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각종 소수 집단을 향한 증오 발언이 증가하며 비판이 쏟아지자 머스크는 관련한 정책적 결정을 전문가 패널에 맡기겠다고 약속했지만 금방 말을 바꾸어 트위터에서 자신의 팔로워들을 상대로 투표를 강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트위터 내에는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앞서 언급한 프로덕트 부문의 임원인 엘라 어윈(Ella Erwin)이 그런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머스크 밑에서 정신없이 바뀌는 트위터를 두고 "사람들에 따라서는 속도가 빨라서 너무 어지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은 머스크를 지지한다면서 "내가 평생 본 것 중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조직"일 거라고 했다.

하지만 트위터를 나온 한 직원은 머스크가 자신의 트윗으로 투표를 진행해서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복구한 것을 두고 트위터의 방침이 "한 사람의 부풀려진 에고(ego)가 내리는 즉흥적인 결정에 따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서로 다른 관점은 아마도 그동안 트위터가 결정이 느리고 변화가 적었던 것을 바라본 시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짜 문제는 머스크 밑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라기보다는 변화가 추구하는 방향성의 부재일 것이다. 조직의 목표가 공유된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변하는 머스크의 생각에 따라 회사의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추구하는 "트위터 2.0"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일관된(coherent) 그림이 없었다. 직원들은 머스크가 원하지 않는 게 뭔지는 깨달았지만–가령 구내식당의 비싼 메뉴, 재택근무 등이 머스크가 반대하는 것이었다–그가 원하는 게 뭔지는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슬랙에서는 이렇게 경례(혹은 작별 인사)하는 이모지가 트위터 1.0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다가 결국 머스크가 전체 직원을 직접 만나서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미팅이 이뤄졌다. 그 자리에서 머스크는 경호원 두 사람을 대동하고 무대에 올라와서 "우익세력(right-wing)이 트위터를 접수한 것이 아니라 온건 세력(moderate-wing)이 트위터를 접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슈퍼앱에 대해 묻는 직원의 질문에는 "여러분이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라면서 "내가 중국의 위챗(WeChat) 얘기를 한 것은 예를 든 것일 뿐, 우리는 위챗을 베끼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경쟁 소셜 플래폼에 대해서는 "나는 경쟁기업들은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플랫폼들이 뭘 하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트위터를 가장 멋지게(amazing) 만들기만 하면 된다"라고 했다.

트위터의 기업 문화는 상사, 경영진의 결정에 누구나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머스크는 전체 직원과 대화하는 30분 동안 그런 문화는 이제 더 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 미팅은 누군가에 의해 녹음되어 언론사에 전해졌고, 더버지는 이를 통째로 녹취해서 발행했다. 아래의 기사가 그거다.

Inside Elon Musk’s first meeting with Twitter employees
Everything Elon Musk told Twitter employees about what’s next.

남은 직원들은 머스크에 실망하고 사기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머스크는 여전히 '과거의 트위터'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소위 "트위터 파일(Twitter Files)" 사건이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와 공모해서 보수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었다고 믿고 있고, 이는 트럼프가 선거기간 내내 주장하던 딥스테이트(deep state, 심층 정부, 그림자 정부)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미국의 진보 세력이 정부 조직, 기업 등과 공모해서 보이지 않는 세력을 구축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머스크는 자신이 인수하기 전의 트위터가 민주당과 공모했던 흔적을 회사 기록물에서 찾아냈다며 이를 '롤링스톤(Rolling Stone),' 더비스트(The Beast)'에서 일한 적 있는 언론인 매트 타이비(Matt Taibbi)에게 전달해서 공개했다.

타이비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위터 직원들이 공무원들과 주고 받은 이메일을 그 증거라고 공개했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개인의 이메일들이 노출되었다. 처음에는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였던 잭 도시(Jack Dorsey)의 이메일도 노출되었다가 사람들이 지적하자 삭제를 했지만, 다른 평직원들의 이메일은 물론 하원의원의 이메일은 노출된 채로 두면서 비판을 받았다.

이는 전형적인 신상 털기(doxxing) 수법으로, 특히 미국처럼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나라에서 분노한 대중에게 개인의 신상이 드러날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앞의 글에서 요엘 로스가 머스크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격을 피해 잠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10월,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의 남편 폴 펠로시가 집에 침입한 괴한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사례에서 보듯, 우익세력은 이런 개인들의 돌발행동을 부추기는 발언을 무기처럼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면 트위터는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와 "공모"했을까? 보도에 따르면 그저 소셜미디어가 팬데믹 허위 정보 등을 다루는 문제를 두고 정부 기관과 논의한 것이지만 머스크는 이를 두고 발언의 자유를 억압하는 그림자 정부의 음모로 몰았고, "(과거의) 트위터는 소셜미디어 기업인 동시에 범죄 현장"이라며 흥분했다.

머스크는 이렇게 발언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옹호하며 요엘 로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공격도 불사하면서도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작년부터 자신의 전용기를 추적해서 위치를 공개하는 트위터 계정 때문에 골치를 앓아왔다. 비행기의 위치는 공공데이터이기 때문에 원하면 합법적으로 알 수 있는데 머스크의 팬이라는 한 대학생이 머스크 전용 제트기의 위치를 추적해서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트위터 계정(@ElonJet)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이 학생에게 돈을 줄 테니 그만하라는 제안도 했지만 이를 거절한 학생은 계정을 계속 운영해왔다.

결국 머스크는 이를 자신을 "암살하려는 좌표(assassination coordianates)"라면서 문제의 계정을 정지시켜 버렸다. 이것만으로도 이중잣대이고 위선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머스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 내용을 보도한 CNN과 뉴욕타임즈 같은 매체 기자들의 트위터 계정까지 정지시켜 버렸다.

정지된 머스크 전용기 위치 추적, 공개 계정. "트위터 사용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회사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트위터는 다른 인터넷 대기업들과 달리 큰 흑자를 내는 곳은 아니었지만,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재정적인 위기를 겪는 기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머스크가 인수한 시점부터는 손실이 크게 늘면서 당장 급하지 않은 인력은 모두 내보냈고, 그 과정에서 건물의 청소과 정비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내보내는 바람에 직원들이 집에서 자기가 쓸 화장지를 가져온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급기야는 입주해있는 건물에 월세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월세가 밀리자 건물주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트위터를 상대로 소송을 건 상태이고, 최악의 경우 건물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지난주에는 트위터가 본사 건물에 있는 고급 가구는 물론 회사 식당에 있던 피자 오븐, 커피 머신 등을 경매에 내놨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경매로 나온 트위터 본사의 고급 가구들 (이미지 출처: Gear Patrol)

회사가 잘나가던 시절에 구입한 집기를 파는 것은 다시 스타트업 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갑자기 폐쇄를 결정한 데이터센터는 얘기가 다르다. 트위터 비즈니스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운영하는 몇 군데의 데이터 센터 중에서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폐쇄했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들 데이터 센터가 처리하던 트래픽을 다른 데이터 센터로 돌렸다.

물론 당장 사용자들이 느끼게 될 변화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달 들어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 트위터가 12시간 동안 다운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경고하던 것과 같은 사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직원의 75%를 해고하고 데이터 센터를 폐쇄했지만, 트위터는–적어도 사용자가 느끼기에는–별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최소한 트위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해직수당 패키지를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런 약속의 일부를 지키지 않았고, 그렇게 해고된 500여 명이 머스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익스트림 하드코어(extremely hardcore)"로 열심히 일하겠다며 남은 직원 중 상당수가 이직을 준비하며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한다.

머스크 개인으로서도 상황이 쉽지 않다. 작년 (주식분할 후) 400달러 가까웠던 테슬라의 주식이 폭락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원인 중 하나로 트위터를 꼽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 때문에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집중해야 하는데 앞으로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밑 빠진 독과 같은 트위터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고, 무엇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사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의 주식을 담보로 잡았는데, 트위터의 경영이 악화할 경우 더 많은 테슬라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머스크의 트윗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인수 직후 실패를 예견하는 보도가 쏟아지자 "트위터로 들어오는 트래픽은 그 어느 때보다 많다"고 자랑하던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광대차에 탄 광대가 되지 말라며, "하지만 너무 늦었네, 하하"라는 트윗을 했다. 정확하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테슬라의 주식이 폭락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 기사가 나온 후에 테슬라의 주식은–아마도 가격 인하로 출고량이 늘면서–제법 올랐고, 머스크에 따르면 불안하던 트위터의 인프라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머스크의 주장이 맞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장 다운될 것 같았던 서비스는 생각보다 훨씬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직원의 25%만으로도 그게 가능하다는 그의 말은 맞는다는 얘기다.

그럼 그걸로 충분한 걸까? 이 기사의 말미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하지만 머스크는 트위터가 진짜로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듯하다. 바로 트위터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네트워크로 만든 기업문화(company culture), 플랫폼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는 정책(policies), 그리고 대화와 뉴스 속보, 황당한 농담으로 매일 트윗을 날리던 사용자들의 신뢰(trust of users)가 바로 그것이다."

트위터를 트위터로 만든 것은 직원의 숫자나 데이터 센터의 개수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기사의 영어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