서 "프린트하는 걸 중단하라"면서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들어와서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이 촌극은 머스크의 결정이 얼마나 즉흥적인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알리시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트위터에서 백엔드(back-end) 엔지니어로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중대한 문제를 해결해 온 터라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았고, 머스크가 코드를 가져오라는 명령에도 자신의 실제 코드를 가져가는 대신 파이썬(Python) 몇 줄을 가져가기로 했단다. "머스크 수준에는 파이썬 정도면 된다"라는 게 알리시아의 말이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직원들과 경쟁하며 내가 10년 동안 일한 걸 설명하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머스크와의 미팅은 계속 연기되다가 결국 취소되었다고 한다. 일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트위터 직원 7,500명 중에서 75%를 해고하고 누구를 남길지에 대한 결정도 다르지 않았다. 밤 10시에 "깡패들"로부터 명령이 내려왔다. 부서장(manager)들은 부하직원의 스택 랭크(stack rank)를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것이다. 스택 랭크는 GE의 CEO였던 잭 웰치가 고안해 냈다고 알려진 방법으로 직원에 대한 상대평가를 통해 상위, 중위, 하위 그룹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해고를 해야 할 경우 가장 하위에 있는 직원부터 내보내는 기준이 된다.
문제는 평가의 기준이다. 참고로 아래 표를 보면 항목별 가중치(criteria weight)라는 게 있다. 아래 표에서는 효율성, 근태, 업무 속도가 그것이지만, 이런 해고를 위한 스택 랭크를 작성할 때는 그 기준이 다를 수 있다. 트위터에서 개발자 플랫폼을 이끌어온 아미르 셰밧(Amir Shevat)은 연공서열, 임팩트, 수익 창출 등등에 따라 중요도를 다르게 표시할 수 있는 건데, 머스크와 그의 친구들은 아무런 기준도 주지 않고 무작정 "스택 랭크를 만들어서 가져오라"라고 요구했다며, 그렇게 기준도 없이 만든 (해고자) 리스트를 누가 가져왔다면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기준도 없이 "너희 팀에서는 누가 최고냐" "누가 필수적이냐"는 질문을 해왔고, 이는 최소의 인원만으로 트위터를 운영할 수 있다는 머스크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뉴욕타임즈는 이 과정에서 직원 수백 명의 해고를 결정하라는 명령을 받은 부서장이 스트레스를 받아 쓰레기통에 구토를 한 일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잠깐, 현재 해고가 완료된 트위터는 직원의 25%만으로도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머스크의 생각이 맞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우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훨씬 전부터 트위터는 인력이 지나치게 방대하기 때문에 줄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많았다. 많은 사람이 이에 동의했다. 진짜 문제는 머스크의 해고 방식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게 함부로 자르는 바람에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을 잃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는 다운되지 않고 돌아간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 엔지니어들은 트위터 규모의 서버는 사람이 옆에 붙어있지 않는다고 바로 다운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한다. 진짜 문제는 몇 주, 몇 달이 지나면서 버그가 등장하고 이런 버그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며 점점 늘어나는 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트위터를 오래 사용해 온 언론인 카라 스위셔는 이런 작은 버그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한다.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가자 이번에는 "직원들은 대규모로 모여서는 안 된다"는 명령이 내려왔다. 자신은 발언의 자유 절대주의자(free speech absolutist)라고 자랑해 온 일론 머스크의 결정이었다. 해고가 결정된 직원들이 나가기 전에 회사의 서버 등에 해코지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직원들이 여러 명이 모여있는 것이 발각되면 해고당할 수 있다는 협박이 뒤따랐다.
위에서 이야기한 개발자 플랫폼 담당자 아미르 셰밧은 일론 머스크가 꾸준히 외쳐온 트위터의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흔히 하는 것처럼 '슈퍼앱(super-app)'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단순한 소셜미디어를 넘어 트위터로 송금도 하고, 택시도 부르는 등 다양한 기능을 담아서 사용자들이 오래 머무르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3rd-party) 기업, 개발자들이 트위터의 API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서 앱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개발자 플랫폼을 총괄하는 셰밧은 머스크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다.
그런 셰밧이 만난 사람은 머스크가 아니라 (앞의 글에서 머스크가 기술적인 내용을 모른다고 방에서 내보냈던) 데이비드 색스였다. 그것도 오후 1시에 잡힌 미팅을 여러 차례 연기해서 결국 저녁 8시에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난 색스는 셰밧의 설명에 관심이 없었고 미팅 내내 지루한 얼굴로 자기 폰만 들여다봤다. 색스는 "아무것도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게 셰밧의 말이다.
셰밧을 그 미팅을 하며 울고 싶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관심만 가져준다면 자신은 정말 열심히 일했을 거라며 아쉬워했다. 아미르 셰밧의 링크드인에 따르면 그는 이번 달에 트위터를 나왔다.
하지만 이는 셰밧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트위터의 직원들은 머스크나 머스크가 데려온 사람들–그중에는 일론 머스크의 사촌 두 명도 있었다–과 만나면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들은 트위터를 운영하거나 변화시킬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고, 그럴 마음도 없는 듯했다. 결국 의욕을 잃은 직원들은 앉아서 해고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머스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서 별 기준도 없이 정해진 마감시간에 맞춰 밤샘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 프로젝트들은 아무런 논의나 예고도 없이 머스크의 트윗을 통해 튀어나왔다.
그리고 11월 3일이 되었다. 직원들은 해고를 시작한다는 이메일을 회사에서 받았는데 누가 보낸 건지 주체도 알 수 없었고, 직원들은 이런 태도에 분개했다.
영화 '인 디 에어(Up in the Air)'에도 잘 묘사되지만, 해고가 한국보다 자유로운 편인 미국에서도 직원들은 자신이 해고될 때 누가 그 얘기를 전달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고하는 경영진이 비겁하게 숨지 말고 자기 얼굴을 똑바로 보고 말하라는 것이다. 물론 대량 해고를 하는 경영진들은 오히려 거대한 보너스를 챙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원들을 마주하는 것을 꺼린다. '인 디 에어'는 경영자들이 꺼리는 해고 통보를 대행해 주는 사람들의 얘기다.
미국 언론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을 엉망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그 뒤에 대량 해고를 단행한 메타 등의 기업들에 부담이 덜 했다고 설명한다. 가령 마크 저커버그는 직원 11,000명을 해고하면서 자신이 직접 나서서 발표하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라고 말해서 직원들이 대체로 수긍했다고 한다. 반면 최근 12,000명의 해고한 구글의 경우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하는 바람에 10년 넘게 일한 사람들에게 할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모임이 금지된 트위터 직원들은 슬랙(Slack)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떠나는 사람들이 남은 사람들에게 경례하는 이모지와 트위터를 상징하는 파란색의 하트를 전달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앞서 발행된 내용에서 "연방법에 따라 두 달의 해직수당(severance pay) 주게 되어 있다"는 내용의 설명을 붙였는데 이는 잘못된 설명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지적하신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에는 해직수당(severance)과 연방법은 무관합니다. WARN Act에 의해 대량해고(massive layoff)는 2개월전 직원에게 통보하게 되어있고 일반적으로 회사들은 해고통보를 즉시 회사 시스템에 대한 모든 접근권을 끊지만, 2개월 통보 후 해직해야하기 때문에 직원 상태는 유지시키고 일은 하지 않는 '가든리브(garden leave)' 상태에 둡니다. 이때 일은 안하지만 직원이기에 정기적으로 2개월동안 수당(payroll)을 받죠. 그 이후에 해직수당을 받게됩니다. 해직수당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회사에서 'separation agreement'를 통해 직원들이 소송권리를 포기하고 명예 훼손하면 안되는 등 모든 법적인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받게되는 보상금이죠. 회사차원에서는 보험금이고요. 일론이 1개월 해직수당을 줌으로써 법을 어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수계약상에 기존 회사의 복지를 유지해야 하는 조항이 있었고, 인수 전 트위터는 WARN 기간 2개월간의 월급 + 2개월의 해직수당을 약속했는데 1개월만 준다고 말을 바꾼겁니다."
오류를 지적해주시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 전성우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트위터 인수 뒷이야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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