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수 뒷이야기 ③
• 댓글 남기기개발자 플랫폼 책임자 아미르 셰밧은 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론 머스크가 외쳐온 "슈퍼앱"의 비전에 기대를 했지만 돌아온 건 팀의 전멸이었다. 대량 해고로 팀 전체가 날아갔다고 한다. 첫 번째 글에 등장한 알리시아(가명)는 살아남았지만 '생존자의 죄책감(survivor's guilt)'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랬던 건 아니다. 트위터는 큰 기업이었고, 그 안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다양한 직원들이 존재했다. 따라서 일론 머스크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진보적인 성향의 직원들이 많았고, 그들이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보수적인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했고, 이들은 머스크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한 직원은 자신의 링크드인에 “일론이 나의 새로운 보스가 되었다. 너무나 신난다!"라면서 "일론에게 슬랙으로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읽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하지 않은 시도는 100% 실패하니까 (you miss 100% of the shots you don’t make) 😅 🚀 🌕”라고 쓰기도 했단다. (이 직원은 첫 번째 대해고의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머스크의 인수를 좋은 기회로 생각한 사람 중에 유명한 사례가 에스터 크로포드(Esther Crawford)가 있다. 원래 크로포드가 하던 일은 사용자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었고, 자신이 산 NFT를 트위터 프로필에 붙이는 기능을 넣는 작업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트위터의 수익화를 외치는 머스크의 비전에 잘 맞을 사람이었고, 좋은 승진 기회였다. 크로포드는 머스크의 출근 첫날 그를 찾아가 자신을 소개하고 다양한 수익화 방법을 피칭했다고 한다.
머스크와 그가 데려온 "깡패들"이 무시해버린 아미르 셰밧과 달리 에스터 크로포드는 청신호를 받았다. 그렇게 해서 그가 받은 임무는 (사용자들의 무관심으로 사실상 실패했던) 트위터의 유료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Twitter Blue)를 새롭게 바꿔서 다시 선보이는 일이었다. 이게 바로 악명높은 월 8달러짜리 블루체크였다.
에스터 크로포드는 이 임무를 부여받고 머스크가 이끄는 새로운 트위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크로포드가 자랑스럽게 트윗한 #SleepWhereYouWork(잠은 사무실에서)라는 건,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테슬라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하던 방식이라고 자랑하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걸 새로운 보스에 대한 노골적 아부라고 볼 사람도 있겠고, 뜻이 맞는 보스를 만나서 신이 난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라고 볼 사람도 있을 거다. 문제는 그렇게 나온 제품, 블루체크였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기존 블루 체크마크(사용자 인증 표시)가 "귀족과 평민을 가르는" 제도였다면서 누구나 체크마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체크마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동시에 트위터가 수익을 낼 방법으로 블루체크를 한 달에 20달러를 받고 팔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직후에 7백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유명 소설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한 달에 20달러를 받는다고? 웃기는 소리하네(Fuck that), 돈은 트위터가 내게 줘야 하는 거지"라는 트윗을 날린 사실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관심을 끌었고, 일론 머스크는 갑자기 꼬리를 내리고 우리도 내야 할 비용이 있어서 그렇다면서 "그럼 8달러는 어때요?"라고 말했고, 그 트윗으로 블루 체크마크의 가격은 8달러가 되었다.
기존의 블루 체크마크는 정말로 머스크의 주장처럼 "귀족과 평민(lords and peasants)을 나누는 시스템"이었을까? 여기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설명은 머스크의 실패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원래 체크마크는 팔로워가 많거나 영향력이 큰 개인 혹은 조직의 계정이 가짜가 아닌지 확인한 후에 부여하는 인증 마크였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의 말과 유명한 기업, 혹은 유명인이 하는 말은 그 파급력과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고, 후자를 사칭한 계정이 거짓말을 할 경우 사회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다. 가령, 특정 기업을 사칭한 계정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가짜 뉴스를 발표한 후에 급등, 혹은 급락하는 주가로 차액을 남기는 일도 가능하고, 국가의 대통령이나 총리를 사칭해서 벌어질 수 있는 일도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트위터는 주로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나 유명 연예인, 그리고 언론인들에게 체크마크를 부여했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특별한 사람처럼 보이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본인 확인 작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체크마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귀족' 혹은 특권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계정에 체크마크를 가지고 있던 머스크가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은 남들과 다르고,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보통 사람(everyman)'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모습은 머스크와 트럼프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애초에 블루 체크마크를 모든 사용자에게 적용할 수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어느 단계에서는 사람이 개입해서 확인하는 작업이 불가피한데 수억 명의 사용자를 그렇게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전체는 고사하고 한 달에 8달러를 내겠다고 하는 사용자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한 작업이었는데, 직원의 대량 해고로 기자들의 단순한 전화도 받지 못하는 기업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체크마크는 더 이상 신분을 확인했다는 인증 표시가 아니라, 돈을 냈다는 표시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머스크는 트위터가 만들어둔 신뢰 시스템을 망가뜨려서 푼돈을 챙기기로 한 것이다.
머스크가 생각해낸 새로운 돈벌이 방법은 곧바로 문제를 일으켰다. 8달러를 내고 장난을 치기로 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닌텐도와 코카콜라, 일라이 릴리(Eli Lilly) 같은 유명기업을 사칭한 계정들이 체크마크를 사서 달고 기업의 이미지와 수익에 해가 되는 내용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이런 위험을 몰랐을까? 트위터의 신뢰와 안전(Trust and Safety)팀에서는 이런 방식이 위험하다는 내용의 7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판단한 위험도는 "P0," 즉 발생 확률이 가장 높은 리스크였다. 머스크는 신뢰와 안전팀의 보고서를 무시하고 이를 추진한 것이다. 예상대로 사고가 났고, 며칠 후 새로운 체크마크 판매는 중단되었다. 머스크는 체크마크를 사는 사람들이 가짜 계정인지 확인하는 방법을 만든 후에 다시 시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렇게 다시 시작된 후에도 문제가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 과정을 지켜본 업계와 언론에서는 다들 머리를 긁적였다. 한 달에 8달러를 낼 사람들의 숫자를 생각해보면 이 서비스로 트위터가 벌 수 있는 돈은 처음부터 한계가 분명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로 사고가 날 경우 광고주를 잃을 위험은 아주 높았고,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문제는 광고가 트위터의 주 수익원이라는 사실이다. 즉, 기존의 수익원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그러나 수익효과는 극도로 의심스러운 방법을 조직 내에서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다. 그 결과, 트위터의 광고부문은 큰 타격을 입는다.
지난 17일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트위터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하루 매출이 40%나 감소했다. 대형 광고주 500개 기업이 트위터를 떠난 결과다.
내부에서 경고한 일이 벌어졌고, 그 결과로 광고주들이 떠났지만, 머스크는 이게 자기를 싫어하는 진보세력의 음모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넣었고, 이를 두려워한 기업들이 트위터에 광고 주기를 꺼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뢰와 안전팀을 이끌던 요엘 로스(Yoel Roth)가 트위터를 떠났다. 그는 트위터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서 머스크가 관련 팀의 제안을 무시하고 혼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음 지적했다.
요엘 로스는 머스크가 무시한 바로 그 보고서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지만, 머스크는 로스를 여러모로 좋아하지 않았다. 평소 진보적인 견해를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하는 결과를 낳은 트위터의 정책 변화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를 포함한 극우의 미움을 받았다. 따라서 극우세력의 사랑을 받는 머스크가 로스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요엘 로스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트럼프의 임기 말년인 2020년에 그가 트위터에서 트럼프를 비롯한 유명한 인물들이 퍼뜨리는 가짜 뉴스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면서부터다. 트럼프는 자기가 누리는 발언의 자유를 "억압하는(stifle)"하는 팩트 체킹을 허락하지 않겠다면서 트위터의 시도를 공격했고, 트럼프의 보좌관이었던 캘리앤 콘웨이가 폭스뉴스에 나와서 공개적으로 요엘 로스를 지목하면서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로스는 극우의 위협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학계에 있을 때 (로스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소셜미디어와 플랫폼 거버넌스, 안전, 프라이버시 등을 연구하며 박사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논문 리뷰어들에게서 받은 것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머스크의 공격이 시작된 후였다. 머스크는 로스가 사임을 발표하던 날 그의 박사논문에서 일부분을 발췌해서 그가 마치 아이들을 성인용 인터넷 서비스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투의 트윗을 올리면서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인) 로스가 소아성애자인 듯한 묘사를 했다. 그 이후로 로스에게는 살해 위협이 쏟아졌고, 목숨에 위협을 느낀 그는 자신의 위치를 숨기고 피신해야 했다. 이 사건은 머스크와 꽤 가까운 사이였던 언론인 카라 스위셔가 머스크에게서 완전히 돌아서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소수자인 스위셔는 머스크의 트윗이 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몹시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지휘하기 시작한 후로 트위터에서 증오 발언이 급증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게이 남성에 대한 욕설은 58%, 유대계에 대한 욕설은 61% 증가했고 (요엘은 유대계이기도 하다), 흑인에 대한 욕설은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발언의 자유 절대론자"를 자처하며 트럼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머스크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 놓고 증오 발언을 하기도 했고, 그가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보자는 트롤링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발언들을 막는 일을 했던 요엘 로스가 트위터를 나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트위터 인수 뒷이야기 ④'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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