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인 금요일 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지상군 작전(ground operation)"을 확대한다고 발표했고, 역대 최대 규모의 공습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군의 전격적인 지상전 개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며칠 동안 가자 지구에 들어가는 산발적인 공격을 해오고 있지만 그동안 예고해 오던 대대적인 지상전은 아니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에 침투해 많은 민간인을 사살, 납치한 사건 직후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를 없애버리겠다"고 다짐하며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보내는 침공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의지를 재확인하듯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24시간 이내에 대피하라는 전단을 뿌렸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그 후 3주 동안이나 지상군 투입을 미루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분석가들은 이스라엘군의 준비는 끝났다고 하고,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이 하마스 세력을 없앨 작전 계획을 모두 세웠다고 했는데 이스라엘은 왜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을까?

뉴욕타임즈는 오늘 발행한 기사에서 지상군을 투입하기 힘든 이스라엘의 사정을 설명했다.

가자 지구 근처에 집결한 이스라엘군의 장갑차량들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의 목표를 두 가지라고 말한다. 하나는 "하마스의 군사적 능력과 가자 지구 통치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국민 200여 명을 최대한 구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목표가 서로 상충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고, 그게 하마스가 이스라엘인들을 납치한 이유다. 현재 카타르가 인질 석방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데, 지상전이 본격화하면 협상은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스라엘 정부 일각에서는 침공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고 싶어 한다.

이스라엘 정부 내에 인질 석방을 위한 노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협상이 실패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작전 계획을 완료한 이스라엘군은 대대적인 침공을 원하지만, 네타냐후가 지시를 내리는 것을 망설이고 있고, 이게 군 장성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네타냐후는 뭘 기다리는 걸까?

그가 구성한 전쟁 내각(war cabinet)의 만장일치 승인이다. 네타냐후는 쉽게 끝나기 힘든 이번 전쟁으로 자신이 정치적 곤경에 빠질 경우에 대비해, 지상군 침공의 결정으로 인한 책임을 분산하고 싶어 한다.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기를 비롯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네타냐후의 고민은 지상군이 들어간 후에 발생하게 될 피해의 규모 때문이다.

2008년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맞붙은 가자 전쟁을 기준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지상군이 들어가서 전투가 시작되면 이스라엘군은 하루 3~1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하마스는 7~66명, 민간은 13~40명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같은 영상에서 소개하는) 미군의 퇴역 장성의 생각은 다르다. '이즈 앗딘 알카삼 여단'으로 불리는 하마스의 군대가 2008년 이후로 갖게 된 다양한 무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는 이란의 드론은 물론이고, 다양한 종류의 무기가 이란과 중국을 통해 들어왔을 것이고, 시가전에 대비해 만든 각종 급조폭발물(IED), 그리고 조잡하게 만들어졌지만 파괴력이 있는 화학무기가 사용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스라엘군의 손실은 2008년에 비해 최대 3배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침공이 시작되면 빨라도 작전의 완료까지는 20~50일가량이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에 가자 지구에서 일어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 (이미지 출처: The Guardian)

더 큰 문제는 '작전의 완료'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다. 미국의 베트남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전, 그리고 무엇보다 러시아가 시작한 우크라이나전이 보여주는 진리가 있다면, 그건 전쟁은 시작하기보다 끝내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막대한 자원이 투여되고 엄청난 희생이 발생한 전쟁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전쟁을 시작한 나라는 전쟁을 종료하지 못하고 무한정 지속하는 쪽을 택한다. 훨씬 더 강한 화력을 갖고도 전쟁의 늪에 빠져서 10년을 보내는 일은 그렇게 일어난다.

게다가 네타냐후는 이번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었고, 1,400명의 이스라엘인이 죽고 200명이 납치당하면서 "이스라엘의 수호자"라는 자신의 브랜드에 큰 흠집이 났다. 따라서 이스라엘에서는 그가 이번 전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권을 잃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은 네타냐후가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다.

웨이코의 교훈
역사에 완벽하게 똑같이 반복되는 일은 없음에도 사람들이 역사를 살펴보며 교훈을 찾으려는 이유는 과거와 조건이 비슷한 사건에서 과거와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힘으로만 이기지 못한다. 상대를 전멸시킬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병력과 화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함부로 사용하면 "전투에 승리하고 전쟁에 패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과 가장 비슷한 경우는 1993년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Waco)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불타는 주택 앞을 미군 탱크가 지나가는 아래 사진만 보면 여기가 미국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 당시 웨이코(정확하게는 엘크 지역에 가깝지만, 웨이코라는 이름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에는 데이비드 코레쉬(David Koresh)라는 사람이 이끄는 신흥 종교단체가 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있는 신흥 종교가 흔히 그렇듯 이 단체 안에서는 성폭력, 성 착취 문제가 심각했고(아동 성폭력, 학대 문제까지 있었다), 불법 무기를 쌓아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연방 정부의 수사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압수 수색 영장을 들고 간 수사관들을 들여보내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그면서 대치 상황에 돌입했다. 어린아이와 여성을 구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은 연방 요원들은 총을 쏘며 버티는 교주와 신도를 대상으로 무려 51일 동안의 교섭을 벌였다. 그렇게 해서 20여 명의 아이들을 데려 나오는 데 성공했지만, 교주의 "아내들"이 낳은 많은 아이들은 구출하지 못했고, 장갑차를 동원해 건물을 부수고 진입하던 중에 신도들이 저지른 화재로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언론에 생중계되면서 국민 눈에는 연방 정부의 무능으로 비쳤고, 총기 소유를 지지하고 연방 정부에 반대하는 많은 미국인을 결집하게 하는 사건이 되었다. (특히 1995년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을 폭파한 테러범이 웨이코 사건이 일어난 날짜에 맞춰 테러를 일으켰다는 사실은 'OKC의 유령 ②'에서 이야기했다.) 지금도 총기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웨이코라는 이름을 사용해 "We Ain't Coming Out (우리는 나가지 않겠다)"는 구호를 사용한다.
거주지에서 농성에 들어간 종교 집단을 진압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Wikimedia)

네타냐후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국제적 압력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가 일어난 직후 미국 대통령으로는 드물게 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방문해서 이스라엘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지만, 막후에서는 이스라엘이 섣불리 행동하지 않도록 말리는 외교적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짜고짜 쳐들어갈 경우 민간인 피해가 클 것을 우려한 것이었지만—미국 측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봉쇄하는 바람에 중단된 전기와 물, 식량 공급 재개를 이스라엘과 협상했다—더 큰 목표는 그런 침공이 중동 지역의 이슬람 국가들을 분노하게 하고, 이 사태가 지역 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우려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테러 직전까지 이스라엘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하려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차갑게 식고 있다. (물론 이게 하마스의 목적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최근 사우디 정부 관료들은 미국의 상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한 경고를 했다. 바이든으로서는 이스라엘의 작전에 반대하는 것은 옵션이 아니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우방일 뿐 아니라, 9/11 테러 이후로—그 테러 사건과 관련도 없는—이라크를 침공하고 오래도록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했던 미국이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10월 7일의 테러가 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미국에서 9/11 사태가 7개 일어난 것과 같다고 말한다.)

결국 바이든이 할 수 있는 것은 인질 석방 협상과 팔레스타인 피난민의 상황을 핑계로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을 최대한 미루도록 시간을 끄는 것이고, 이런 미국의 이해는 네타냐후의 복잡한 정치적 계산과 만나서 지금의 상황이 나오는 것이다. 대대적인 침공이 아니라, 짧게 침투해 목표물을 타격하고 나오는 소규모 전투를 여러 번 치르는 방법—이스라엘군은 현재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을 사용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결국 이런 '좋지 않은 비주얼'을 피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Why Netanyahu doesn’t want to go ‘all the way’ - The Times of Israel
Op-ed: The PM is clear-eyed about the danger Hamas poses to Israel. So why, despite considerable pressure, is he manifestly disinclined to order a full-scale ground offensive?
네타냐후가 왜 지상군 전면 투입을 원하지 않는지를 분석한 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군부 사이에 갈등과 불신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작전 목표를 이야기하면서 인질 구출을 빼버리면서 총리의 계획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네타냐후 쪽에서는 지상군 투입을 아직까지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이스라엘군이 작전 계획을 만드는 데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네타냐후가 군부와 회의를 할 때 아무도 녹음장치를 휴대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전쟁이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큰 피해가 생길 경우 그 책임 소재를 따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보인다.

총리조차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한 분석가의 말처럼, "이스라엘 입장에서 성공은 불가능하다. 완전히 실패하느냐, 덜 실패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