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출마를 포기할까 ②
• 댓글 1개 보기트럼프의 경선 계산이 아름답다면, 본선 경쟁률은 그 반대다. 언론에서는 그가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는 둥 낚시성 기사를 내놓고 있지만,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가 아니다. 미국인들이 4년마다 한 번씩 기억하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대통령을 각 주의 선거인단을 통해 선출한다.
그런데 미국의 50개 주에서 90% 정도는 이미 결정이 났다고 보면 된다. (가령 바이든은 캘리포니아주에서 30%P 차이로 트럼프에 앞서고 있고, 트럼프는 사우스다코타주에서 21%P 차이로 바이든에 앞서고 있기 때문에 이런 주들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2024년 대선에서 몇 개의 주가 결과를 바꿀 거라고 이야기한다. 버지니아 대학교 정치 연구소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네바다주, 위스콘신주가 그런 주들이고, 롤콜(Roll Call)에서는 네바다주 대신 펜실베이니아주를 포함시킨다. 더힐(The Hill)의 경우 네바다를 제외하고 그 자리에 미시건주와 와일드카드인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넣는다.
바이든의 선거운동을 보면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제외하고 위에 언급된 6개 주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구 통계는 운명
바이든은 위의 7개의 주에서 미시건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 이렇게 세 개만 가져올 수 있으면 승리한다. 그가 승리할 확률은 그냥 높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높다. 그는 2020년에 백악관, 상원, 하원에서 모두 승리했는데, 그 이후로 민주당 지지 지역이 더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의 의석 하나를 빼앗아 왔고, 미시건주에서는 주지사와 주 상·하원을 모두 차지했다. 위스콘신에서는 공화당이 살짝 앞섰지만 올해 행해진 모든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이 앞서고 있다. 바이든은 미시건과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나머지 4개 주에서는 트럼프가 앞서고 있지만, 그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 불안한 상태다.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은 조지아주를 가져왔다. (그리고 애리조나주, 네바다주에서도 승리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민주당이 조지아주에 배정된 연방 상원 의석 하나를 공화당에서 빼앗았고, 2022년에는 수성했다. (다만 하원 의석 하나는 공화당에 내어줬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상황이 트럼프에게 유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그는 2020년에 이곳에서 1.3% 마진으로 승리했지만, 노스캐롤라이나의 인구 구성은 미국의 인구 변화를 반영하며 변하고 있다. 공화당은 나이가 많은 백인들이 지지하고 있는 반면,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젊고, 다양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들은 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로 변화 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테크업종과 금융업종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바람에 그런 변화가 더 확대되어 나타난다. 토요타, 애플 같은 기업들이 이곳으로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22년에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연방 하원 의석 두 개를 빼앗은 결과,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연방 하원의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7명으로 동수를 이루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이후로 3,200만 명의 젊은 세대에게 투표권이 생겼고, 2,000만 명의 노년층 유권자가 세상을 떠났다. 노년층에서 청년층으로 5,200만 명의 유권자 변화가 생겼다는 말이다. 그리고 새롭게 들어온 젊은층은 과거의 젊은층보다 투표를 더 열심히 하고 있고, 나이가 들면서 더 보수적으로 변할 거라는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
바이드노믹스
내년 11월 선거까지는 아직도 긴 시간이 남았다. 유럽에서는 전쟁이 진행 중이고, 바이든은 이제 81세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변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다. 그리고 경제와 관련해서는 바이든에게 희소식밖에 없다. 지난 분기에서 GDP 성장률은 2%에서 2.4%로 가속화했고, 실업률은 3.6%로 낮게 유지되고 있고, 일자리 증가는 계속해서 기대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6월에만 37만 2,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물가 상승률은 6월에 3%로 떨어져서 지난 2년 동안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프랑스 4.5%, 독일 6.4%, 영국 7.9%–미국 경제가 얼마나 유리한 상황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넘어섰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직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머지않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는 3개월이면 미국인들이 체감할 것이라고 예상한다–옮긴이)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인들이 경제를 기준으로 투표한다면, 트럼프의 참패가 예상된다.
협상력은 감소한다
트럼프가 2024년 선거의 패배에 다가갈수록 그가 양형거래를 할 수 있는 협상력은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선거에서 패할 경우 공화당에 그가 끼친 폐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분명해질 것이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가 공화당에서 사라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고, 그의 추종자들도 자기들만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에 등을 돌릴 것이고, 린지 그레이엄, 케빈 매카시를 비롯한 아첨꾼들이 제공하던 방어막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재판에서 그의 편에 설 배심원을 배출해 줄 수 있는 지지자 집단도 줄어들게 된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패배하면 그는 법무부나 주, 도시 검찰청에 힘을 써 줄 정치인들에게 대한 막후 영향력을 잃게 된다. 트럼프가 정치인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그가 백악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게 사라지면 그의 영향력도 증발하게 된다.
물론 트럼프는 검찰과 거래를 하고 싶지 않을 거다. 하지만 양형거래에 관한 트럼프의 결정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쉽다. 그는 공화당에 이념적인 약속을 한 적도 없고, 충성심도 없다. 따라서 공화당이 트럼프가 대선에 나서길 바라든 말든 상관할 사람이 아니다. 2022년 중간선거 때 트럼프는 무려 1억 800만 달러(약 1,400억 원)의 기부금을 모았지만, 정작 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트럼프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다. 그의 개인사는 중도에 그만둔 것들로 가득하다.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를 비롯해 파산 신청만 6번을 했고, 셀 수 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도중에 팽개쳤다. 뉴저지 제너럴스라는 미식축구팀도 그렇고, 돈을 벌기 위해 만든 트럼프 대학교도 그렇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와 그의 발밑에서 아부하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비롯해 트럼프와 가까운 사람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감옥에 가게 되는 상황을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다.
종합하면, 현재 트럼프가 감옥에 가게 될 확률은 50 대 50이고,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더 불리해진다.
거래는 성사될까?
하지만 검사들이 트럼프에게 양형거래를 제안할까? 쉽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트럼프를 기소한 많은 검사들이 협력하면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 그들에게도, 미국에도 좋은 일이다. 물론 법무부와 조지아주, 맨해튼 검찰청이 협상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왜냐하면 (양형거래의) 대안은 훨씬 더 끔찍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은 서커스와 같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고, 유죄가 확정되어도 항소로 또 몇 년이 지나갈 것이고, 궁극적으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게 된다.
이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한번 생각해 보자. 미국이 트럼프의 재판을 통해 얻어야 할 게 뭘까? 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일까, 아니면 미국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걸까? 둘 다이고, 양형거래는 이 둘을 모두 충족한다.
여기에는 더 큰 교훈이 있다. 우리의 성공과 실패는 가능성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패턴(습관)으로 결정된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마치 이자와 같아서 복리(複利)로 효과를 낸다. 내가 타인에게 베푼 한 번의 친절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선행은 관계를 지속시키고 호의를 만들어 낸다. 범죄행위는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범죄는 정의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정의는 느리게 움직여도 항상 경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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