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AI가 만든 콘텐츠에서 아무도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콘텐츠를 접하고도 모르는 경우가 있고, 알면서도 그냥 보거나 읽기도 한다. 나는 AI를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질 나쁜 콘텐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감독이 컴퓨터 그래픽(CGI)을 사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영화가 아닌 것처럼, 솜씨 좋은 창작자가 AI를 잘 사용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이것만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영역은 있다. '다른 건 다 괜찮아도 여기에서 AI가 만든 걸 접하고 싶지는 않아'라는 영역. 내게는 그게 음악이다. 평소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처럼 음악을 들을 때 AI가 생성해 낸 걸 듣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사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애플 뮤직, 스포티파이)에도 AI 생성 콘텐츠가 너무나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특정 곡을 들으면서 이게 인간 작곡가가 만들고, 인간 가수가 부르는 건지 일일이 찾아내는 게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방법은 있지만—곡에 붙어 있는 뮤지션의 이름을 찾아보고, 그가 얼마나 자주 업로드하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그게 시간과 노력을 잡아먹는 일이 되니 그냥 듣게 된다.
그렇게 몇 주 전에 다운로드한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포근한 느낌의 가을 음악(Cozy Fall Vibes)"이라는 이름이었고, 커버 아트부터 AI가 만든 티가 났기 때문에 눈치를 채야 했지만, 꽤 알려진 곡들의 어쿠스틱 커버였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집안일을 하거나 차를 운전하면서 틀어놓는 용도로 적절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