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팬데믹이 닥쳤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산업이 여행산업이었고, 에어비앤비Airbnb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전체 예약의 80%가 증발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여행산업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회복을 시작한 기업에 속한다.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 나와서 앞으로 몇백 만의 호스트를 더 찾아야 한다고 말할 만큼 수요의 증가를 자신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활황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밀렸던 여행 수요가 폭증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에어비앤비가 얼마 전에 발표한 주주 서한에는 그런 자신감에 찬 전망 외에도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들어있었다:

"고객들은 에어비앤비를 여행에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거주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예약한 (취소나 변경 이전) 전체 고객의 1/4에 가까운 24%가 전통적인 개념의 여행이 아니라 장기투숙(에어비엔비에서는 28일 이상으로 장기투숙으로 규정) 고객이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14%가 증가한 것으로, 점점 더 많은 고객이 거주하거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장소에 묶여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게다가 2021년 1분기에 이루어진 (취소나 변경 이전) 예약의 50%가 최소 7박 이상이었다."

한 장소에 한 달 이상 머무른다면 여행이라고 보기 힘들다. 레저를 위한 여행이든, 비즈니스 여행이든 한 달을 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이들은 거주지로 에어비앤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추정해도 억지가 아니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에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를 허용했고, 사람들은 직장 근처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말 그대로 한 장소에 사람들을 묶어두던 줄이 풀린(untethered) 것이고, 에어비앤비는 원격근무가 기회를 준 새로운 주거실험에 아주 좋은 도구가 된 것이다.

게다가 일 년 넘게 이어진 원격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은 백신을 맞은 후에도, 아니 팬데믹이 끝나도 다시 매일 출퇴근을 하는 생활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다시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면 다른 직장을 찾겠다고 한다. 이런 추세를 보면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제정신을 가진 경영인이라고 볼 수 없다. 체스니는 이를 "여행(travel)"에서 "거주(living)"로 추세가 바뀌는 것으로 판단하고, 따라서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월세를 케이블TV나 넷플릭스에 내는 구독료처럼 취급하게 될 것으로 본다.

현재의 부동산 계약은 간단하지 않다. 중개업자가 중간에 끼어야 하고, 보증금을 내야 하고, (미국의 경우) 소득을 증명해야 하고, 무엇보다 계약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그런데 만약 앞으로 몇 달, 혹은 1년 넘게 살 집을 에어비앤비에서 방을 구하듯 구할 수 있다면? 새로운 부동산 플랫폼이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부동산 관련 계약이 복잡한 이유는 세입자와 주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많고 다양한 문제들 때문이다. 하지만 체스니는 에어비앤비야말로 이런 문제에서 가장 많은 경험치를 쌓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깔끔하게 신뢰와 안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에어비앤비의 해결책은 위워크가 사무실 임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과 상당히 비슷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위워크는 결국에는 부동산 임대업을 테크기업으로 포장해서 승승장구하다가 상장에 실패하면서 큰 실망을 줬는데, 에어비앤비의 주거용 임대 시도는 문제가 없을까? 법 제도와 기존 부동산 시장 플레이어들의 저항이 큰 장애물이 되겠지만, 에어비앤비는 호텔업계와 집주인들의 저항을 다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거나 고가로 임대하는 과정에서 큰 재정적 부담을 떠안은 위워크와 달리 집주인들의 임대를 중개만 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위워크와는 상황이 다르다.

결국 에어비앤비의 '부동산 구독'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 변화가 관건이 될 것 같다. 특히 젊은 층의 구매능력 감소가 자동차 구매 대신 우버 이용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 것처럼,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질수록 집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구독형 부동산에 관심이 가게 되지 않을까?


브라이언 체스니가 에어비앤비의 업그레이드 내용을 설명하는 비디오. 앞부분에 등장하는 여행의 역사는 제법 흥미로우니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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