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살인 발라드는 범인인 남성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인데도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를 단순히 남성들의 가학 취미라고 하기는 힘들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런 노래를 들었다. 이 전통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트루 크라임 팟캐스트들이 압도적으로 여성 청취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을 봐도 살인 발라드의 인기를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호주의 진보적인 매체인 오버랜드(Overland)의 살인 발라드의 전통을 다룬 기사에서는 여성들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거짓말쟁이나 배신자로 취급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글을 쓴 저자는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 이러한 전통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살인 발라드가 묘사하는 사건을 옛날 시골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라고 여기며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일종의 '거리두기'를 시도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사에서 흥미로운 건 현대 여성 가수들이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이었던 살인 발라드를 여성의 시각에서 다시 쓰는 사례들이다. 가령 질리언 웰치(Gillian Welch)의 노래에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에 맞서 싸우는 여성이 등장한다. 남자는 여성을 쓰러뜨리고 머리채를 잡아 제압하지만, 여성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깨진 병 조각을 손끝으로 찾아내 그의 목을 그어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