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새로운 소셜미디어 앱을 출시한 지 5일이 채 되지 않아 등록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하고 순항 중이다. 이를 두고 많은 분석이 나왔지만 대부분 비슷한 견해(라기 보다는 단순한 관찰)여서 오터레터를 통해 소개할 만한 글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스캇 갤로웨이(Scott Galloway)가 스레드질라(Threadzilla)라는 글을 통해 아주 좋은 분석을 내놨다. (그바람에 오터레터에서 두 번 연속으로 그의 글을 소개하게 되었지만, 좋은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갤로웨이는 일론 머스크와 악연(온라인에서의 개인적인 말싸움도 포함된다)이 긴 사람이지만, 머스크가 잘 한 일은 분명하게 잘 한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넘어간다. 그중 하나가 트위터 직원의 인원 감축이었다. 갤로웨이는 트위터가 지나치게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고,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머스크가 80%의 직원을 해고한 것을 두고 "필요한 일을 잘못된 방식으로 했다"라면서도 이는 테크기업들이 인건비 감축에 들어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런 갤로웨이가 생각하는 저커버그/스레드의 성공 요인과 전망은 어떤 것인지 들어보자.


지난주, 트위터는 마이스페이스(MySpace,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였던 마이스페이스는 혁신을 만들어 내지 않고 있다가 페이스북, 지금의 메타에 의해 서서히 안락사당했다)가 되었다. 메타의 스레드(Threads)는 단 일주일 만에 등록 사용자 1억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인구를 합친 숫자. 플랫폼의 역사상 가장 갑작스럽고 격렬한 디스럽션(disruption, 흔히 '파괴적 혁신'이라고 번역하지만, 엄밀하게는 업계, 시장에 일어나는 과격한 변화를 의미한다–옮긴이)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스레드 사용자 추산치

조직을 감축하는 방법

2023년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꼽으라면 인공지능(AI)의 사용이나, 원격 유연근무의 도입이 아니라 비대한 조직의 감축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감축을 하는 방법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에 비판적인 사람이나 그의 팬이나 모두 동의하는 것은 그가 트위터 직원의 80%를 감축한 것은 올해 기업계에서 일어난 가장 파급력이 큰 결정이었다는 사실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효율성의 해(the year of efficiency)"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그런 변화에 영감을 제공한 사람은 머스크다. 그 결과, 나스닥 시장은 지난 40년 이래로 최고의 1, 2분기 실적을 만들어 냈다. AI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과 (대부분) 비용 절감으로 인해 증가한 이익 덕분이다.

젊은 기업가들은 영업이익률 20%인 기업이 비용을 10억 달러 절감할 경우, 매출을 50억 달러 증가시킨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트위터의 감원으로 사람들은 "이러다가는 사이트가 작동을 멈추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머스크는 단 6개월 동안 직원 5명 중 4명을 해고하고도 '최소한의 실행 가능한 제품(a minimum viable product)'으로서의 트위터를 유지했다. 그렇게 적은 인원으로도 트위터 사이트는 "실패한 고래(Fail Whale)"가 숱하게 나타나던 트위터 초기에 비하면 잘 작동했다. 2022년 월드컵, 미국의 중간 선거,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그리고 러시아에서 일어난 프리고진의 반란처럼 사이트 방문자가 급증하게 되는 사건이나 행사가 있어도 트위터는 다운되지 않고 잘 버텨냈다. 인터넷 트롤이나 봇(bot)이 늘었고, 부적절한 콘텐츠가 전보다 많이 발견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트위터라는 곳이 원래 그랬다.

트위터 사이트가 다운될 때 등장하곤 했던 "실패한 고래(Fail Whale)" 이미지

결과적으로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6,000명만 해고한 게 아니라, 테크업계 전반에 걸쳐 30만 명을 해고했다. 많은 테크기업의 CEO들이 매출의 급감을 겪지 않고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을 준 트위터에서는 매출이 감소했다는 게 아이러니다. 트위터의 감원과 매출 감소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책임감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경영했다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는 기업이었던 트위터는 대량 해고 이후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이윤을 내는 회사로 변신했을 수 있다.

미국 테크업계에서 해고된 인력의 숫자

계약 이행 거부

하지만 머스크는 직원을 자의적인 이유로, 혹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구 해고했다. 사람을 해고하는 그의 태도는 무례했을 뿐 아니라 잔인하기까지 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직원들을 성범죄자 취급하기도 했고, 계약을 어기고 퇴직금 지급을 거부했다. 게다가 트위터가 입주한 건물주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함한 공급업체들에 대금 지불을 하지 않고 있고, 머스크는 트위터를 사겠다고 계약서에 서명했으니 의무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 로펌을 고소한 상태다. 트위터에 광고를 게재했던 광고주들은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보장하겠다는 "발언의 자유"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더닝 크루거 효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게 있다. 인간이 가진 인지 편향을 가리키는 말로, 우리가 모르는 영역에서 우리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다. 특히 벤처 투자자들과 테크 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이 사람들은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면서, 그리고 테크 브로(tech bro)를 추앙하는 문화에서 이번 주에는 국제정세 전문가였다가, 다음 주에는 헌법학자로, 혹은 컴퓨터과학자로 행세하며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닌다. 더닝 크루거 효과에 따르면 특정 분야에 대해 아는 게 적을수록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더닝 크루거 효과로 밀어 넣은 공범이다.

저커버그가 전기차를 만들고 다단계 로켓을 만들겠다고 발표한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는 과연 그게 산업적 논리로 말이 된다고 생각할까?

더닝 크루거 효과 (이미지 출처: 아이스크림 홈런)

자기 발을 쏘다

사람들은 도전하는 기업의 혁신이나 우수성 때문에 디스럽션이 일어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기존의 시장 지배기업이 변화하지 않고 무능력해서 일어나는 게 디스럽션이다. 메타가 선보인 스레드(Threads)는 아무런 혁신이 없는 제품이다. 트위터를 그대로 베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능도 더 적다. 프로프G 미디어(Prof G Media, 이 글을 쓴 갤로웨이가 운영하는 미디어 기업–옮긴이) 규모의 작은 팀이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서비스다.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일주일 내에 1억1,000만 사용자를 만들어 내라고 다그쳐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즉, 스레드의 성공은 스레드 자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스레드의 성공은 트위터가 (즉, 머스크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과 메타가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누리는 지위가 만나 발생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케이블TV의 시장을 빼앗은 것은 케이블TV가 규제가 허용하는 독점 속에서 방만하게 경영하면서 괜찮은 프로그램 몇 개만 제공하면서 수백 달러씩 받아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은 보는 사람이 없는 프로그램 수백 개를 함께 송출해서 가입자들이 매달 수백 달러를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착각하게 했지만,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단 몇 개만 보면서 큰돈을 내는 게 현실이었다. 와비파커(Warby Parker)가 안경 업계를 뒤흔든 것은 이 업계를 룩소티카(Luxottica)라는 단 하나의 기업이 지배하고 있었고, 그 결과로 기업이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와비파커 매장 (이미지 출처: The Mall at Millenia)

사실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방어책이 된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경우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신생업체가 끼어들기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머스크의 행동으로 트위터는 성으로 진입하는 다리를 내려 줬고, 저커버그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다리를 건너 입성할 수 있었다. 트위터처럼 이렇게 단시간에 내부적으로 스스로 무너진 예는 기업 역사에서 보기 드물다. 현대 경제에서 사기, 부정을 저지르지 않은 기업이 이렇게 단시간 내에 이렇게 심각하게 추락한 사례는 없다. (엔론Enron, 테라노스Theranos, FTX 같은 기업들은 모두 갑자기 무너졌지만 모두 사기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결과다–옮긴이)

(이미지 출처: Study.com)

끝없는 추락

우리는 지금 한 기업만이 아닌, 한 인간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나는 남성들에게는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가드레일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사무실일 수도 있고, 여자친구나 규율일 수도 있고, 때로는 이사회가 그런 가드레일이 된다. 그런데 머스크의 경우, 그가 가진 돈과 그의 주변에 있는 아첨꾼들로 인해 판단력이나 품위를 잃게 되었고, 그 결과 그의 평판은 트위터의 매출과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만약 머스크가 트위터 앱을 폰에 설치하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갖고 있을 것이고, 그가 이룬 업적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존경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영웅에서 악당으로 변신 중이다.

트위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머스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고, 트위터에 드는 운영비와 부채 이자를 앞으로도 몇 년, 아니 수십 년 동안 지불할 능력이 있다. 그리고 머스크의 팬은 아직 많고, 이 모든 것에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며, 이들은 트위터상에서 같은 생각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스레드의 성공도 보장된 것은 아니며, 트위터가 겪은 것과 똑같은 어려움이 스레드를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개방성과 견해의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품위를 지키고,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까지 낼 수 있을까? 이 난제를 풀어낸 기업이 얼마나 될까? 링크드인? 레딧? (이 두 기업 모두 아직 풀지 못했다–옮긴이)

소셜미디어 킬러

역사를 기준으로 보면 추락 중인 트위터가 기수를 들고 다시 올라가기는 아주 힘들다. 2008년만 해도 마이스페이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모으는 웹사이트 중 하나였고, 1억 1,500만 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한 해 8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이 사용자 수에서 마이스페이스를 추월했고, 마이스페이스는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가 3,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또 다른 인기 소셜네트워크 프렌드스터(Friendster) 역시 2008년에 사용자 1억 1,50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추락했다. 이 두 사례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아무리 잘 나가는 소셜미디어도 저커버그 앞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의 월 순방문자(MUV) 변화

메타의 기회, 위협

여기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스레드가 트위터를 대체하게 된다면, 메타가 스스로를 새로운 기업("the new Meta")으로 변화할 기회가 생긴다. 메타가 과거와 달리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 관리와 허위 정보 단속, 그리고 사용자 연령 제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사용자를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한 대상 이상으로 생각하는 기업으로 변할 기회 말이다. 이는 또한 저커버그도 한걸음 물러나 자기 회사가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길 원하는지 생각해 볼 기회이기도 하다.

만약 메타가 소셜미디어의 또 다른 영역에서 상당한 수준의 시장 지배력을 얻게 된다면 정부가 철저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다. 스레드가 EU 국가들에 아직 출시하지 않은 이유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계정이 연동되는 것을 EU의 규제체제 하에서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레드와 트위터 사이에 벌어지는 드라마는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사람들이 스레드의 주인이 메타라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 스레드에게는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이다.  

몇 주 전 머스크는 저커버그에게 이종격투기를 통해 겨루자고 도전했다. 이들의 행동은 나이가 30, 아니 50을 넘고 엄청난 복을 받았어도 철이 들지 않는 남자들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현재까지 두 사람의 대결을 보면 저커버그가 머스크를 일방적으로 패고 있다. 나는 이들이 주먹으로 싸우는 날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