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테크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기사는 플랫포머(Platformer)의 케이시 뉴튼(Casey Newton)과 조이 쉬퍼(Zoë Schiffer)가 쓴 '익스트림 하드코어(Extremely Harcore)'였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전례를 찾기 힘든 대혼란을 내부자의 목소리로 상세하게 묘사한, 흥미진진한 글이다.

플랫포머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테크 뉴스레터로, 이 글의 전문은 온라인에서는 더버지(The Verge)에 게재되었고, 종이판으로는 뉴욕매거진(New York Magazine)에 실렸다. 꽤 긴 기사이지만 트위터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소셜미디어에 일어난 일이고,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과 실리콘밸리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서 4편에 걸쳐 소개한다. 전문을 그대로 번역하는 대신 내용을 해설과 함께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트위터의 전성기는 2012년 즈음이었다. 당시의 트위터는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는 플랫폼 중에서도 가장 자유로운 곳이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나 '아랍의 봄' 같은 운동들이 일어날 때 이를 빨리 확산시키며 도움이 되었던 플랫폼이 트위터였다. 따라서 트위터는 독재자를 무너뜨리고, 네오리버럴 자본주의(neoliberal capitalism)의 잘못을 바로 잡는 중요한 도구처럼 인식되었다. 트위터는 실제 수익에 비해 영향력이 훨씬 더 큰 기업이었고, 바로 이 '영향력'이 트위터가 인터넷 기업들 중 가장 중요한 기업으로 인식되게 만들어준 요소였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런 트위터를 무기화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통해 2016년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트위터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쓰레기 같은 발언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기업의 가치도 적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여론이 아니라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바로 디즈니의 트위터 인수 포기다. 당시 CEO였던–그리고 현재 CEO로 복귀한–밥 아이거는 트위터 인수를 거의 결정했다가 포기하면서 플랫폼에 돌아다니는 말이 너무나 지독한 게 그 이유였다고 했다.

경영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위터의 콘텐츠 관리(content moderation)를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신뢰와 안전(trust and safety)팀을 강화하고 트위터 플랫폼을 "건강한 대화"가 오가는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2021년 1월 6일, 선거에 패배한 트럼프의 부추김을 받은 지지자들이 연방 의회 건물을 침입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트위터가 재빨리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2016년 이후에 마련한 이러한 정책 덕분이었다.

트위터의 그런 콘텐츠 관리를 싫어한 사람이 바로 일론 머스크였다. 트위터에서 트럼프에 이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영향력이 있던 머스크는 트위터의 콘텐츠 관리와 트럼프 계정 정지가 바이든 정부와 리버럴 미디어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트위터를 사서 직접 바꾸겠다는 뜻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게 2022년 초였다.

그리고 머스크는 440억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한다.

루크 사이먼의 링크드인 프로필

트위터의 루크 사이먼(Luke Simon) 수석 엔지니어링 이사(senior engineering director)는 트위터 직원들 중에서 머스크의 기업 인수를 반기던 사람이다. 그는 머스크가 "뛰어난 엔지니어이자 과학자이고, 마이다스(미다스)의 손을 가졌기 때문에" 트위터를 바꿔놓을 것으로 믿었다. 그의 동료들은 회의적이었다. 한 프로덕트 매니저는 사이먼에게 그리스 신화에서 마이다스 얘기가 비극으로 끝나는 거 기억하느냐고 했고, 그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머스크는 2022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후로 트위터의 직원과 기업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없었고, 트위터의 가치는 폭락했고, 트위터를 사기 위해 팔았던 테슬라의 주식 역시 폭락했다.

머스크는 직원의 75%를 해고했는데 이런 회사에 남기로 한 직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두 그룹이다. 첫째 그룹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자신이나 가족의 의료비용 때문에 (미국은 의료보험이 직장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혹은 비자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받은 H-1B 비자는 고용이 종료되고 2개월 안에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미국에 남아있을 수 없다) 고용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직원들이 그들이다. 둘째 그룹은 기업 내 권력의 공백을 틈타 승진을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계산적인 사람들이다. (카라 스위셔는 이런 사람들이 "회사에서 최악의 직원들"이라고 말한다.)

알리시아가 들려주는 머스크

기사는 알리시아라는 가명을 사용해서 한 직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엔지니어인 알리시아는 머스크를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머스크는 이제까지 다른 회사들을 키워온 사람이었고, 스스로를 엔지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엔지니어인 알리시아는 그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그런 알리시아의 희망은 머스크와의 미팅을 하면서 깨졌다. 알리시아는 회의실에서 머스크에게 트위터의 테크 스택(tech stack)을 설명하는데 머스크는 졸린 표정을 하고 앉아서 비용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왜 전부 이렇게 비싼 거죠?"가 그의 질문이었다. 알리시아는 그게 궁금하다면 왜 비싼지 설명하면 알아듣는지 보기 위해 트위터 데이터 센터의 효율성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말을 끊고 끼어들어서 "제가 90년대에 C프로그램을 짠 사람이에요.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압니다"라고 무시하듯 말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알리시아가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의 트위터가 완벽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트위터는 문제가 많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트위터는 자애로운 무정부상태(benevolent anarchy, 자애로운 군주 benevolent monarchy라는 말을 살짝 뒤튼 것)를 유지하며 돌아가고 있었다.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해도 위에서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거나 허락하는 대신 조직의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머스크는 인수 직후에 트위터에 긴(롱폼) 비디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튜브보다 더 좋은 조건을 크리에이터들에게 제시하면 좋은 콘텐츠를 갖출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말을 인프라 엔지니어(infrastructure engineer)들에게 했단다. 그들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물리적인 서버 따위를 구축하는 것이고, 그런 문제는 미디어 프로덕트 팀과 상의해야 하는 것이었다. 머스크가 하는 말은 부자가 레스토랑을 인수한 후에 식당을 확장하는 문제를 주방의 조리사들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엉뚱한 얘기였다.

데이비드 색스 (이미지 출처: Venture Beat)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머스크의 이너써클 중 이너서클이라 할 수 있는 친구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가 회의실에 들어왔다. 머스크와 마찬가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이며 페이팔 시절부터 그와 함께 일했고 얘머(Yammer)라는 기업용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어 마이크로소프트에 팔아 큰돈을 번 사람으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 가장 많이 상의했던 인물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머스크는 색스에게 "너한테는 너무 기술적인 회의야(This meeting is too technical for you)"라고 말하면 나가라는 손짓을 했고, 색스는 곧바로 돌아 나갔다. 본인도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친구에게 그렇게 거만하게 구는 머스크의 행동은 방에 있던 트위터 엔지니어들에게 충격이었다.

눈물의 할로윈 파티

그다음 날 알리시아를 비롯한 트위터의 직원들은 트위터 본사 건물에서 열리는 연례 할로윈 파티에 참석했다. 미국인들이 흔히 직장에서 앞두고 하는 파티이지만 트위터에서는 자기 아이들도 데려와서 하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행사라고 한다. 그런데 파티를 하는 도중에 일론 머스크가 직원의 75%를 감원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는 나중에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에 근거 없는 소문이 아니었고, 몇몇 직원들은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고 한다. 그렇게 울고 있는 직원들 뒤로 해적 선장 잭 스패로우의 분장을 한 사람이 들어왔다. 초현실적인 장면이었다고 한다.

영화 속 스패로우 선장의 행동을 아는 사람이라면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이 기사를 쓴 케이시 뉴튼은 뉴욕타임즈의 케빈 루스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만약 나중에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과정이 영화화된다면 화장실에서 우는 직원들 뒤로 잭 스패로우가 지나가는 장면이 오프닝 씬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미지 출처: Fandom)

물론 상황은 심각하게 돌아갔다. 트위터의 인수를 완료한 일론 머스크는 곧바로 CEO 파라그 아그라왈(Parag Agrawal)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을 해고했고, 이들 중에는 할로윈 파티 중에 경비원의 안내를 받아 건물에서 나가야 한 사람들도 있었다.

공식적으로 트위터의 CEO가 된 머스크는 첫날 화장실용 세면대(sink)를 들고 들어오며 "Let that sink in"이라는 농담을 했다. 문자적으로 "그 세면대를 들여오라"이지만, 이 표현은 "이제 실감이 나느냐"는 뜻으로 사용되는 관용구다. 직원의 75%를 해고하기 직전에 그가 했던 이 퍼포먼스와 농담은 실리콘밸리의 백만장자 남성 CEO의 나쁜 태도(toxicity)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혼자가 아니었다. 소위 "페이팔 마피아"로 부르는–그리고 그와 똑같은 나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자신의 친구들을 함께 데려온 것이다. 마치 점령군처럼 트위터 본사에 테슬라를 타고 도착한 이들 중에는 앞서 말한 데이비드 색스를 비롯해 머스크와 친한 벤처 투자자 제이슨 칼라카니스(Jason Calacanis), 머스크의 변호사 알렉스 스파이로(Alex Spiro), 머스크의 터널건설 스타트업 보링 컴퍼니의 CEO 스티브 데이비스(Steve Davis)도 포함되어 있었다.

트위터 직원들은 이들을 "깡패들(the Goons)"이라 불렀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트위터 인수 뒷이야기 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