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콜린 마셜(Colin Marshall)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그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장 10년을 기념하면 쓴 글, "The Door Opened by 'Gangnam Style'"을 뉴요커에서 읽었을 때다.

그 노래가 가진 풍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강남구에서 그 뮤직비디오 속 싸이의 손동작을 거대한 동상으로 만들기로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연실색했지만, 그걸 추진한 사람들이 있었고, 허가하고, 제작하고, 자랑스럽게 홍보한 강남구가 있었다. 그 동상 제작에 반대한 대표적인 사람은 다름 아닌 싸이였다. 싸이는 "너무 과하다"라는 표현으로 돌려서 말했지만, 사실 자기 노래가 풍자하려는 게 강남구의 그런 행동, 혹은 취향이었기 때문에 반대했을 거다.

그런데 강남구는 놓치고 있던 "강남스타일" 속의 풍자를 콜린 마셜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잘 몰랐을 뉴요커 독자들에게 기사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터레터의 독자들에게 그 기사를 소개한 건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와 가까운 출판사의 편집자가 그걸 읽고 콜린 마셜을 차기 저자로 찜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한국 요약 금지'다.

당연히 이 책에도 싸이의 노래, 정확하게는 뮤직비디오 얘기가 등장한다.

이 비디오의 풍자적 기획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 안에서 더 두터운 맥락의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음은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강남스타일>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서구 관객의 재미를 위해 구체적인 맥락 없이 이뤄지던 일본 광고나 게임쇼 클립과 같은 아시아 대중문화가 아니었다. 자의식과 아이러니(어떤 측면에서는 미국인의 눈높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를 보여준 것이다. 그 영상을 본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은 싸이가 무엇을 조롱하는지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분명 상당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과장된 허풍으로 가득 찬 가사와 격렬한 자세,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배경은 서로 묘한 부조화를 이루며 뒤섞였다.

마셜은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은 싸이가 정확히 무엇을 조롱하는지 몰랐다고 하지만, 한국의 강남구는 싸이가 (강남구를) 조롱하는 건지 찬양하는 건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걸 깨닫는 순간 익숙한 불편함이 들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백인 남자가 설명하는 한국에 고개를 끄덕여야 하지?' 이 책 '한국 요약 금지'는 많은 사람이 좋아할 책이지만, 한국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국에 대한 강연을 해서 큰돈을 버는 알랭 드 보통과 같은 사람에 질린 독자들이 제목과 저자만 보고 손사래를 칠 수도 있을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물론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43가지 이유"나, "한국에서 먹어본 유일하게 맛없는 치킨은 KFC의 프라이드치킨"이라는 얘기처럼 익숙하고, 언제 읽어도 뿌듯할(?) 내용도 많이 있지만—그리고 그런 내용을 언론이 좋아해서 책 소개 기사에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이 책은 언론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한국인도 몰랐던 한국의 자화상"을 들려주는 책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외국인(정확하게는 백인 남성)의 시각에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려는 고민이 보이는 대목들이 많은 책이다. 가령,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세요?" 같은 챕터가 그렇다. 마셜은 (한국인 좋아하는 또 다른 백인 남성인) 다니엘 튜더가 했던 아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아이러니와 아이러니의 모든 하위 집합(정치인과 교회 목사의 위선에 대한 풍자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렌즈>가 지속적으로 성공하고 <사인필드>가 계속 실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한국 문화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대중음악과 TV 로맨스드라마는 특별히 아이러니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번역되어 전 세계로 수출될 수 있다.”

사실 나는 튜더의 말에 꽤 동의하는 편이다. 내가 '프렌즈'보다 '사인펠드'를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정말 보기 힘들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살면서 한국에 관한 글을 쓰는 콜린 마셜과 완전히 대척점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살면서 미국에 관한 글을 많이 쓰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와 나는 각자 태어난 나라와는 다른 곳에서 약간 더 편안함을 느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튜더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마셜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는 그가 콘텐츠에 아이러니가 없는 것을 아직 발전 단계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시각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이미지 출처: Reddit)

그런 시각이 돋보이는 챕터가 “LA와 서울, 못생긴 두 도시는 억울하다”이다. 나는 오래도록 서울이 못생긴 도시라고 여겼고, 생각이 많이 바뀐 지금도 여전히 서울의 못생긴 구석이—가령 동대문 주변—눈에 많이 걸리지만, 마셜은 계획없이 개발된 도시의 대명사인 미국의 LA와 서울을 비교하면서 “서울이나 로스앤젤레스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이건 정말 맞는 말이다. 뉴욕에 살면서 그 도시에 정이 들기까지는 최소 몇 년이 걸린다는 이주자들의 말, 과거 프랑스에 환상을 가졌던 일본 관광객들이 파리에 가서 충격을 받는다는 '파리 신드롬'이 보여주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도시는 추하고 싫은 면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도시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그건 그 도시에 오래 살면서 추한 구석 너머에 존재하는 매력을 발견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때문이다. 이 책이 하는 게 그거다.

콜린 마셜의 관심은 서울에만 있지 않다. 그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 강릉과 같은 지방 도시들의 이야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국의 콘텐츠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도 두드러지는 건 문화상대주의적 시선이지, 서구의 기준이 아니다. 마셜은 "'맘충'은 번역될 수 있을까"에서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이야기하면서 “소설을 처음 접하는 한국어 학습자에게도 주저 없이 추천할 만큼 명료하고 직설적으로 쓰인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내 눈에 띈—그리고 많은 독자의 눈에 띌—대목은 이거다:

예외적인 인물보다는 전형적인 인물을 따라간다. 그러면서 많은 한국 독자가 소설가에게 기대하는 거울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 방식은 서구식의 영웅 중심 스토리텔링 문법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덜 매력적인 경향이 있다.

서구식 스토리의 전개가 영웅 중심이라는 건 단순히 수퍼히어로물만이 아니다. 서구의 많은 스토리가 주인공의 영웅적 싸움과 그 결과를 이야기하고, 그 주인공은 남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한국 독자는—적어도 조남주 소설의 독자들은—책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는 게 마셜이 그 작품을 보는 시각이다. 나는 이 관찰이 서구의 남성이 다른 문화를 감상할 때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챙기면서도 빠지기 쉬움 함정을 피한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서구 소설의 전통적인 갈등 관계(왼쪽), 헐리우드 영화 포스터. 대상이 바뀔 뿐, 주인공은 영웅적인 싸움을 한다. (이미지 출처: Reddit, X)

농담이 아니라, '한국 요약 금지'는 쉽게 요약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쓴 글을 모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글과 천천히 곱씹어야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글이 섞여 있다. 그래서 앞부분에 "한국의 좋은 점을 가장 모르는 사람들"처럼 재밌고 통쾌한 챕터를 읽을 때와 같은 속도로 읽을 수 없는 글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읽다가 브레이크를 밟고 서행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콜린 마셜이 한국 문화를 보는 자세도 그렇다. 🦦


이 책을 출간한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오터레터 독자 여러분께 책 10권을 선물하시로 했어요. 원하시는 분은 한국 시간으로 화요일 자정까지 댓글로 의사를 밝혀주시면 제가 수요일 오전에 추첨해서 발표하겠습니다. 응모하신 분들은 이메일을 꼭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