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국에서는 코로나 19와 관련한 비관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추진하던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미국 성인의 70%가 최소한 한 번의 백신주사를 맞게 하겠다"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동안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백신의 확산에 힘입어 감염율도 뚝뚝 떨어지던 분위기가 식기 시작한 것은 몇 주 전부터였다. 남부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1차 접종을 한 후에 2차 접종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5월 초만 해도 하루 2백 만 접종이 이뤄지던 것이 이제는 1백 만으로 떨어지고 있다.

물론 바이든은 '7월 4일, 성인 70%'이라는 목표는 쉬운 목표가 아니라고 했고, 그보다 늦게라도 도달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 목표 도달 실패에 긴장하는 이유는 백신 접종의 모멘텀이 사라지면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델타 변이(Delta varient)가 단 몇 주 후면 미국에서 가장 흔한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미국의 감염병 관리 최고 책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오늘 "델타 변이가 미국이 코로나 19를 없애는 길을 막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파우치 박사가 오늘 했던 말에서 빠진 표현이 있다. 바로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다. 작년만 해도 파우치 박사는 집단면역을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하곤 했지만, 근래 들어 이 단어는 인기를 빠르게 잃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 집단면역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가 되었다"는 말까지 한다. 왜일까?

우선 집단면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집단 구성원의 일정 숫자가 항체를 갖게 되면 집단 전체가 면역이 생긴다는 이 개념은 원래 인간이 아닌 소의 질병과 관련해서 처음 등장한 것이고, 특정 감염병에서 구성원의 몇 퍼센트가 항체를 갖게 되어야 집단면역을 갖는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적게는 20%, 많게는 90%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고, 대체로 70%를 이야기하지만, 그 숫자가 정확하게 무슨 근거로 제시된 것인지 알기 힘들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속수무책으로 확산되던 2020년 봄에 "어차피 막을 수 없으니" 휩쓸고 지나가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영국이나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이야기되던 것이 집단면역이다.

하지만 이제 감염이 아닌 백신을 통해 항체를 만들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집단면역을 이야기하려면 이게 정말로 가능한 것이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네이처'는 지난 3월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집단면역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 다섯 가지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백신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백신에 대한 오해를 지적한다. 백신의 목적은 감염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감염이 되어도 심하게 앓지 않고 이겨내게 하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 19 백신은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기게 하는 것이지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게 주목적이 아니다. 들어와도 내 몸이 바로 싸워서 이긴다면 나는 바이러스가 들어왔는지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굳이 병원에 가거나 검사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이 감염이 되었는데 증상이 없었던 것인지, 아예 감염되지 않은 것인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이 감염된 채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킬 가능성을 아직 배제하지 못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감염을 막는 백신이 아니라면 집단면역은 구성원의 100%가 백신을 접종해야만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현재 나온 백신들은 전파를 막아줄 수도 있겠지만, 아직 확인된 건 아니다.

2. 백신 접종이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토가 작고 구성원이 여러모로 동질적인 국가들은 모르겠지만, 미국과 같은 큰 나라들, 그리고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백신의 보급은 균일하지 않다. 한 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90%라고 해도 10%가 전국에 골고루 퍼진 게 아니라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면?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환자들만으로도 병원 응급실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진보적인 일부 주에서는 성인의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었지만, 보수적인 남부주로 50%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전국적으로 확진자 숫자는 크게 떨어지고 있지만, 백신이 없었던 작년 이맘때도 날이 따뜻해지고 여름으로 진입하면서 확진자는 감소했었다. 백신을 공급받고도 접종율이 낮은 주에서 주민들이 계속 버틸 경우, 그리고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들만 백신을 공급받는 일이 지속될 경우 가을부터 세계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

3. 새로운 변이가 집단면역의 방정식을 바꾼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확산력이 빠르고 더 치명적인 델타 변이(B.1.617.2)가 가장 지배적인 코로나 19 변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현재 나온 백신은 델타 변이도 막아낸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문제는 아직 백신주사를 거부하고 있는 지역들이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내는데, 이들 변종은 바이러스가 방역에 실패한 지역을 휩쓸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국적 혹은 전세계적으로 평균 접종률이 아무리 올라가도 접종률이 크게 떨어지는 지역이 존재하면 새로운 변이가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생겨난 변이가 기존 백신의 면역력을 뛰어넘는다면 큰 구멍이 생긴다. 결국은 백신의 완전 접종과 새로운 변이 탄생은 빠른 쪽이 이기는 시간 싸움인 셈이다. 더구나 백신을 통해 많은 사람이 면역에 도달한다는 것 자체가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변신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4. 면역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백신은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백신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효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과거의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례를 통해 예측하기로는 면역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바이러스 연구자들이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나오겠지만, 독감 예방주사처럼 일정 기간에 한 번씩 계속 접종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코로나 19 백신과 독감백신을 결합한 '콤보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집단면역이라는 건 별 의미가 없게 된다. 독감은 겨울만 되면 매년 많은 희생자를 내고 지나가지만 아무도 집단면역을 해야 한다고, 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5. 백신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다.

현재 전 세계에서 집단면역 상태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이스라엘이지만, 백신 접종자들은 더욱더 겁 없이 행동하기 때문에 면역력과 바이러스 사이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백신은 감염을 100% 막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절대 안전이라는 건 없는데, 사람들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이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백신은 그렇게 할 좋은 동인을 제공해준다.

트럼프를 지지하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사랑을 받는 플로리다주지사 론 드산티스는 최근 플로리다의 경제를 자랑하면서 "우리는 파우치즘Faucism(파우치 박사의 방역 조치를 중앙/연방정부의 압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표현으로 '파우치주의' 정도에 해당한다) 보다 자유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파우치 박사가 팬데믹 기간 동안에 말을 바꿔가면서 국민을 속였다고 비난했다. (물론 플로리다가 연방정부로부터 엄청난 경제 지원금을 받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내러티브이지만 연방정부의 방역 조치를 '악'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어기는 행동을 '자유'와 '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산티스 주지사만이 아니다. 팬데믹의 방정식에는 바이러스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이라는 사회적 변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신이 집단면역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거나, 집단면역이 팬데믹 대척의 최종 목표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류사회가 앞으로 이 바이러스를 계속해서 감시, 관리해야 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내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니, 한 번에 도달하고 끝나는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