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학교(NYU) 경영학 교수인 스캇 갤로웨이가 테슬라, 트위터의 CEO 일론 머스크와 사이가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2019년 말로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테슬라는 주가 고공행진을 하기 전이었다. 고공행진은 커녕 끊임없이 파산의 위협에 직면하던 (이건 머스크 본인의 말이다) 때다. 따라서 그즈음 갤로웨이가 테슬라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잔인한 예측을 한 건 당시 시장의 예측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진단이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와 그를 좋아하는 젊은–그리고 주로 남성–투자자들은 그런 갤로웨이를 원수처럼 생각하기 시작했고 온라인에서 엄청난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2020년에 들어서면서 소위 밈주식(meme stock)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그 언저리에 테슬라의 주가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물론 테슬라의 주식이 밈주식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굳이 말려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결국 테슬라도 밈주식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해보고 그에 답하는 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사실은 그거다.
테슬라의 주가 변동 추이

테슬라의 주식이 팬데믹을 거치며 고공행진을 하게 되자 파산 가능성을 얘기하던 갤로웨이는 테슬라 주주/머스크 팔로워들의 조롱감이 되었고, 갤로웨이는 자신의 예측이 빗나갔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갤로웨이는 그걸 인정하면서도 당시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나머지 자동차 회사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것은 가치가 과대평가된 것이라는 자신의 기존 주장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자기도 테슬라를 타고 있고, 테슬라의 기술력과 이를 만들어낸 일론 머스크의 업적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테슬라의 가치가 지구상의 모든 자동차 기업의 가치를 합친 것보다 클 수는 없다고 입만 열면 강조했다. 그는 테슬라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놀랍지 않으며 그렇게 되어도 충분히 훌륭한 주식이라는 얘기라는 거였다.

그의 꾸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는 테슬라 주식을 보면서 스스로를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라며 자조적인 농담을 하곤 했다.

물론 갤로웨이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시장을 오래 들여다본 투자자, 경영학자일수록 과대평가된 테슬라의 주식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20, 30대 젊은 투자자들(갤로웨이의 말을 빌면 "시장에서 거품이 꺼지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젊은 사람들")과 그들의 참여를 북돋워야 하는 주식 매체들은 "테슬라 예외론"을 퍼뜨렸다.

테슬라의 주식이 과대 평가되었다고 본 나이 든 사람 중 하나가 빌 게이츠였다. 올해 중반 그가 테슬라에 대해 5억 달러의 숏 포지션(short position, 선물매도), 즉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기후 변화를 경고하는 억만장자 자선사업가가 큰돈을 베팅해서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선물매도를 했다"라며 상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지상으로 내려온 테슬라

테슬라 주식의 '지상 귀환'을 예상하던 사람들이 들던 이유는 대략 세 가지다. 1) 기존 업체들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고 2) 올해 말과 내년의 경기가 나빠질 것이며 3) CEO인 일론 머스크의 발언과 행동이 점점 기업에 위협요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물론 머스크의 팬들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이 보기에 테슬라는 그 기술력에서, 그리고 생산능력에서 다른 자동차 회사들보다 몇 년을 앞서있으며, 머스크의 발언은 오히려 팬/주주들을 더욱 견고히 붙들어 둘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반론에 갤로웨이는 "개별 기업의 혁신은 거시경제의 변동을 이기지 못한다. 두고 보라"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고, 무엇보다 머스크의 극우에 가까운 정치적 발언이 그가 파는 전기차의 핵심 구매층인 진보적인 사람들을 돌아서게 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경고했다.

12월이 되자 나이 많은 사람들의 예측이 맞았음이 드러났다. 지난 한 해 동안 테슬라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던 갤로웨이의 말대로 테슬라 주식은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갤로웨이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최고가 기준) 1/3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또 한 번 맞았다. (아래 기사)

Tesla stock has plunged nearly 70% from its peak. ‘Big Short’ investor Michael Burry called the crash.
Burry declared Tesla stock was in a bubble at the end of 2020, and warned it could plunge 80% or 90% in November 2021, when the stock peaked.

테슬라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원인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테슬라에 소홀하기 시작했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주주,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건 사람들이 주식을 팔기 때문이지만, 테슬라의 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수요일(21일)에 나온 뉴욕타임즈의 분석기사는 상당히 종합적인 진단을 보여준다. 세 명의 기자가 함께 쓴 이 기사를 요약하면 유명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이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계속해서 지배할 수 있을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첫째, 테슬라의 위기 상황에 CEO가 보이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는 요란스럽게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대부분의 시간을 트위터에 쏟고 있는 듯하다.

둘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과 베를린 외곽의 공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렸지만, 중국에서는 코로나 상황 악화로 상하이 공장이 자주 멈추고 있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테슬라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주문하면 여러 달을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며칠 만에 차를 인수할 수 있게 된 것은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수요가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론 머스크는 주주들의 분노를 의식한 듯 트위터 CEO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뜻을 밝히는 듯했지만, 후임을 물색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당장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높은 주가의 근거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포드, GM, 현대가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갉아먹고 있는 중이고 중국에서는 BYD 같은 토종 기업들이 독일에서는 폭스바겐이 이미 전기차 판매에서 테슬라를 앞지른 상황이다.

뉴욕타임즈 기사 본문

게다가 신제품이 중요한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신모델은 2020년의 모델 Y이고, 미국인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사이버트럭(Cybertruck)은 출시가 계속 늦춰지면서 빨라야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이버트럭의 경쟁 모델인 포드 F-150 라이트닝과 리비안(Rivian)의 픽업트럭은 이미 출시되어 미국 도로를 달리고 있다. 로드스터, 승용차, SUV처럼 각 카테고리에서 최초의 전기차를 선보이며 시장에서 선두를 지켰던 테슬라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카테고리인 픽업트럭에서는 선두를 완전히 뺏긴 것이다. 물론 테슬라는 여전히 그 어떤 자동차 기업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고, 뛰어난 생산 능력도 갖췄을 뿐 아니라, 이윤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테슬라는 아주 우수한 기업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테슬라의 기업 가치다. 지금은 많이 떨어져서 4,00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지만 (참고로 토요타는 2,232억 달러, 포드와 GM은 각각 454억, 476억 달러) 한 때 1조 달러에 도달했었다. 나머지 모든 자동차 회사를 합친 것보다 기업가치가 더 높다는 말이 나온 게 바로 이때였다. 이런 기업가치는 전기차가 지배할 미래의 자동차 시장을 테슬라가 압도한다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하다.

"시장을 압도하는" 숫자는 어떤 것일까? 머스크는 2030년이 되면 테슬라가 한 해 2천 만대를 판매할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이 숫자를 이해하려면 현재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파는 폭스바겐 그룹과 토요타의 판매량을 알 필요가 있다. 두 기업 모두 작년에 약 9백만 대 안팎을 팔았다. 그러니까 테슬라는 두 회사의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차를 팔겠다고 한 것이고, 기업가치 1조는 이런 웅대한 목표를 주주들이 신뢰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테슬라 주주들은 더 이상 그런 목표를 믿지 않고, 현재의 주가는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테슬라=머스크' 이미지

뉴욕타임즈는 테슬라의 공동창업자(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일론 머스크가 포드 자동차의 창업자 헨리 포드만큼이나 기업과 동일시되는 인물이라면서 이에 수반되는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워낙 기업 내 존재감이 막대한 인물이라서 "그가 없으면 회사가 약해지고, 그가 승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 (자신이 아닌 부하 직원이 언론에 이름이 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많이 닮았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이렇게 기업 이미지의 핵심 인물이 근래 들어 트럼프의 측근이나 우익 인사들과 만나고 있고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퍼다 나르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팬데믹 대응을 이끌었던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트럼프의 계정을 회복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최근 열린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하면서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쉬너, 친 푸틴인사로 알려진 러시아의 방송인과 함께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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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미국 의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인물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 하원의원을 트위터로 조롱하고 비난하는 건 워낙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이제 얘깃거리도 되지 못한다.

중요한 건 테슬라의 주 고객은 환경과 기후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진보적인 소비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아주 최근까지도 테슬라는 미국에서 진보적인 부자들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차였다. 하지만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진보적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는 연초의 31%에서 10%로 급감했다. 앞서 말한 갤로웨이 교수는 자신의 테슬라를 팔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떠올라서 더 이상 타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그의 극우 발언으로 인해서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기간 브랜드 호감도가 21%에서 27%로 증가했지만, 이 그룹은 아직 전기차의 주요 고객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은 젊은 팔로워/팬들이 그의 사업에 중요한 요소였던 건 사실이지만 이는 기업 및 제품 홍보와 주가 방어에 도움이 되었을 뿐 그들이 테슬라를 사는 고객층이 아니라는 것도 결국 비슷한 얘기다. 한 때 머스크의 사업에 도움이 되었던 그의 언행은 이제 사업에 순손해(net negative)가 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중국에서 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는 전기차 업체의 대표의 말로 끝난다. "(우리는) 항상 테슬라를 표적으로 삼아왔는데 이제 그 과녁이 더 커졌습니다. 이제 테슬라가 약해 보이기 보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업체들은 피냄새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