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충격이었지만, 같은 해 영국에서는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왜냐하면 많은 언론과 금융기관, 그리고 베팅 시장이 EU 잔류가 우세하다고 했고, 모두가 그걸 상식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여론조사는 팽팽했다. EU에 잔류하는 쪽이 평균 2.7% 우세하게 나오는 정도였다. 하지만 베팅시장은 훨씬 강하게 EU 잔류를 확신했다. 투표 당일에는 잔류 가능성을 16대 1 수준으로 봤고, 로이터 역시 베팅시장이 EU 잔류 확률을 65%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 직전에는 그 수치가 78%까지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브렉시트를 주도한 나이절 패라지(Nigel Farage) 영국독립당 대표도 투표가 끝난 직후 "우리가 근소한 차이로 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니 EU 잔류를 원하는 영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사례는 단순히 '베팅시장도 틀릴 때가 있다'는 교훈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브렉시트는 약 127만 표의 근소한 차이로 결정되었는데, 선거 결과가 EU 잔류로 나올 거라고 확신한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편이 이길 것 같다'는 생각에, 혹은 '설마 저쪽에 투표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라는 생각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투표 동기가 줄어들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