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착각 ①
• 댓글 남기기많이 보도된 것처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처음에는 트위터의 주식을 9% 넘게 인수하면서 이사회에 참여한다고 했다가 참여가 백지화된 후로 정말로 트위터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그저 잠시 대중의 관심을 끄는 트롤링인지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마련했다는 발표를 하면서 '정말로 사려는 것일 수 있다'는 쪽으로 전망이 바뀐 상태다.
그런데 머스크는 왜 갑자기 트위터를 사려고 할까? 가장 흔한 답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트럼프 못지않게 열심히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테슬라는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고도 머스크의 트윗만으로 홍보를 할 만큼 트위터는 머스크에게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라고 해서, 돈이 있다고 해서 사야 하는 건 아니다. 아무리 머스크가 세계 최고의 갑부라고 해도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중 하나를 살 만큼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테슬라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면 거기에는 분명히 리스크가 존재한다. (트위터 인수와 관련해서는 이 글도 읽어보시길 권한다.)
문제는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트위터를 인수한다면 그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당장 머스크가 많은 걸 바꾼다고 해도 트위터가 얼마나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무엇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는 이유를 이야기할 때마다 기업의 수익 개선이 아닌 '발언의 자유(free speech)' 얘기를 한다. 트럼프 이후 소셜플랫폼들이 사용자들의 발언에 전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머스크의 주장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머스크의 진단, 즉 '발언의 자유가 부족한 것이 소셜미디어의 문제'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인 레딧(Reddit)의 CEO를 역임한 이샨 웡(Yishan Wong)이 트위터에 긴 스레드(thread)로 쓴 글이 화제가 되었다.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레딧은 그 어떤 소셜미디어보다 지독하게 발언의 자유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용자들이 모인 곳으로 등장 이후 여러 차례 큰 진통을 겪었고, 이 사이트의 성장사는 경영진과 사용자 커뮤니티 사이의 전쟁과 타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런 갈등을 가장 심하게 겪은 시점에 CEO였던 이샨 웡은 '소셜미디어와 발언의 자유'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그의 말은 귀 기울여 들을 만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그의 트윗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길지만 워낙 고민이 많이 담긴 뛰어난 글이라 전문을 번역, 소개하기로 했다.
만약 일론이 트위터를 인수하면 아주 고생하게 됩니다. 그게 어떤 고생인지 그가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죠.
인터넷에 오래된 문화가 하나 있습니다. 웹 1.0(1990년대 후반), 웹 2.0(페이스북이 나오기 전, 그러니까 2005년 이전) 시대에 활발했던, 발언의 자유(free speech)를 아주 강하게 주장하던 문화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1990년대 후반 미국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당시 미국에서 검열(censorship)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종교인들이었죠. 그런데 이들이 주장하던 건 사실 포르노(나 그 외 그들의 상상하는 도덕적 타락)를 인터넷에서 금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테크업계의 나이 든 리더 세대(결국 일론 머스크, 마크 앤드리슨 같은 X세대를 말합니다)는 그런 인터넷 문화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들에게 인터넷은 자유와 새로운 기회의 땅(new frontier)을 의미했고, 인류 정신의 만개(滿開)를 뜻했습니다. 테크놀로지는 인류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낳을 것이라는 거대한 희망이 있던 시절이고,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레딧(Reddit)을 운영하게 되었죠.
레딧은 발언의 자유라는 것이 "포르노 사이트를 폐쇄하고 때로는 FPS(1인칭 슈팅) 게임을 막으려는 보수적인 종교인들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던 "옛날 인터넷"의 마지막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우리 세대는 그 이상을 간직하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오늘날의 발언의 자유는 다릅니다. 그 원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그 원칙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실질적인 이슈들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사람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찾아가는 "새로운 땅"이 아닙니다. 지금은 모든 세상이 인터넷 안에 들어와 있고, 모든 문화전쟁(culture war)이 인터넷에서 일어납니다.
인터넷은 문화전쟁의 주요 싸움터
우리가 벌이는 문화전쟁의 주요 싸움터가 인터넷입니다. 오늘날 발언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건 주디 블룸의 책들을 도서관에서 없애기 위해 로비를 벌이는 보수 종교인들과 대결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발언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건 모든 사람들에 맞서야 함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모두가 상대방이 가진 발언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러시아도 발언의 자유를 사용해 우리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건 또 다른 얘기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하지는 않겠습니다.)
발언의 자유는 고귀한 이상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발언의 자유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제 지인들 중에 진보적이고 깨어있는(woke)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백인우월주의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가부장제를 옹호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사람들은 그런 플랫폼들이 자신들이 한 무해한 발언을 삭제하고, 반대편에서 하는 훨씬 더 악랄한 수준의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발언은 용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화면 캡처 등의 증거를 얼마든지 갖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분들, 안 그렇습니까? 증거 많이 갖고 계시죠?
그런데 제 지인들 중에서 대안 우파, 중도보수, 리버태리언인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BLM운동이나 마르크스주의, LGBTQ 어젠다를 옹호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 역시 이 사람들은 그런 플랫폼들이 진보적 교조주의(woke orthodoxy)에 대해 (좋은 의미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무해한 발언을 삭제하고, 그보다 훨씬 더 악랄한 수준의 위반행위는 제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화면 캡처 등의 증거를 얼마든지 갖고 있습니다.
우파와 리버태리언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그런 예를 많이 기억하시죠?
어느 쪽도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플랫폼이) 룰을 적용하는 일이 어려워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실수도 아주 많이 일어납니다. 또 다른 종류의 문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로, 인공지능(AI)이 비인간적이고 디스토피아스러운 결정을 내리고 사용자들은 이에 대한 번복 요청도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물론 이는 다른 얘기입니다.
양쪽 다 플랫폼이라는 조직이 자신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쪽에서는 "그 기업의 임원과 이사들은 전부 남자니까"라고 생각하고, 다른 쪽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정에 집착하고 진보성향이니까"라고 생각합니다.
하던 일을 1분만 멈추고 여러분의 정치적 성향이 어느 쪽인지 생각해보시고, 이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보수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둘 중 하나에 속할 겁니다. 그리고 나이 든 X세대에 속하는 테크업계의 거물들도 여러분 편이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희미하게나마 진보 같은데, 동시에 중도우파이기도 하고, "검열"을 자기식대로 해석하면서 소셜 플랫폼의 경영진의 행동에 대해서는 온갖 틀린 결론을 내립니다.
일론 머스크가 그런 사람입니다. 2004년 이후로 인터넷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장담하는 이유는 머스크가 비트코인 열풍에 늦게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인터넷 문화를 꾸준히 따라오고 있었다면 그보다 훨씬 더 일찍 비트코인을 시작했을 겁니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나, 재활용 가능한 로켓을 만들고 배우, 가수와 섹스를 하는 것처럼 실제적인 일(Real Actual Things)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에 주목하지 못했어도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실제로 운영을 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듭니다.
소셜미디어 기업의 진정한 관심
저는 이 자리에서 모든 대형 소셜네트워크 기업들(가령 페이스북, 트위터, 레딧 같은 기업들)이 조직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을 공개하겠습니다. 들을 준비가 되셨나요?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여러분(사용자)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흥분해서 생난리를 떠는 걸 좀 멈추기 바라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벌이는 유치한 싸움을 중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더 많은 기능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싶어 합니다.
그게 전부예요. 기업들은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정말로 관심 없는 사람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에 우익이라서 플랫폼에서 쫓겨난 게 아니에요. 여기에 대해서는 제가 오메가 이벤트에 관한 트윗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임원들은 특정 세대에 속해 있고, 직원들은 특정 정치 성향을 갖고 있겠죠. 하지만 그들은 정치에 관심 없습니다.
페이스북의 사용자층은 한 때 진보 쪽으로 기울었던 적도, 보수 쪽으로 기울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양쪽으로 갈립니다. 레딧의 사용자층도, 트위터의 사용자층도 그렇습니다. 소셜 플랫폼들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돈을 버는 데는 좀 관심이 있지만, 이들이 진짜로 바라는 건 사용자들이 제발 입 좀 닥치고 예의있게 행동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죠. 기업들이(=저희가) 플랫품을 누구나 원하는 소리를 하고도 대부분의 경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장소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러니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소셜네트워크가 인터넷인 세상이고, 모두가 들어와서 (차마스, 당신 덕분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은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그들은 공정성을 지키는 시늉을 합니다. "원칙"을 도입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소셜미디어에) 원칙이라는 건 없습니다. 기업들은 공정한 척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은 더 크게 악을 쓰고, 문제가 더 심각해지니까요.
소셜네트워크가 가진 특성 때문에 코너케이스(corner case: 여러 가지 변수와 환경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드문 오류로, 특히 프로그래밍에서 오류가 일어나는 상황을 재현하기 쉽지 않아 디버깅이 힘든 경우를 말한다–출처)가 등장해서 사람들 사이에 싸움이 폭발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기업이 관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위에서 언급한 오메가 이벤트가 그렇습니다.
그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인간이 워낙 다양하고, 인간의 행동은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소셜네트워크는 새로운 룰을 만들거나, 이미 밝혀둔 원칙을 바탕으로 해석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룰은 점점 복잡해지면서 트위스터 게임처럼 됩니다.
정말로 소셜네트워크에서 검열(censorship)을 피하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이겁니다: 싸우지 마시고, 예의 있게 행동하세요.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그렇게 행동해야 합니다. 제가 장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어떤 소셜네트워크에서도, 어떤 주제로도 검열이 필요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검열당하는 건 주제(topics)가 아니라 행동(behavior)이기 때문입니다. (진보나 보수 모두가 자신들이 검열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소셜네트워크'에서 문제가 되는 건 '소셜(=사람들)'이지 '네트워크(=기업)'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착각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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