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세운 뉴럴링크(Neuralink)에 관한 설명도 그렇다. 책에서는 사람의 뇌에 컴퓨터를 이식하는 "뉴럴링크의 아이디어는 우주여행을 다룬 이언 뱅크스(Ian Banks)의 '컬처(Culture)' 시리즈에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뇌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는 이미 존재했다는 건 과학적인 사실이다.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를 연결한 건 2006년에 일어난 일인데 아이작슨은 책에서 언급하지 않는다. 그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게 머스크가 아닌 건 분명함에도 아이작슨은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뉴럴링크에서 실험용으로 원숭이, 돼지, 양 등의 동물 1,500마리를 죽여 문제가 되었던 잔인한 일도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머스크와 관련한 큰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그의 정치다. 아이작슨은 책에서 정치 얘기를 꾸준히 꺼내지만, 그의 관점은 읽는 사람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트럼프와 만난 머스크 (이미지 출처: Bloomberg)

그의 정치를 이해하려면 그가 납세자들의 돈에 얼마나 큰 신세를 지고 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가 텍사스주에 얼마나 크게 의지하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 것은 (저자의) 큰 잘못이다. 머스크는 자기 사업체들의 상당 부분이 위치한 텍사스주에서 유리한 정책을 끌어내는 쪽으로 정치인들에게 기부금을 낸다. 따라서 아이작슨은 책에서 "머스크는 특별하게 정치적으로 행동한 적이 없었다(Musk has never been very political)"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지난 20년 동안 머스크가 정치인들에게 준 돈이 10억 달러가 넘는다면 말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머스크가 정치적 허무주의자(political nihilist)라고 생각한다. 그는 납세자가 낸 돈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슨 말이라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지난 20년 넘게 리버태리언(자유방임주의자), 극우주의자들과 어울려 지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피터 틸(Peter Thiel)과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인데, 아이작슨은 데이트 강간이라는 건 없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함께 쓴 이 두 사람이 "특별하게 당파적이지는 않다"라는, 알 수 없는 주장을 한다.

머스크가 이들과 어울려 온 사실은 머스크가 극우로 돌아서게 된 이유가 사실의 자기 딸 제나(Jenna) 때문이라는 아이작슨의 주장과 배치된다. 책에서 이걸 이야기하는 부분이 특히 읽기 힘들었던 이유는 궁극적으로 이 책이 피해자에 책임을 전가(victim blaming)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작슨의 표현을 빌리면, "머스크는 제나의 분노 때문에 억만장자들에 대한 백래시(backlash)에 민감해졌다." 제나는 2020년 아버지 일론과의 대화를 단절했고, 그와 상의하지 않고 성 확정 절차(transition, 호르몬 요법 등으로 자신의 성을 찾는 과정)를 진행한다.

아이작슨은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제나가 아버지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말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은 아닐까? 머스크는 자신의 경호원 중 하나에게서 제나(원래 머스크가 지은 이름은 Xavier라는 남자 이름이었지만, 아버지와 관계를 끊으면서 Vivian Jenna Wilson이라고 개명했다–옮긴이)의 성확정 치료에 대해 듣게 되었다고 한다. 제나가 이 사실을 머스크의 당시 아내 그라임스(Grimes)를 비롯한 머스크 주변의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성소수자들이 부모에게서 버림받을까 봐 사실을 숨기는 일은 드물지 않다. 많은 성소수자가 태어난 가족이 아닌 선택한 가족(found family)과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 '매트릭스' 속에 등장하는 빨간약과 파란약 (이미지 출처: The Guardian)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2020년,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처럼 "빨간약을 먹으라(Take the red pill)"라는 트윗을 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하지만, 그 영화를 만든 두 사람의 감독이 나중에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사실 '매트릭스'는 그 자체로 트랜스에 관한 서사다. 1990년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을 처방받으면 받는 알약이 실제로 빨간 알약이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트윗에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먹었어요!"라고 댓글을 단 사실은 언급하지만, 감독 중 한 사람인 릴리 워쇼스키(Lilly Wachowski)가 "둘 다 엿이나 먹어라(Fuck both of you)"라고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얘기를 책에 모두 적으면 머스크가 멍청하게 보인다는 거다. 그러면 이 책을 위인전으로 파는 데 지장이 생긴다.

트랜스젠더 / 매트릭스
매트릭스를 본 트랜스젠더 아이들은 이 작품이 자신들을 위한 메시지임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매트릭스의 트랜스젠더 서사에 대해서는 오터레터에서 다뤘다.

아이작슨은 인종 문제에서도 비슷한 결정을 한다. 일론 머스크가 성장하던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지고 있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의 존재, 그리고 그의 외할아버지가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던 사회신용정당(Social Credit Party)의 의장이었다는 사실과 관련해서다. 아이작슨은 일론의 외할아버지인 조슈아 할데만(Joshua Haldeman)이 "특이한 보수적 포퓰리즘"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고만 말하고 넘어가지만, 할데만이 그런 견해 때문에 인종주의적인 정부가 집권하고 있던 남아프리카의 프리토리아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생략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서 인종주의적인 근무 환경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아이작슨은 언급하지 않는다. 전직 테슬라 노동자는 이런 인종주의적인 학대 문제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수백만 달러를 보상금으로 받았다. 하지만 아이작슨에게 이런 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테슬라 공장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을 다룬 뉴욕타임즈의 기사

아이작슨이 머스크의 전처, 헤어진 애인을 묘사하는 방식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저스틴 머스크(Justine Musk)와 앰버 허드(Amber Heard) 모두 나쁜 인물로 등장한다. 일론의 어머니는 저스틴 머스크에 대해 "쓸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She has no redeeming feature)"라고 말하고, 일론의 동생이자 사업 파트너인 킴벌은 일론에게 "형에게 맞지 않는 사람(This is the wrong person for you)"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저스틴 쪽의 반론을 찾을 수 없고, 다만 이혼 과정에서 한 잡지와 인터뷰한 기사를 통해서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왜 그럴까? 혹시 전처가 기밀유지합의서(non-disclosure agreement)에 서명했기 때문은 아닐까? 테슬라의 실제 창립자인 마틴 에버하드(Martin Eberhard)처럼 그런 조항이 들어있는 문서에 서명한 걸까? 아이작슨은 저스틴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지만 저스틴의 말은 등장하지 않는다. 왜일까?

앰버 허드는 어떨까? 킴벌은 허드를 두고 "악독한(so toxic)" 사람이라고 말하고 그라임스는 "혼돈 악(chaotic evil)"이라고 말한다. 머스크의 비서실장은 허드가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와 같은 인물이고, 주위 모든 것을 뒤흔드는 것에서 만족을 찾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머스크가 2018년에 테슬라의 상장을 폐지한다며 적었던 "자금 확보 완료"라는 트윗을 한 것도 모두 앰버 허드의 탓인 것처럼 설명한다. 하지만 허드의 대답은 아주 조용해서(자기는 일론을 사랑하며, "일론은 불을 좋아해서 때로는 그 불에 덴다"라고 한다) 그도 기밀 유지에 합의한 건 아닐지 싶다. 하지만 책에서는 그럴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작슨의 이야기는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프리몬트 공장의 알루미늄 주물 공정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도한 기사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기밀 유지에 합의한 사람을 알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2016년에 부적절한 제안을 했다고 말한 비행기 승무원이다. 우리는 스페이스X에서 일하던 5명의 여성이 회사에서 성희롱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한 것을 알고 있고, 테슬라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악몽 같은" 성희롱을 겪었다고 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작슨은 이런 일들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작슨은 머스크 소유의 회사 직원들에게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아이작슨은 2018년,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을 서두르던 때를 머스크의 시각에서 서술한다: "머스크는 좋은 공장을 설계하는 것은 좋은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산을 준비하는 동안 머스크는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현장의 직원들에게 큰소리로 질문을 하면서 "즉석에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안전을 위한 감지 장치들이 "너무 비싸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경보를 울린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챕터에서 아이작슨은 회사가 안전을 무시하고 하루 10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직원들이 불만을 표시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불만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라고 한다. "테슬라 공장은 사고율이 업계 평균보다 30% 높다"라는 것이다. 그걸 두고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there's some truth)"라고 표현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머스크와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저자로서 아이작슨이 당연히 물었어야 하는 질문이 있다. 머스크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감지장치를 훼손한 거나, 제조공정을 독단적으로 바꾼 것, 그리고 "생산 지옥"이라는 테슬라의 공장 환경이 테슬라 공장의 사고율에 어떤 영향을 주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작슨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머스크와 아이작슨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아이작슨은 테슬라 노동자들의 사고를 더 이상 책에서 언급하지 않지만, 스티브 잡스와 머스크를 비교하는 데는 상당한 공을 들여서, 어느 순간부터 이 책이 자기가 쓴 다른 책의 PPL(product placement) 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 뒤에 있는 색인을 보면 이 책에 잡스가 언급되는 곳은 무려 20페이지에 달한다. 그것만 보면 머스크의 성공에 스티브 잡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라는 착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이작슨의 책을 보면 머스크는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쓰다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는 결론을 피하기 힘들다. 이 책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현장에서 바로 해고하고, 무식하고 큰 비용이 들어도 자기 식대로 하라고 고집을 피우고, 약간의 반대도 참지 못하는 사례가 넘쳐난다. 테슬라의 의장이었던 존 맥닐(John McNeill)에 따르면, "일론은 화가 나면 사람들을 닦달하고, 심지어 주니어 직원들에게도 그러곤 한다."

스페이스X에서 재정 분석을 담당했던 루카스 휴즈(Lucas Hughes)가 그렇게 머스크가 화내는 소리를 들어봤던 주니어 직원이었다. "(머스크와 일하다 보면) 나는 더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동원되는 도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실 자체로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때로는 도구가 닳게 되는데, 머스크는 그런 도구는 그냥 교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작슨의 말을 빌리면, 머스크는 "자신의 편안함과 여유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뒤에 이어지는 챕터들에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이야기하는 인공지능(AI)과 좀 수상한 구석이 있는 테슬라봇(Tesla Bot)에 대한 비전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그는 이 대목에서 머스크가 말하고 다니는 홍보성 주장(hype)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믿고 있다. 하지만 나는 머스크가 테슬라 공장을 "외계인 전함"에 비유하고 다니던 시절을 기억한다.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다고 해놓고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기억하고, 그 외에도 무수하게 많은 주장을 했지만 잘해야 과장이었고 거짓말로 끝났던 걸 알고 있다. 따라서 10년 후에 이 책을 다시 펴면 아이작슨이 가장 창피하게 생각할 건 우크라이나 무인잠수정 얘기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아이작슨은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머스크가 그렇게 나쁜 행동을 하지 않고도 지금과 같은 업적을 이룰 수 있었을지를 생각한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머스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머스크만큼의 업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아무런 필터도 없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태도가 그의 본질일까? 안정된 성격이든, 불안정한 성격이든 상관없이 그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로켓의 궤도 진입과 전기차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까? 위대한 혁신가들은 배변 훈련을 거부하고 위험을 불사하는, 다 자란 남자애들(man-children)인 경우가 있다.

내가 보기에는 질문이 틀렸다. 그가 던졌어야 할 질문은 이거다: 만약 머스크가 비판을 더 잘 수용할 수 있었으면 그의 회사들은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에 있지 않을까? 그가 자기 직원들을 좀 더 아꼈더라면, 지금쯤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가 세상에 대해 가진 비전은 직원들이 다쳐도 될 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 우리–독자들–는 머스크라는 사람이 가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원하나?

아이작슨은 결과적으로 머스크가 왜 나쁜 사람인지를 자세하게 보여주지만, 정작 왜 사람들이 머스크가 영감을 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그는 꿈을 꾸는 사람(fantasist)이다. 화성에 문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이 머스크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거다. 그가 큰 꿈을 꾸고,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의 정치적 입장 변화가 그에게 좋지 않은 이유도 그거다. 보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가진 판타지는 작고, 볼품없으며, 더 이상 탐험할 게 없는 제한된 세상이다. 머스크는 아주, 아주 큰 꿈을 꾸는 사람에서 아주, 아주 작은 꿈을 꾸는 사람으로 변했다.

재능있는 저자가 머스크의 전기를 썼다면 이 비극은 아주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했을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