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의 죽음 ②
• 댓글 12개 보기소셜미디어가 변화해온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앱이 인스타그램이다. 애초에는 디지털 스크랩북으로 시작해서 오프라인의 가족과 친구를 연결해 주고 있었지만, 다른 앱들은 (페이스북처럼) 더 많은 사용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거나, (트위터처럼) 더 많은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인스타그램은 소셜미디어 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규정하는 듯했다. 인스타그램은 동사로도 사용되었고, 하나의 미학이었고, 세대를 구분하는 기표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프로덕트 마케팅을 했던 제프리 거슨(Jeffrey Gerson)은 소셜미디어로서의 인스타그램의 초창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용자는 우연히 아름다운 세상을 발견했는데, 그곳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팔로우할 수 있게 된 거죠. 사촌 동생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어떻게 보이는지, 과거에는 알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성장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테크 전문기자인 사라 프라이어(Sarah Frier)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필터를 사용하면서 사진을 큐레이션 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필터와 편집도구의 뒤를 이어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그다음에는 탐색(Explore) 탭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몰래 저장하는 옵션이 생겼다. 한때는 그냥 재미 삼아 하던 놀이가 이제는 고민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캡션에는 뭘 넣지? 이모지를 써도 될까? 한물간 건 아닐까? 내가 누군지 밝히지 않고 그냥 사진만 보여주는 게 나을까? 이런 의문들이 많아지면서 포스팅하는 과정이 스트레스가 되었고, 인스타그램 초기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너무 많은 기대와 위험이 따르게 변하는 동안 또 다른 기능이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행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이 사진보다 비디오를 우선시하기로 한 거다. 그다음에는 실시간 스트리밍에 더 가중치를 주었고, 그 뒤에는 쇼핑에 가중치가 주어졌다. 이렇게 새로운 기능이 등장할 때마다 인스타그램은 원래의 모습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그래도 일반 사용자들은 아직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하고 있었지만, 올라오는 콘텐츠는 점점 더 프로페셔널한 것들로 채워졌다. 뛰어난 편집 기술과 값비싼 카메라를 가진 블로거들이 자기의 오디언스를 데리고 인스타그램으로 옮겨왔고, 인플루언서들은 기업들과 브랜드 계약을 하기 시작했다. 패션 블로거들은 인스타그램을 바탕으로 커리어를 만들고 있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수 사례를 알려주고, 기술적 지원은 물론, 때로는 몰래 돈까지 주면서 이들의 성장을 도왔다.
현재 인스타그램은 엔터테인먼트 앱으로 바뀌고 있다. 사용자들이 물건을 사고, 정보를 얻고, 포스팅하는 사람들 인생의 최고의 순간을 엿보며 영감을 받는다(기보다는 지치고 있었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거의 모든 사진은 언뜻 보기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수십 장의 사진 중에서 일일이 골라낸 것들이다. 지나치게 완벽하지는 않으면서 공유할 만큼 완벽한 사진이 선택된다. 이런 변화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포스팅 주기가 바뀐 것이다. 애덤 모세리는 한 팟캐스트에 나와서 그게 사실임을 털어놓으면서 "여러분의 친구들은 그다지 많은 포스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23세의 해나 스토우(Hannah Stowe)는 요즘도 매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만 직접 포스팅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혹은 2주에 한 번 정도는 포스팅했지만, 지금은 훨씬 줄어서 일 년에 네다섯 번에 정도"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좀 더 충동적으로 올리지만, 그것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줄어서,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는 거다.
사용자들의 공유는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콘텐츠의 소비가 줄어든 건 아니다. 인플루언서 전략가인 안드레아 카사노바(Andrea Casanova)에 따르면 특히 사람들이 집에 갇혀 지내던 팬데믹 초기부터 "특정한 라이프 스타일이나 특정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올리는 사진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런데 그 변화가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보는 사람들의 눈이 높아졌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문화 전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포스팅을 하지 않는 쪽으로 변했다. 자기의 일상이 미적으로 아름답지 않은데, 혹은 자기는 뭘 팔려는 사람이 아닌데 왜 포스팅해야 하느냐는 거다. 자기는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뭘 공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공유를 하지 않는 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카사노바의 설명이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점점 포스팅을 적게 하면서 새로운 앱들이 등장해서 소셜미디어의 강자가 되려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만든 소셜미디어 앱인 비리얼(BeReal)은 꾸미지 않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인기를 끌었고, 가장 잘나갈 때는 한 달 7,500만 번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1억 번의 누적 다운로드로, 대부분 2022년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옮긴이) 6억 3,0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성장이 정체되었고, 현재 월평균 활성 사용자 5,100만 명으로 인스타그램 14억 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디스포(Dispo)나 포파라치(Poparazzi), 로켓(Locket) 같은 소셜미디어 앱들도 전부 자기만의 독특한 기능으로 소셜미디어가 인기였던 시절을 되살리려고 하고 있고, 한 번씩은 미국 앱스토어의 톱을 차지했지만, 과거 소셜미디어와 같은 주류가 된 곳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틱톡(TikTok)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레모네이트(Lemon8)라는 앱으로 꺼져가는 사진 공유 열기를 다시 살려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시도가 트위터가 문제를 겪으면서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내놓은 스레드(Threads)다. 모세리는 텍스트에 초점을 맞춘 스레드가 "사람들이 화를 좀 적게 내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지만, 현재 일일 평균 사용자 수는 런칭한 달에 비해 79% 감소해서 1,030만 명 정도에 그친다. 메타라는 소셜미디어 대기업이 밀고 있음에도 성공할 만한 동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용자들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스레드도 등장하자마자 화제가 되어 첫 몇 주 동안 1위를 차지하다가 사용자들이 지루해지면서 사라진 다른 앱들이 갔던 길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이런 앱들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저 서로를 베끼고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앱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런 앱은 아직 없다"라는 게 카사노바의 말이다.
소셜을 죽이는 챗, DM
크리에이터업계에서 일하는 23세의 왈리드 모하메드(Walid Mohammed)는 자기도 소셜미디어에 지쳤다고 한다.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는 데 지쳤다는 거다. 점점 더 많은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자신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지치면서,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관계와 작은 커뮤니티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소셜미디어에서 "소셜" 부문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앱이라면, 사용자들이 열고 있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전령이기도 하다. 모세리는 한 인터뷰에서 "십 대들이 인스타그램에 머무는 시간을 살펴보면 피드에서보다 스토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스토리에서보다 DM(direct message)에서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고 했다. 모세리는 이런 행동 변화를 보면서 회사의 자원을 메시징 도구에 투입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스토리 팀에서 일하는 인력을 전부 메시징 팀으로 옮길까도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닫힌 공간들은 단순히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보다 좀 더 사적인 것 이상의 것, 알고리듬이 주지 못하는 것을 제공한다. 바로 틈새 커뮤니티(niche communities)다. 인스타그램에서 프로덕트 마케터로 일하다가 최근 성 소수자를 위한 소셜미디어 스타트업인 카스트로랩스(Castro Labs)의 성장을 도운 제프리 거슨에 따르면 더 작고, 아주 정확한 취향, 목표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로 회귀하는 흥미로운 현상이 존재한다.
이런 변화는 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개인 간 공유를 활용하는 새로운 앱들이 성장할 기회를 준다. 가령 디스코드(Discord)의 경우 월간 평균 활성 사용자 수가 1억 7,000만 명으로 성장했고, 주식상장을 목표로 할 수준에 도달했다. 제네바(Geneva) 같은 앱들은 디스코드만큼 크지는 않아도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새로운 방법들을 제공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니나 헤인즈(Nina Haines)는 최근 사프릿(SapphLit)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틱톡에서 성 소수자들이 모은 북톡(BookTok) 커뮤니티에서 (고대 그리스의 레즈비언 시인으로 알려진) 사포의 책에 집중하는 사람들만 따로 모이는 모임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22세의 빅토리아 존스턴(Victoria Johnston)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람들이 팔로워를 모아야 한다거나, 존재감을 가져야 한다거나, 유명해져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과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또래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존스턴은 단순히 폰 스크린에만 머무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속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아주는 소셜네트워크를 원한다.
존스턴에 따르면 "제네바나 그룹 네트워킹, 채팅앱에서는 비슷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있고, 그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보여주려 애쓸 필요가 없다." 주요 소셜미디어 앱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틈새 커뮤니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용자와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이렇게 닫힌 공간으로 이동하자, 인스타그램 같은 대기업들이 특정 그룹챗을 유료로 운영할 수 있는 기능 등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UCLA의 겸임교수이자 미국 인플루언서 협회의 어드바이저인 리아 헤이버먼(Lia Haberman)은 Z세대의 뒤를 잇는 알파 세대(Gen Alpha, 현재 13세 이하의 아이들)가 전통적인 소셜미디어와 관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런 변화는 인플루언서나 브랜드에 문제가 된다. 더 작고, 더 사적인 공간에 침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헤이버먼은 "브랜드가 초대도 받지 않고 누군가의 DM이나 디스코드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그런 공간의 존재 이유다. 사람들은 여전히 인스타그램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셀럽과 인플루언서의 포스팅을 확인할 수 있지만, 젊은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적인 커뮤니티에 브랜드나 마케터가 침입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는 촘촘한 관계망을 만들어 우리 모두를 더 가깝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 찾아온 열린 세상에서 자신이 노출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자신의 인스타에 들어가 사진을 훑어보는 걸 원하지 않고, 자신이 이룩한 일이나 실패, 그리고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 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의 사적인 순간들을 만천하에 공개해 왔던 트렌드의 진자는 이제 다시 반대쪽을 향해 가고 있다.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더욱더 조심스럽게 고르고 있고, 타인과의 상호작용도 옛날처럼 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온라인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더 건강한 디지털 경험을 만들어 낼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사람들이 자기와 생각이 같은 메아리 방에 머물면서 사회가 더 분열될 거라는 우려도 있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셜미디어의 인스타그램 시대는 끝났고, 솔직한(authentic) 온라인 공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전과 같은 오디언스가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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