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d v Tesla
• 댓글 남기기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은 많은 사람에게는 그저 흥미로운 드라마였을 수 있지만 트위터 직원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손에 땀을 쥔 사람들은 또 있었다. 테슬라의 투자자들이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속속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테슬라의 최고경영자가 소셜미디어 기업을 인수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걸 본 많은 투자자가 분노했고, 아예 주식을 팔아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머스크가 과연 지금과 같은 시장의 리드를 지킬 수 있겠느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모든 투자자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는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Cathie Wood)처럼 테슬라의 주식이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는 '테슬라 낙관론자'도 많다. 이들은 테슬라가 다시 1조 달러 기업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도 기업의 잠재 가치에 비해 현재 주식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샌디 먼로(Sandy Munroe)처럼 테슬라의 기술적 우위를 근거로 "일론 머스크가 지는 데 베팅하지 말라"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기술적 우위에서 비롯된 압도적인 생산 능력과 수익성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고, (요즘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자율주행 기술로 미래 운송시장을 장악할 잠재력을 낙관론의 이유로 세우는 사람도 있다.
전기차 산업을 바꿔 놓은 테슬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주장과 그 근거를 들어보는 것이다. 자신이 내린 결론과 선택에 부합하는 이야기만 찾아 읽는 것은 '리서치'가 아니라 확증편향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뉴욕타임즈의 오피니언란에 실린 글은 테슬라의 제품이 아닌 기업 문화를 들여다 볼 좋은 기회가 된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에서 시니어 에디터와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에즈라 다이어(Ezra Dyer)가 쓴 '120년 된 기업이 테슬라를 앞지르고 있다(A 120-Year-Old Company Is Leaving Tesla in the Dust)'라는 제목의 글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약간의 의역을 더했다.
나는 테슬라가 참 쿨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한동안 그랬다.
테슬라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자동차의 조명과 자동문을 사용한 환상적인 애니매트로닉스 라이트 쇼를 선사하고, 도그 모드(dog mode)라는 걸 만들어내서 주차된 차 안에 남아있는 반려견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GPS와 현가장치(서스펜션)를 연동시켜서 도로에 요철이 심한 지점을 기억해다가 차체를 자동으로 들어 올려 보호해주고, 심지어 자동차가 방귀 소리를 내는 "방귀 모드"도 넣는 회사다.
게다가 테슬라는 사실상 경쟁자랄 게 없었다. 한 번 충전해서 400km 이상 갈 수 있는 전기차를 원한다면 테슬라가 유일했다. 근 10년 동안 그랬다. 그리고 회사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웃기고 특이한 사람 같았다. 훌륭한 자동차들을 만들어내면서 모델명을 S, E, X, Y가 되게 만들어 붙이는 사람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포드라는 지루하고 오래된 회사가 나타나서 분위기를 깼다. 테슬라의 소형차에 '모델 E'라는 이름을 붙이려 하자 포드가 나타나서 자신들의 전설적인 초기 제품인 '모델 T'와 너무 비슷하게 들린다는 이유로 그걸 막았다. 결국 머스크는 어쩔 수 없이 (E를 뒤집은 것 같은 3을 사용해서) '모델 3'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렇게 바꾸는 바람에 SEXY라는 재치 있는 장난에 김이 빠졌는지, 아니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는 아마 당신이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를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는 한때 머스크와 테슬라의 팬이었기 때문에 모델 3가 처음 나왔을 때 시승해보고는 예약금을 지불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기자로서 테슬라를 다루게 되면서 나는 점점 회의적으로 변했다. 이건 머스크가 테슬라의 홍보팀을 없애기 (테슬라의 홍보팀은 2020년에 없어졌고, 그가 인수한 트위터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옮긴이) 전에 있었던 일이다. 취재를 위해 테슬라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말실수를 할까 겁에 질려 있거나 아예 말하기를 거부하는 느낌을 받았다. 한번은 모델3의 마력(horsepower)을 알고 싶어서 직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직원은 마치 마피아 조직원이 FBI가 대화를 도청할지 몰라 정확한 답을 피하는 것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끝까지 대답해주지 않아서 결국 내가 "흠, 이 차는 271마력을 낸다고 써있는데요"라고 했더니 그 직원은 "말씀하신 내용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단순한 팩트를 묻는 질문에 이런 식으로 답하는 건 건강하게 제대로 작동하는 회사가 아니다.
그게 2017년의 일이다. 그 후로 테슬라는 점점 더 신경질적인 기업으로 변해왔고, 경쟁기업들은 점점 더 느긋해졌다. 대중은 아직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유연(flexible)하고 현대적인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면 당신이 지원해야 할 기업은 테슬라가 아니라 120년 된 포드다.
사람들은 테슬라가 가진 '상식을 깨는 회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 조직이 얼마나 융통성이 없이 옛날 기업 같은 독재 스타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가령 테슬라의 원격근무(remote work) 정책을 보자. 일단 이 회사에는 원격근무가 없다. 지난해 머스크는 테슬라 직원은 일주일에 40시간을 회사 사무실에 나와서 일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못하는 직원은 해고를 각오해야 했다. 인디드(Indeed.com, 채용 및 취업정보 웹사이트–옮긴이)에 올라온 "테슬라에서는 원격근무가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에는 이런 답변이 달렸다. "아뇨. 절대 불가능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원격근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뇨, 테슬라는 당신이 모든 걸 잃을 때까지 일을 시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방귀 소리를 낼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나? 재미있고 느긋한 분위기의 회사 같은데!
하지만 포드가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는 재택근무 기준을 보면 이 회사는 본사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재택근무와 관련한 기업의 공식적인 정책이 없다는 게 포드의 공식적인 정책이다. 직원이 사무실에 나와서 일해야 하는지 여부는 각 팀의 필요에 따라 팀장 선에서 결정하거나 상황의 필요 따른다. 포드는 칸막이가 있던 사무실 대신 "협업센터(collaboration centers)"라는 공간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음식과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집에서 픽업트럭을 조립할 수는 없는 일이니 포드의 모든 직원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직원에게 어느 정도의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려는 시도다.
테슬라가 점점 더 힘들어하는 반면 포드는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포드는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고, 블루크루즈(BlueCruise)라는 기능으로 그게 가능해졌다. 고속도로에서 사전에 지도로 인식시켜 놓은 구간에서는 이 기능을 사용해 핸들에서 손을 떼고 갈 수 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모드는 그 이름이 얘기하는 것과 달리 사용하면서 손을 뗄 수 없다. 테슬라는 그런 기능을 1만 5,000달러(약 2천만 원)를 받고 판다, 언젠가는 크게 발전해서 완전한 자율 주행이 가능해질 거라는 약속과 함께.
현재 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이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충돌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라며 리콜 대상으로 지정한 기능에 1만 5,000달러를 내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최근 한 테슬라 엔지니어가 2016년 테슬라가 자율주행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이 연출된 것이라고 폭로한 사실은 알 필요가 있다. 그게 연출된 영상이라는 사실이 말이 되는 것이,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다른 영상들을 보면 갑자기 핸들이 꺾이며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차량이 많은 도로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정지하는 게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테슬라의 웹사이트에서도 "현재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려면 운전자가 완전한 주의를 기울인 채로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언제든지 직접 조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나 새로운 버전의 로드스터 같은 차량들은 오래전에 발표되었지만, 출시는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2019년에 발표된 사이버트럭의 경우,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내에는 생산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런 연기 발표는 이제 연례행사가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포드가 2022년에 판매를 시작한 전기 픽업 트럭 F-150 라이트닝(Lightning)의 판매량도 고작 1만 5,617대에 불과하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하지만 어쨌거나 포드는 테슬라보다 픽업트럭을 1만 5,617대 더 판 거다.
포드는 테슬라에게서 픽업트럭 시장 뿐 아니라, 장난스러운 기업 이미지도 빼앗고 있다. 포드는 머스탱 마하-E(Mach-E)를 선보이면서 물이 빠질 수 있는 프렁크(frunk, front trunk의 줄임말로, 전기차 모델들이 종종 빈 엔진룸을 저장공간으로 사용한다–옮긴이)에 얼음과 새우를 채워 넣어 테일게이팅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 후 "프렁크 새우"는 인터넷 밈(meme)이 되어 소셜미디어의 황제를 자처하는 일론 머스크의 심기를 건드렸다.
소셜미디어 얘기가 나온 김에 트위터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일론 머스크가 440억 달러를 내고 트위터를 인수한 행동이 테슬라의 평판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트위터에 그렇게 큰돈을 주고 인수하는 과정에서 머스크의 의사 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은 물론이고, 트위터 플랫폼에서 머스크의 이미지가 주목받는 것도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고객들은 대부분 민주당 우세 지역에 사는데 "나의 (젠더) 대명사는 '파우치를/기소하라'이다'라고 트윗하는 게 도움이 되겠느냐는 거다. 자신이 농담 좋아하는 CEO를 자처한다면 "나의 젠더 대명사는" 같은 진부한 농담 말고 "Fauci makes me grouchy (난 파우치에 불만 많다)"처럼 라임이라도 만드는 게 낫지 않나?
머스크가 사용한 '파우치를/기소하라'라는 표현의 배경에는 주어진 성별 구분을 거부하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이 불리기 원하는 젠더를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 미국 등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머스크처럼 보수적인 사람들은 이를 거부하는 목소리를 낸다. 이런 호칭 사용에 관해서는 오터레터의 글 'They/Them'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기업을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는 게 더 이상 유행이 아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제조사가 설마 바로 다음 주에 차량 가격을 1만 3,000달러(약 1,700만 원)를 인하해서 차량의 전매 가치(중고차 가격)를 폭락시킬 거로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테슬라는 최근 두 달 동안 두 번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옮긴이) 그리고 소비자는 지금 돈을 내고 구매하는 기능이 지금 작동하기를 기대하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에 완성될 걸 바라지 않는다. 또한 소비자는 자기가 구매하는 제품에 그걸 만든 회사의 CEO의 이미지가 묻어서 지워지지 않는 걸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최근에 지프(Jeep) 차량을 하나 샀지만, 그 회사 CEO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몰라도 내게는 아무런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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