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슨의 실패 ①
• 댓글 남기기현존하는 전기 작가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이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내놓아 화제가 되었다. 정확하게는 그가 머스크의 전기를 준비하기 위해 머스크와 꾸준히 만나고, 그가 일 때문에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닌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부터 화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전기를 쓴 사람이기 때문이고, 그전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벤저민 프랭클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들의 전기를 써서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전기를 쓴다는 것은 천재라는 왕관을 씌워주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이작슨이 머스크의 전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는 머스크가 사회적으로 문제 있는 언행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아이작슨이 너무 욕심을 내서 서두르고 있다는 말이 많았다. 살아있는 사람의 전기를 쓴 적이 없지는 않지만, 스티브 잡스의 경우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둔 시점이었고,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교수의 경우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아이작슨이 머스크에 관해서 어떤 책을 내놓을지 기대 반, 불안감 반으로 기다렸다. 특히 머스크에 비판적인 언론에서는 그의 책을 샅샅이 뒤져서 과연 좋은 책인지, 아닌지 밝혀낼 생각이었다.
책이 나온 지 몇 주가 지나면서 평가가 어느 정도 내려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세상을 떠난 지 수백 년이 지난 천재를 다루는 것과 위험한 발언과 가짜 뉴스를 쏟아내는 세계 최대의 갑부를 다루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후자의 경우 독자들은 작가가 인물의 영향력을 두려워했는지, 그가 말하는 것들의 사실 여부를 엄정하게 판단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데, 현재까지 나온 비평을 보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대세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버지(The Verge)의 시니어 기자인 엘리자베스 로파토(Elizabeth Lopatto)가 쓴 비평이다. "How the Elon Musk biography exposes Walter Isaacson (일론 머스크의 전기가 드러낸 월터 아이작슨)"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작가와 책에 초점을 맞춘 비평으로, 이 책이 가진 문제점을 아주 잘 요약해서 설명한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일론 머스크의 전기가 정식으로 출판되기도 전에 터졌다.
CNN은 월터 아이작슨이 쓴 머스크의 전기를 일부를 요약, 인용하는 기사에서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위성네트워크인 스타링크(Starlink)를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고 전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해군을 "기습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뒤를 이어 전기를 인용해 머스크가 순간적인 자기 판단으로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저지했다고 전했다.
보도의 신빙성이 의심스러웠던 나는 기사가 나온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내가 궁금했던 건 이런 내용의 출처(source), 그러니까 누구의 말을 듣고 쓴 거냐였다. 일론 머스크를 취재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우게 되는 것 중 하나는 그가 황당한 거짓말을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자금 확보 완료."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주식을 상장 폐지할 것처럼 얘기했던 걸 기억할 거다. 그는 상장폐지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했지만, 그게 사실이었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의 발언이 나온 지 한 달 뒤 “트윗으로 투자자와 규제기관을 기만했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뉴욕 남부 연방지법에 고소했다–옮긴이)
- 테슬라 주식 매각. 2022년 4월,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의 일부를 매각한 후, 더 이상 매각은 없다고 말했지만, 몇 달 후인 8월에 다시 주식을 팔았다. 그리고 나서 또 더 이상의 매각은 없다고 말했고, 다시 11월에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다.
- 테슬라와 비트코인. 머스크가 "나는 비트코인을 더 살 생각은 있지만, 매각할 생각은 없다(I might pump but I don’t dump)"라고 했지만, 테슬라는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의 75%를 팔았다.
- 오토파일럿 영상 조작. 2016년에 공개한 테슬라 데모 영상에는 "자동차가 혼자서 운전 중(The car is driving by itself)"이라는 자막이 보인다. 하지만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담당자는 증언을 통해 당시 테슬라 자동차는 무인운전 중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문구는 머스크의 요구로 결정되었다.
- 교체 가능한 테슬라의 배터리. 전기자동차 충전은 배터리 교체를 통해 휘발유를 넣는 것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 테슬라는 하늘을 날게 될 것.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다. 머스크는 정말로 자동차 뒷좌석을 추진체로 교체하겠다고 말했고, 기자들은 그게 정말로 가능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살펴봤다.
머스크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그의 거짓말 중에서도 가장 비현실적인 것은 대개 그가 자기를 대단하게 보이려고(self-aggrandizing) 하는 말들임을 깨닫게 된다. 머스크는 정말 많은 말을 쏟아놓는다! 그중 어떤 말은 과장이지만, 어떤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670페이지(한글판은 760페이지)짜리를 보면 저자가 책의 주인공을 바로 옆에서 취재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주인공이 2011년에 3년 안에 사람을 우주로 보내겠다고 공언한 일론 머스크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였다. 머스크 같은 인물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전기 작가에게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작가를 바로 옆에 둔다는 건 머스크가 자기 자신에 대한 신화를 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나는 머스크의 전기를 펼쳐 들면서 저자인 아이작슨이 해야 할 숙제(저자의 책무)를 제대로 했는지 알고 싶었다.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책의 맨 뒤편으로 가서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저지한 내용의 출처가 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책에서 밝힌 그 주장의 근거는 머스크, 그윈 쇼트웰(Gwynne Shotwell), 그리고 재러드 버철(Jared Birchell, 머스크의 수행비서)와의 대화였고, 로렌 드라이어(Lauren Dreyer)가 보낸 이메일, 그리고 미하일로 페도로프(Myhailo Fedorov,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장관)에게서 받은 텍스트로, 이건 "일론 머스크가 제공했다"라고 적혀있다. 그 밖의 소스로는 뉴스 기사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했다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드론은 하늘을 나는 드론이지, 우크라이나의 드론 잠수정 얘기는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작슨은 책에 이렇게 썼다:
그날 저녁부터 밤까지 머스크는 상황을 직접 챙겼다. 그는 스타링크를 공격에 사용하게 하는 것은 세계를 재난으로 몰고 가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비밀리에 엔지니어들에게 지시해서 크림반도 주변 100km에서는 스타링크를 차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잠수정들이 세바스토폴에 정박한 러시아 함대에 접근하자 인터넷 연결이 끊어졌고,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한 채 해안으로 쓸려갔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멋지지 않나? 하지만 아이작슨이 이 챕터에 등장하는 내용의 출처로 제시한 뉴스 기사들 어느 곳에서도 그 문장의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공격하던 중에 스타링크가 끊어졌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 기사에도 드론 잠수정이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하고 해안으로 쓸려갔다"는 얘기는 없다.
그럼, 그 내용의 출처는 어딜까? 아이작슨은 그다음 문단에서 페도로프 장관의 텍스트 메시지를 인용한다. 아이작슨에 따르면 페도로프는 "드론 잠수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머스크에게) 비밀리에 설명했다." 하지만 그게 책으로 출간된 걸 보면 그다지 비밀은 아니었던 것 같다.
머스크는 아이작슨이 쓴 내용을 트위터에서 반박하면서 "스페이스X는 어떤 차단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정부 관료로부터 스타링크를 세바스토폴까지 모두 개방하라는 긴급 요청은 있었다"고 했다. 그 정부 관료가 어느 나라 정부의 관료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가 그들의 요청을 수락했으면 스페이스X는 중대한 전쟁 행위와 갈등 증폭에 가담하게 될 것이었다"라고 했다.
이런 머스크의 반박에 아이작슨은 즉각 꼬리를 내렸다:
스타링크와 관련한 내용을 해명하자면 이렇다: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 인터넷이) 크림반도까지 모두 개통되어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머스크에게 러시아 함대를 공격하기 위한 드론 잠수정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던 것이다. 머스크는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할 경우 큰 전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던 것이고, 그의 우려는 정당했을 거다.
이런 엄청난 주장이다. 아이작슨의 "해명"은 오히려 궁금증을 낳는다. 그는 자기 책이 틀렸다고 얘기하고 있는 걸까? 그가 "다음 판에서는 내용을 업데이트해서" 수정하겠다고 했으니 그 내용의 오류를 얘기하는 것 같다. 어쨌든 책을 인용했던 워싱턴포스트도 내용을 수정했다.
그럼, 우크라이나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어떤 우크라이나 사람을 말하는 걸까? 그리고 아이작슨은 그들의 생각을 어떻게 알았을까? 책이 제공하는 출처는 우크라이나인 한 사람의 텍스트 메시지이고, 이 사람은 외교적인 이유로 그가 알고 있는 것을 다 밝히지 않는다. 그들이 "러시아 함대를 공격하기 위한 드론 잠수정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는 것은 책에서 말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책에서는 인터넷을 열어주는 게 아니라, 이미 열려있던 인터넷을 머스크가 차단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건 대체 누구에게서 들은 말일까? 아이작슨 해명의 마지막 문장인 "머스크는 그렇게 할 경우 큰 전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던 것이고, 그의 우려는 정당했을 거다"라는 문장은 그냥 아부성 발언이다.
아이작슨은 또 다른 트윗에서 "해명"을 이어간다. "머스크와의 대화에서 나는 스타링크가 크림반도 공격에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이 결정된 것이 우크라이나가 기습 공격을 시도하던 그날 밤에 만들어진 것으로 착각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말을 들어보니 그런 정책은 이미 만들어져 존재하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몰랐고,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은 그 정책을 확인한 것뿐"이라는 거다.
진실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더 많은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과 미군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면 된다. 하지만 아이작슨은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머스크의 말이면 충분했던 거다. 그랬기 때문에 머스크가 자신이 그렇게 묘사되는 것에 반대하자 아이작슨이 곧바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내가 이 대목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게 아이작슨의 책이 가진 중요한 문제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자인 우리 앞에는 신뢰하기 힘든 나레이터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다. 머스크와 아이작슨 본인이다. 아이작슨은 이런 해명을 내놓기 직전에 CBS의 데이비드 포그(David Pogue) 기자를 스페이스X 공장으로 초대해 자랑스럽게 돌아다니며 자기 책을 홍보했다.
아이작슨은 특정한 종류의 전기를 쓴다. 그가 쓴 전기 중에서 "genius(천재)"의 전기만 모은 박스세트가 있을 정도다. 여기에는 벤저민 프랭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리고–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스티브 잡스도 들어간다.
아이작슨은 이렇게 중요한 남성들–유일한 여성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선구자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가 있다–의 전기를 써왔기 때문에 이런 저술을 계속한다면 그가 앞으로 쓰는 전기의 주인공은 천재라는 브랜드가 붙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머스크의 신화를 다치지 않게 유지하는 방법의 하나는 팩트 체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책의 첫 세 문단에서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참여했다는 황무지 생존 캠프를 이야기한다. 아이작슨은 그곳에서 "몇 년에 한 번씩 참가한 아이가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건 눈길을 끄는 주장이다! 라는 생각에 나는 책의 맨 뒤에 있는 주석을 찾아서 아이작슨이 머스크의 학교 친구들을 인터뷰했는지 확인했다. 아이작슨은 그런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언론의 기사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럼 그 주장의 출처가 뭘까? 머스크이거나, 머스크의 가족 중 한 사람일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인용한 머스크의 말에 따르면, 캠프 카운슬러가 머스크에게 작년에 죽은 아이가 했던 것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말했단다.
머스크가 태어날 때부터 강인한 인물이고, 그가 어린 시절에 겪은 힘든 일이 지금 그가 보여주고 있는 나쁜 행동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건 머스크 가족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아이작슨은 이상한 단어 선택을 한다.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 때문에 성공했다거나, 그가 설립을 도운 기업들의 창업자라고 불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잘못된 주장을 들으면 피가 끓는다"라고 썼다. 그런데 아이작슨은 앞에서 일론의 아버지 에롤 머스크(Errol Musk)가 일론과 그의 동생 킴벌(Kimbal)이 스타트업인 집투(Zip2)를 시작할 수 있도록 "28,000달러와 함께 그가 500달러를 주고 산 낡은 중고차 한 대"를 주었다고 했다. 일론의 어머니도 창업 자금으로 10,000달러를 주고 "아들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신용카드를 쓰라고 주었다." 머스크는 가족의 지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게 분명히 나와 있다. 그런데 아이작슨은 왜 사람들의 주장을 "잘못된" 주장이라고 부연 설명할까? "물려받은 재산"에 다른 정의가 있는 걸까?
아이작슨의 이상한 선택은 또 있다. "테슬라가 오래도록 받아온 비판 중 하나는 2009년에 미국 정부가 이 회사를 위기에서 구제해줬다(bailed out)거나 보조금을 주었다(subsidized)는 것이다." 아이작슨의 이런 설명은 틀렸다. 그동안 테슬라가 받아온 비판은 이 회사가 주정부, 연방정부, 지자체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버펄로의 기가팩토리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머스크는 테슬라 하나로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30억 달러의 대출과 보조를 받았다.
하지만 아이작슨은 테슬라가 미 에너지부(DOE)로부터 4억 6,500만 달러의 대출을 받았다는 얘기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생략했다. 그의 경쟁자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도 질투했다고 알려진 엄청난 규모의 지원이었다.
'아이작슨의 실패 ②'에서 이어집니다.
무료 콘텐츠의 수
테크와 사회, 문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찾아냅니다.
유료 구독자가 되시면 모든 글을 빠짐없이 읽으실 수 있어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