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도 '디프레씨야(депрессия)'라는 단어가 있지만 이는 우울증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디프레션(depression)'을 그대로 옮긴 외래어다. 이 표현은 배우자가 전쟁에서 사망했거나, 출산 중에 아기가 사망한 경우처럼 극도로 심한 감정적 고통을 가리키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게다가 소련에서는 정신질환을 아주 나쁜 용도로 사용하곤 했다. 바로 정치적으로 공격할 때다. 소련은 정치적, 문화적 반체제 인사들을 정신질환을 앓거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진단하고 정신병동에 감금했다.

이는 아주 암울한 소비에트 식 논리였다. 소련의 모범 시민이라면 정신적으로 아플 수 없다는 것이고,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모범적인 소련의 시민이 아니라면 그것 자체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 서구에서와 같은 이유로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싶다면? 불가능했다. 소련 정부는 상담 치료를 오래도록 금지했다.

그리고 실제로 정신과 진료를—단순한 검진이라도—받은 사람들은 정부 문서에 기록이 남아서 직업을 구하기 힘들었고,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소련에서 정신과 진료는 대부분 암암리에 이뤄졌고, 이런 상황은 1990년대 소비에트 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