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일본은 달라졌다 ②
• 댓글 5개 보기더 놀라운 것은 일본이 공급을 통해 주거 비용을 떨어뜨리는 작업을 일 인당 평균 주택의 면적을 늘리면서 해냈다는 사실이다. 윙필드 헤이즈 기자가 그리워하는 일본의 거품 경제 시기, 서구에서는 일본의 아파트들이 "토끼장 같다"라고 조롱했지만,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일 인당 평균 주택 면적을 보면 유럽의 기준과 비슷하고 영국보다 넓다.
그는 왜 주택 가치의 하락이 문제라고 생각할까? 그건 아마도 일본의 중산층이 집에 투자해서 부를 축적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집을 사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주택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으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윳돈이 생긴다.
자신의 부를 비생산적인 토지 대신 생산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에 좋다. 주택 부족은 가격을 상승시키고 집주인 개인에게 부를 안겨다 줄 수 있겠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경제의 성장을 억제할 뿐이다. 그리고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실제로 중산층의 재산 축적에도 도움이 되었다. 2022년 일본 성인의 1인당 재산의 중앙값은 12만 달러였고, 미국인의 경우 9만 3,000달러였다. (전설적인 일본의 가계 저축률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랬다.)
따라서 일본이 중산층의 재산을 부동산에 묶어두지 않기로 했던 다소 이례적인 선택은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일본은 주택 정책과 건설, 조경, 도시화에서 서구의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나은 성과를 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물리적인 환경을 바꾸지 않는 서구의 도시들과 달리, 일본에서는 끊임없는 변화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출생률과 이민, 그리고 여성 임원
윙필드 헤이즈도 다른 많은 기자들처럼 일본의 낮은 출생률을 지적한다.
"일본 인구의 1/3이 나이 60 이상이다. 소국인 모나코를 제외하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의 인구를 가진 나라다. 그리고 출생률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나도 다른 글에서 썼지만, 인구의 고령화는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건 모든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일본의 출생률이 실제로는 주변국들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블룸버그의 기어로이드 레디(Gearoid Ready)의 말처럼, 우리가 저출생 추세를 이야기하면 일본을 떠올리는 이유는 그런 추세가 제일 먼저 시작된 곳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윙필드 헤이즈는 또한 일본이 인구 고령화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의 적대적인 태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본 인구 중에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3%에 불과하다. 영국의 경우 이 비율은 15%에 달한다 (....) 출생률이 떨어지는 나라가 이민을 거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연구하고 싶다면 일본부터 살펴보는 게 좋다."
그의 이런 말이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일본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맞는 얘기다. 하지만 윙필드 헤이즈 기자가 일본에 살던 10년 동안 일본의 이민 정책은 상당히 달라졌다. 그가 이걸 모르면 안 된다. 아래는 내가 아베 신조 총리가 시행한 변화에 관해 2019년에 블룸버그에 쓴 글이다.
"최근 몇 년간 아베 정권은 이민자를 꾸준히 유입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2017년에는 숙련 노동자들이 영주권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도입했고, 2018년에는 블루칼라 노동 비자의 수를 크게 늘릴 뿐 아니라 이들도 원할 경우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변화들은 일시적인 게스트 노동자 정책과는 달리 (비록 새로운 비자를 설명하는 데 "게스트 노동자 법"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진정한 이민을 의미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일본은 인종적으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시민을 갖게 될 것이다. 영주권을 받은 지 5년이 지나면 일본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윙필드 헤이즈 기자가 소속된) BBC에서도 이런 변화들을 보도한 적이 있다.
이런 정책들과 몇몇 다른 정책들을 도입한 결과, 외국에서 태어난 일본 내 노동자들의 수는 아베의 집권 후 첫 몇 년 동안 두 배가 되었다.
윙필드 헤이즈 기자가 말한 3%는 그보다 몇 해 전의 1%에 비해 획기적으로 증가한 숫자다. 이제 도쿄는 국제적인 도시다. 2018년에 도쿄에서 20세가 된 사람 8명 중 한 명은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역할도 그렇다. 일본 기업의 경영진에 여성이 부족하다는 윙필드 헤이즈의 지적은 맞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일본에 사는 10년 동안 그 비율이 11%에서 15%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엄청난 사회 변화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정체된 모습도 아니다.
게다가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동안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도 대규모로 이뤄졌다. 그 결과 일본의 여성 고용률은 미국의 여성 고용률을 넘어선다.
진부한 관점을 벗어나자
달리 말하면 윙필드 헤이즈 기자는 2010년대에 일본에서 살았지만, 이 나라에 대한 그의 평가는 1990년대를 거의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비록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일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과 무관하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던 큰 변화는 볼 수 있었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런 것들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을지 모른다. 고백하자면 일본이 정체되었다는 주장에 반박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개인적인 불쾌감이 한몫한 것도 사실이다. 이 불쾌감은 너무나 많은 서양인이 문화 본질주의(cultural essentialism, 특정 문화에 변하지 않는 본질적 특성이 있다고 믿고, 이를 통해 그 문화를 바라보는 자세–옮긴이)에 근거해 일본을 정의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되었다. 지금의 일본을 1980년대의 거품 경제와 그 붕괴라는 틀로 일본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일본을 사무라이 전통과 '국화와 칼'(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을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이 책을 쓴 것으로 악명 높다–옮긴이)을 통해 이해하려는 것보다는 덜 황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다.
나는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점점 더 개방되고 세계화된 나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서구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은 일본을 더 나은 쪽으로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관점은 2020년대의 일본이 가진 문제들–기업의 경직성, 느린 기술 발전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서구 사람들이 일본을 문화 본질주의에 기반해 바라본다면, 즉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문화가 얼어붙은 채 멈춰있다고 믿는다면,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일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은 다이내믹하고, 변화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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