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세계인들이 미국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지만, 미국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지금까지 세계 최강대국일 뿐 아니라, 한 때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수출'하는 나라였다. 풀브라이트 같은 장학금을 주면서 외국의 유학생들을 데려와 미국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익히게 해서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건 미국이 의도적으로 추진한 정책이었고, 비록 예외는 많았지만,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독재주의 국가들에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다양한 압력을 행사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이런 미국의 외교 정책이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한 나라에서는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 나라가 한국이다. 과정은 험난했지만, 한국은 정말 최단기간 내에 서구의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실천한, 모범생 같은 나라다.
물론 한국의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민주주의의 모범국'이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건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평균 정치인들의 수준을 워싱턴의 멋진 정치인들과 비교를 하면 한숨이 나온다.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한국의 국회방송과 비슷한) C-SPAN을 보면서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은 무시할 수 없음을 깨달았던 기억이 있다. 무슨 일이든 오래 한 사람은 다르듯, 민주주의도 오래 한 나라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