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아이히만의 녹음테이프에는 아이히만이 헝가리의 유대인들을 수용소로 보내기 위해 레조 카스트너를 속였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는 카스트너가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처럼 민족의 배신자는 아니었다고 새롭게 해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1961년 아이히만 재판 당시 벤 구리온 정부는 아이히만의 녹음테이프 안에 어떤 내용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라이프 매거진에 등장한 내용을 보면 아이히만은 카스트너를 언급한 게 분명하고, 녹취록의 일부 등을 고려하면 카스트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는데 이는 벤 구리온에게는 어디에서 터질지 알 수 없는 지뢰밭이었다. 무슨 지뢰였을까?

앞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카스트너는 1948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나치 친위대 장교를 옹호하는 증언을 했고, 그가 뉘른베르크로 가는 여행비는 유대인 사무국에서 지급했다는 증거가 있다. 그럼 카스트너는 그 법정에서 어떤 나치를, 왜 옹호했을까? 그가 옹호한 나치 중 한 명인 쿠르트 베커(Kurt Becher)가 누구인지 알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