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즐겨 듣는 This American Life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왔던 유명한 이야기를 옮긴 겁니다. 원래는 인터뷰로 형식으로 제작되어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진행되지만 (여기에서 오디오로 들으실 수 있어요)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는 선에서 읽기 쉬운 이야기체로 바꿨습니다.


1960년은 카르멘 밀리토가 열세 살이 되던 해였다. 뉴욕의 코니아일랜드에 살고 있던 카르멘은 해변에 나갔다가 우연히 한 소년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 그렇게 잘생긴 남자애를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얼굴에 보조개까지 있었는데 너무나 아름다워서 카르멘은 까무러칠(swoon) 뻔했다. 그 시절에는 그랬다. 비틀즈를 보고, 엘비스 프레슬리를 보고 여자애들은 너무 좋아 까무러쳤다.

그 남자애는 카르멘과 10분, 15분 정도 이야기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1960년대 뉴욕 코니아일랜드 풍경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카르멘이 그 애를 다시 보게 된 건 3년이 지난 후였다. 이번에는 코니아일랜드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동네에 있는 사교클럽이었다. 사람들이 연주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걸어 들어오는 게 아닌가! '이건 운명이다.' 그 애는 당시 십 대 남자애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죽점퍼를 입고, 검은 머리를 매끈하게 빗어 넘기고 있었다. 카르멘은 함께 있던 친구에게 저 남자애를 좀 보라고 가리켰다. 그 애를 본 친구는, "세상에.. 왤케 멋지니."

카르멘은 용기를 내서 그 애한테 다가갔다. 남자애는 카르멘에게 음료를 사줬고, 둘은 그렇게 오래 이야기를 했다. 남자애는 카르멘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카르멘이 16살이던 해다.

그 애의 이름은 바비였다. 카르멘은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카르멘은 바비가 자신을 데리러 자기 집에 오는 게 창피했다. (당시에는 남성이 상대 여성의 집으로 먼저 가서 함께 외출하는 게 에티켓이었다–옮긴이) 카르멘이 엄마와 함께 살던 집은 지하철이 지상으로 지나는 구간 옆에 있는 낡은 아파트였다. 그래서 카르멘은 바비에게 자기 언니네 집으로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했다.

그렇게 말했다는 얘기를 들은 카르멘의 엄마는 화를 냈다. "너는 우리가 사는 모습이 자신 없니? 내가 평생 일해서 이 정도로 살고 있는데 너는 이게 창피해?" 그 말에 카르멘은 좋은 첫인상을 주려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걱정하지 마, 두 번째 데이트 때는 우리 집으로 날 데리러 오라고 할게."

바비가 집으로 찾아왔다

두 번째 데이트 날짜는 어느 토요일로 잡혔다. 바비가 토요일에 집으로 온다는 카르멘의 말에 엄마는 "뭘 해줄까? 환영 깃발을 걸어주랴?"하고 웃더니, 바비가 어떤 애인지, 뭐하는 애인지 들려달라고 했다. 카르멘은 (우리와 같은) 이탈리아계이고, 뉴욕 벤슨허스트(코니아일랜드 근처–옮긴이)에 산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애 집안은 시칠리아에서 왔대"라고 말하는 순간, 엄마는 카르멘의 말을 막고 "안돼"라고 잘라 말했다. 카르멘이 뭐가 안된다는 거냐고 묻자, 엄마의 대답은 이랬다. "시칠리아계 남자애들이랑은 사귀면 안 된다고."

카르멘의 엄마는 나폴리계 집안 출신이었고, 시칠리아계 출신인 카르멘의 아빠를 만나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보니 남편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놈팽이었고, 카르멘의 엄마가 카르멘을 임신했을 때 가정을 버리고 사라졌다. 그것도 카르멘의 언니를 돌봐주던 베이비시터와 눈이 맞아 달아난 거다.

엄마는 바비가 시칠리아계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얘도 내 인생을 반복하겠구나'하고 생각한 것이다. 엄마가 하고 싶었던 말은 '걔도 널 버리고 달아날 거야'였다. 그걸 눈치챈 카르멘은 "엄마, 그렇게 넘겨짚지 마. 이제 겨우 두 번째 데이트를 하는 것뿐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 말에 엄마는 "그래 맘대로 해. 나도 모르겠다"라고 했고, 카르멘은 제발 그런 걱정 하지 말라고 했다. 카르멘은 자기가 집안 청소를 할 테니 엄마는 나가서 쇼핑이나 하라고 했고, 엄마는 알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밖에 나갔다 들어온 엄마는 커다란 종이 박스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박스 안에는 살아있는 닭이 한 마리 들어있었다. 이 닭은 카르멘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었다.

닭이 안에서 요란스럽게 박스를 긁는 소리를 들은 카르멘이 "엄마, 이거 뭐야?"라고 묻자, 엄마는 "닭이야"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걸로 뭐하려고?"

"잡아서 먹으려 그래."

그 말에 카르멘은 화가 폭발했다. "뭔 소리야.. 엄마 닭 잡아본 적 있어? 바비가 곧 도착하는데 이런 거 집에 놔두지 마! 집에 살아있는 닭이 있는 걸 보고 우리가 무슨 농부인 줄 알면 어쩌려고 그래!"

카르멘은 닭이 든 박스를 부엌 바로 옆에 있는 욕실로 가져가서 내려놓고 욕실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닭이 내는 소리는 밖으로 다 새어 나왔다. 엄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보복하는 건가? 내가 남자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는 게 창피하다고 했다고 아예 닭을 아파트에 들여놓은 거야?

카르멘이 "엄마 왜 그래? 나한테 화나서 이러는 거야?"라고 소리지르자, 엄마는 느긋하게 "얘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걱정하지 말고 가서 옷이나 빨리 갈아 입어. 닭은 욕실에 있으니까 네가 그렇게 끔찍하게 아끼는 바비는 아무 소리 못 들을 거예요, 아가씨."

카르멘과 엄마가 그렇게 다투는 동안 복도에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엄마는 카르멘에게 "얘, 가서 문 열어야지"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하는 엄마의 목소리에서는... 뭐랄까, 이상한 자신감 같은 게 묻어났다. 마치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카르멘의 엄마 이야기

바비가 집에 들어왔다. 항상 그렇듯 잘 생긴 얼굴에, 옷도 잘 입고 있었다. 바비는 예의 바르게 카르멘의 엄마를 "Mrs. Nicastro"라고 불렀다. 엄마는 "그냥 아이다(Ida)라고 부르렴" 하면서 바비를 부엌 쪽으로 안내했다. 그러면서 술 한 잔 하겠느냐고 물었다. "술 마실 수 있는 나이지?" 바비는 19살이어서 술을 마실 수 있었지만, 자기 딸아이를 태우고 운전을 하려는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건 좀 이상한 일이었다.

카르멘은 엄마가 뭔가 일을 꾸미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바비가 식탁에 앉자 엄마는 스카치 위스키를 한 잔 주면서 어디서 왔느냐, 무슨 일을 하느냐 같은 걸 물었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오가는 동안 욕실에 있던 닭은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상자를 끊임없이 긁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바비는 예의를 지켰고 욕실에서 나는 소리가 뭔지 묻지 않았다. 분명히 그 소리를 듣고 있었고, 듣고 있다는 사실을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고는 '어디서 나는 소리지?' 하는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카르멘은 정말 죽고 싶었다.

닭이 소리를 낼 때마다 헛기침 소리를 내거나 "이제 나가야 할 거 같애" 같은 말을 하며 소리를 감추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했다. 카르멘의 엄마는 그런 말을 할 때 나오는 특유의 말투가 있었다. "잠깐만" "왜 그리 서두르니" 같은 말을 하면서 바비에게는 스카치를 다 마시라고 하고, 한 잔 더 하겠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여기에서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카르멘의 엄마 아이다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이다는 성격이 강하고 고집이 셌을 뿐 아니라 험한 세상에서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내는 데 머리 회전이 빨랐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이다는 여름이면 코니아일랜드에서 호객꾼('carnival barker'라고 하는 이 사람들은 구경거리나 게임장 앞에서 손님을 끌어들이는 일을 하는데, 대개는 남자들이 하는 일이다–옮긴이) 일을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밀랍인형 전시장 티켓을 팔았다. 13살 때 부모가 학교는 그만 다니고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라고 한 이후로 평생을 공장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서서 일했다.

카르멘의 아빠가 베이비시터와 함께 집을 나간 뒤, 엄마는 친구를 모두 잃었고, 가족들도 아이다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이다는 혼자서 세상을 헤쳐나가야 했다. 아이다는 예민한 사람이었고 그런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어린 카르멘을 철저하게 보호했다. 그런데 부엌에 앉아있는 이 남자애?

아이다의 눈에는 그저 시칠리아 남자일 뿐이었다.

엄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엄마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여우처럼 교활한 계획이었다. 엄마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아참, 바비에게 뭐 좀 하나 물어볼게"라더니, "너 혹시 닭 잡아(죽여) 봤니?"하고 물었다.

당황한 바비의 눈이 카르멘과 마주쳤다. 바비가 엄마에게 "왜요? 무슨 일이 있나요?"하고 묻자 엄마는 "아니, 아니, 무슨 일이 있어서 묻는 건 아니고, 그냥 닭을 직접 잡아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서." 바비는 엄마를 보더니 그렇다고 답을 했다. "네, 잡아본 적 있어요." 거짓말이었다.

그 대답을 들은 엄마는 "오, 내 그런 줄 알았다"라면서 "바비, 부탁 좀 하나 들어줄래? 지금 욕실에 닭이 한 마리 있거든. 가기 전에 그것 좀 잡아줄래?" 방 안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카르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엄마, 안돼. 우리 외출해야 돼." 그리고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엄마 왜 이러는데?! 외출복 입고 있는 사람한테 왜 그런 걸 시켜!" 엄마는 느긋하게 "걱정 마, 앞치마 있으니까"라면서 바비에게 앞치마를 입혀주고 나서 욕실에 가서 박스에 든 닭을 가져다가 식탁 위에 올려놨다.

"자, 여기 있다."

바비가 박스를 열자 안에서 닭이 뛰쳐나오려고 난리를 쳤고, 바비는 황급히 박스를 도로 닫았다. 바비는 "제가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엄마는 "할 수 있다고 했잖니. 바비, 실망시키지 마라. 약속했잖아?" 바비는 카르멘을 멍하니 바라봤고, 카르멘도 바비를 쳐다봤다. 카르멘은 갑자기 바비가 정말로 닭을 잡을지 궁금해졌다.

바비는 박스를 닫은 채 물었다. "음.. 부엌칼 좀 있나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바비는 자신이 입고 있던 하얀색 셔츠는 물론 부엌에 피를 한 방울도 뿌리지 않고 닭을 잡았다. 닭을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빠르고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카르멘은 충격에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카르멘의 엄마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부엌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바비, 넌 보석이야. 마음에 쏙 든다! 일요일에 꼭 다시 와라.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 카차토레(cacciatore)를 만들어 줄게." 엄마는 바비에게 손을 닦으라고 수건을 건네주고 마치 신처럼 받들기 시작했다. 엄마는... 천국에 온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카르멘을 보더니 크게 윙크를 하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너, 제대로 골랐어. 이제부터 얼마든지 교제를 해도 좋다'는 신호였다. 엄마는 "자, 너희들은 이제 가도 돼. 클럽에 가서 춤도 추고 그래라"라면서 바비에게 "내일 다시 올 거지?"라고 물었다. 바비는 "어.. 네, 그럴 게요"라고 대답했다.

둘은 집 밖으로 나왔고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에 앉아 둘 다 말없이 앞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시에 웃기 시작했다. 닭에 관해서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날 이후로 부엌에서 닭을 잡은 얘기는 아무도 꺼내지 않았다.  

바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닭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데이트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56년이 지난 지금도 카르멘과 바비는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사람은 제가 꿈꾸던 남자예요. 56년이 지난 지금도 함께 살고 있죠." 카르멘의 말이다.

카르멘에 따르면 닭을 잡아달라는 건 테스트였다. "다른 남자였으면 '정신 나갔어요?'라고 했겠죠. 부엌에서 닭 잡는 건 못하겠다고 했을 거예요. 엄마는 바비도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바비가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던 건, 글쎄요, 저를 사랑했기 때문이겠죠. '카르멘을 위해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어요?"

카르멘의 엄마는 바비가 카르멘에 대한 사랑을 증명했다고 믿었다. 카르멘에 따르면 "그 사람은 저를 위해서 살아있는 뭔가를 죽였잖아요. 엄마는 저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는 결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렇다면 바비는 그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저는 그 일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저는 그때 제 남성성을 테스트한 걸로 받아들였어요." 그는 이제 더 이상 바비(Bobby)라는 애칭을 사용하지 않고 세바스찬(Sebastian)이라는 본명을 그대로 쓴다.

"닭을 잡을 만한 배짱이 있느냐고 묻는 거라 생각했죠. 그때 제 나이가 열아홉 살이었어요. 아시겠지만 그 나이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불안한 때죠. 그런데 여자 친구의 어머니가 제게 테스트를 했으니 저는 '이거 혹시 나폴리의 소렌토 같은 지역에서 행하던 원시적인 의식(ritual)인 건가? 카르멘 어머니가 살던 곳에서는 이런 걸 했나 보다' 생각했죠, 하하하."

"이유야 어찌 됐든 저는 카르멘에게 제가 남자답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닭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적어도 그 순간에는 사랑 때문에 닭을 잡은 건 아녜요." 하지만 카르멘과 카르멘의 엄마는 그걸 사랑한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물론 카르멘을 사랑했어요. 사랑에 빠져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카르멘을 위해서 닭을 잡겠다' 이런 건 아니었어요, 하하." 하긴 이게 그들의 두 번째 데이트였던 생각하면 사랑한다는 증거로 닭을 죽이는 건 좀 너무 나간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여자 친구의 엄마가 똑같은 부탁을 했어도 바비, 아니 세바스찬은 그렇게 했을까?

"솔직히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장모님 말고 또 있을지 모르겠어요. (웃음) 아주 좋은 분이셨는데, 꾀가 엄청 많은 분이기도 했죠. 저는 (돌아가신) 장모님이 정말 좋았어요."

할머니가 된 카르멘의 기억

열 여섯 살의 카르멘은 엄마가 그런 일을 계획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카르멘은 그때(1963년) 엄마의 나이보다 20년이나 더 많고, 자녀와 손주까지 있는 할머니다. 그런 지금은 카르멘은 그날의 엄마의 행동을 그때와는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저는 엄마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너무나 고마워요. 그 일이 있었던 그 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울만큼 소중한 기억이죠.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용기를 냈을까. 생각해보면 엄마가 사용했을 만한 다른 방법도 없었을 거예요. 엄마는 대화를 즐겨하는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 남자 친구를 앉혀놓고 너는 내 딸을 존중하겠느냐... 뭐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전혀 아녜요. 그래서 엄마가 할 수 있는 테스트를 한 거죠."

세바스찬(바비)의 말을 들어보면 그 카르멘을 사랑하기 때문에 닭을 잡았다고 믿었던 엄마의 생각은 분명 틀렸다. 하지만 엄마가 내린 큰 결론, 그러니까 딸아이가 믿을 수 있는 남자인지, (자신의 남편처럼) 도망가지 않고 카르멘 옆에 남아있을 사람인지에 대한 결론은 틀리지 않았다. 반 세기가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카르멘 엄마의 생각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