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파일 6. Too Young, But..
• 댓글 남기기미국 시각으로 지난 월요일(9월 27일), 페이스북이 뉴스룸을 통해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어온 '인스타그램 키즈'의 개발'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십 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소셜미디어를 십 대 이하의 어린아이들(영어권에서는 13세, thirteen을 십 대, 즉 teenager로 취급하고 12세, twelve 이하는 '어린이'로 분류)에게 일찍부터 소개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미국의 44개 주 법무장관들이 나서서 반대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현재 미국의 분열된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이렇게 많은 주가 하나의 이슈에 동의하는 건 드물게 본다. 그만큼 여론이 나빴다.
페이스북의 이번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어린이용 서비스의 개발을 중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 발표가 이제야 나왔다는 사실이다. 몇 달 동안 쏟아지는 비판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추진해오다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로 여론이 더 나빠지고 의회 청문회에 출두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자 비로소 움직인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조치는 더 버틸 수 없을 때까지 취하지 않는 페이스북의 행동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 주었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 5개의 기사를 발행한 월스트리트저널은 6번째 기사를 발행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키즈의 개발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에 터뜨렸다. 내용은? "페이스북이 어린아이들을 소셜미디어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인스타그램 키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는 것.
이 신문이 5개의 기사가 나온 후에 새로운 문서를 입수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왜 기다렸을까?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키즈의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이 문제를 대충 마무리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서였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시리즈를 통해 페이스북을 상대로 계속 득점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6. Too young, but too valuable
페이스북은 왜 사회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13세 미만 전용의 인스타그램 키즈를 개발하려고 애쓸까? 먼저 페이스북의 답변, 즉 인스타그램 총책임자 애덤 모세리의 주장은 이렇다. 1) 인스타그램은 13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다. 2) 그런데 그보다 더 어린아이들이 이미 나이를 속이고 인스타그램을 사용 중이다. 3) 따라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부착한 인스타그램 키즈가 필요하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주장처럼 들린다. 특히 구글은 이미 부모가 제한을 둘 수 있는 유튜브 키즈를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2017년부터 아이들만 사용 가능한 메신저 키즈를 운영 중이다. (페이스북 자체는 인스타그램, 스냅챗과 마찬가지로 13세부터 계정을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키즈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째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스타그램은 십 대, 특히 여자아이들의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고 (물론 나중에 밝혀진 것처럼 내부 연구보고서도 이를 증명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아이들을 보호하는 기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타인과 나의 신체와 라이프스타일을 비교하게 되는 인스타그램의 작동방식 자체에 있다. 따라서 이건 부모가 몇 가지 설정과 제한을 하는 것으로 고쳐질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이 해야 할 일은 나이를 속이고 들어온 어린아이들의 계정을 찾아내 막는 것이지,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인스타그램을 만드는 게 아니다.
그런데 십 대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큰 문제가 아니라는 페이스북이 유독 아이들을 위한 인스타그램에 열심이었던 이유가 뭘까? 물론 그 진짜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의 문서 폭로를 통해 그 진실이 밝혀졌을 뿐이다.
잠재적 가치 고객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는 인스타그램 키즈를 개발하는 이유를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주장해온 페이스북의 뻔뻔함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페이스북 내부용 슬라이드를 기사 초반에 배치했다. 그 슬라이드는 이렇게 말한다. "Why do we care about tweens? (우리는 왜 10~12세 아동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 They are valuable but untapped audience (그들은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사용하지 않고 있는 오디언스이기 때문)."
페이스북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데, 그런 조직에서 큰 자원이 들어가는 서비스 개발을, 그것도 사회적인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추진할 리 없다. 이 슬라이드는 그게 이윤 때문이었음을 두 문장으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인스타그램 키즈만을 위한 자료가 아니다. 'Confidential (대외비)'로 분류된 2018년의 문서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태블릿과 폰이 널리 퍼지면서 아이들이 빠르면 6세부터 인터넷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이 현상을 무시하면 안 되며,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어린아이들을 위해 설계된 페이스북 경험을 상상해보라(Imagine a Facebook experience designed for youth)." 그리고 이 문서는 다음과 같은 나이 구분을 제시했다.
0~4세 | 5~9세 | 10~12세 | 13~15세 | 16~성인 | 성인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런 나이 구분은 그냥 분류(taxonomy)일 뿐이라고 했다지만 아래의 슬라이드를 보면 페이스북의 의도는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왼쪽에는 13세 이하의 연령층에는 'STOP' 사인이 붙어있고 1998년에 제정된 COPPA(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 아동 프라이버시 보호법) 때문에 그들에게 서비스를 팔지 못하고 있지만, 오른쪽을 보면 미래에는 더 낮은 연령층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지구역인 붉은색은 0~4세에만 등장하지만, 그나마도 분홍색으로 옅어져 있다).
페이스북의 위기와 기회
페이스북이 어린아이들을 공략하는 이유는 사용자 확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십 대들의 유입이 느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 십 대 페이스북 사용자는 무려 19%가 줄었고, 2023년까지는 추가로 45%가 감소할 전망이다. 그런데 만약 트윈(tweens, 10~12세)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선점할 수 있다면? 이탈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십 대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는 거다.
게다가 페이스북을 바짝 긴장시키는 경쟁자가 해외에서 들어왔다. 바로 틱톡이다. 기사에서 언급한 퓨리서치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9~11세 연령층에서 30%의 아이들이 틱톡을 사용한다고 답했고, 스냅챗도 22%이지만, 인스타그램은 11%, 페이스북은 6%였다. 물론 이 아이들은 각 소셜미디어의 규정대로라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아이들이지만, 이 아이들이 자신의 나이를 속이지 않고 계정을 만들 수 있는 13세에 도달했을 때 어떤 소셜미디어를 즐겨 사용하게 될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모두 사용하는 십 대들의 경우 틱톡에서 보내는 시간이 인스타그램에서 보내는 시간의 두세 배에 달한다는 페이스북 자체 조사 결과도 있었고,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자신의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 현상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도 있었다. 페이스북의 내부 문서들은 이를 위기인 동시에 "역사적인 기회(a historic opportunity)"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커먼센스미디어의 짐 스타이어는 인스타그램 키즈의 개발 중지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키즈의 개발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들이 관심 있는 건 아이들의 가장 취약한 시점에 중독시키고, 자신들의 플랫폼에 데려와서 그들의 개인 데이터에 최대한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 분의 일
프로토콜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키즈의 개발을 중지한 것을 두고 "한 입으로 두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일요일에 뉴스룸을 통해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인스타그램이 십 대 여자아이들에게 나쁜 게 아니라고 했는데, 월요일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에 올린 발표문에서는 "트윈 세대"를 위한 인스타그램의 개발을 중지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만약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틀렸다면 왜 개발을 중지한다는 발표를 하느냐는 것.
프로토콜의 기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건 인스타그램의 반박 내용이다. 애덤 모세리는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3분의 1의 십 대 여자아이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신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반박하면서 "샘플링이 잘못되었다. 그 연구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그들 중에서 3분의 1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모세리의 이런 반박은 인스타그램이 월요일에 올린 블로그 포스트에도 똑같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프로토콜은 그 주장은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아이들에게 인스타그램이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자신들이 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이 과연 스스로 만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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