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초대 총리 벤 구리온(Ben Gurion)은 아이히만을 체포하기 위해 첩보기관인 모사드의 요원을 아르헨티나로 보낸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체포 작전이 아니라 '납치' 작전이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을 통해서 용의자를 체포하는 게 공식 루트이겠지만 각 나라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계산이 복잡하게 얽힌 아이히만 문제를 아르헨티나에 정식으로 알리고 데려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전 세계적인 뉴스가 될 문제에 남의 나라 법을 무시하고 납치라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정치적인 부담은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이 일이 큰 뉴스가 되면서 아르헨티나에서는 반유대주의 운동이 크게 확산되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훗날 총리가 되는) 외무장관 골다 메이어는 납치를 실행한 사람들이 모사드 요원이 아닌 일반인들이라고 둘러댔다. 첩보요원의 행적이 드러날 경우 "우리와 무관하다"라고 꼬리를 자르는 일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마침 당시 아이히만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사해서 외딴 지역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모사드 요원들은 그가 사용하는 외진 버스 정류장 주변에서 기다렸고, 어두운 밤에 버스에서 내려서 혼자 걷는 그를 어렵지 않게 붙잡아 이스라엘로 데려올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형무소 하나를 통째로 비워 아이히만을 수용하고 군대를 동원해 철통 방어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자살을 시도할 것에 대비해 그가 있는 방에 감시 인력을 배치해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감시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