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시작하면서 푸틴이 내세운 목표 중에 우크라이나를 무장 해제하고,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혹은 "나치즘(Nazism)"을 억제한다는 게 있었다.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이데올로기와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하지만 여기에서 길게 다루기는 힘들다. 다만, 이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즉 우크라이나가 독립된 문화와 언어, 전통, 국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범 러시아(greater Russian world)에 위협이 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민족주의와 서구화
러시아에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종속된, 부차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친러시아 정부가 키이우에 들어서는 미래일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가 목표가 아니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나는 러시아가 승리한다는 시나리오에서도 키이우에 친러시아 정부를 심어놓지는 않을 거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만약 러시아가 친러시아 정부를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그 정부는 금방 전복될 것이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된 2014년의 유로마이단 혁명도 친러시아 대통령의 축출로 이어졌다–옮긴이) 이번 러시아의 침략은 과거 역사 속 그 어떤 사건보다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우크라이나의 민족 정체성을 확실하게 심어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