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8월 1일) 미국 법무부가 임명한 특별검사 잭 스미스(Jack Smith)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한 의혹 때문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2021년 1월 6일 의회의 선거 결과 확인 절차 방해와 관련한 혐의다. 이로써 트럼프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기소되었고, 8월 중으로 조지아주에서 기소를 준비 중이기 때문에 내년 대선을 위한 선거운동과 네 개의 재판 절차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래에서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검찰은 절대 가볍게 기소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기소하고, 유죄 확정률이 그걸 증명한다. 그런데 4개의 사건으로 기소가 되었다면?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피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바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셀프 사면"을 하는 것. 문제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검찰 측과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뉴욕대학교의 스캇 갤로웨이(Scott Galloway)가 트럼프가 검찰과 양형거래(plea deal)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썼다. 갤로웨이의 예측은 적중률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논리가 명쾌해서 사안의 핵심을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되는데, 이번 글도 다르지 않다.

길지 않은 글이라 전문을 번역했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이미지 출처: No Mercy/No Malice, Peoples Gazette)

나는 모르겠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양형거래의 결과로 대선 출마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단순한 산수의 문제다.

양형거래(plea deal, plea bargain)는 사법거래라고도 번역하고,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면 형량을 줄여 주거나 혐의 일부를 면제해 주는, 검찰과 피의자 사이의 거래. 여기에 기원과 설명이 있다.

트럼프는 현재 세 개의 서로 다른 관할지역에서 기소당한 상태다. 만약 내년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는 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되고, 감옥에 가게 된다. 나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양형거래가 모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검찰은 트럼프가 평생 공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현재 진행하는 형사소송 절차를 모두 중단한다는 게 나의 추측이다. 전국 선거구의 상황이 점점 분명해지게 되면 트럼프도 양형거래가 가장 좋은 옵션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일이 어떤 부차적인 결과를 낳는지 깨닫게 되면서 트럼프와의 양형거래가 미국에도 가장 나은 선택임을 알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계산

트럼프는 77세의 비만한 남성이다. 아무리 짧은 기간이라도 이런 사람이 감옥에 가는 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리고 법무부 장관은 범인을 감옥에 보낼 힘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양형거래를 할 더 확실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는 살고 싶어 한다. 그가 아무리 망상에 빠진 인간이라고 해도 감옥에 들어가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과 (양형거래를 통해) 옥살이를 피하고 살아서 골프나 하면서 아첨꾼과 포르노 배우들에 둘러싸여 여생을 보내는 상황을 저울질해 보면 답은 분명하다.

(이미지 출처: The Conversation, CNN)

그럼, 트럼프가 감옥에 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트럼프는 세 번 기소당한 상황이다. 첫 번째는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 돈을 주는 과정에서 세금 관련 보고 의무를 위반해서 뉴욕주 검찰에 기소당한 것이고, 두 번째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문서를 빼돌리고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연방 법원에 기소당한 것, 그리고 세 번째로 2020년 선거의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로 워싱턴 D.C.의 연방 법원에 기소당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달 말에는 조지아주에서 선거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네 번째 기소장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감옥에 가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언뜻 생각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지만,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선, 연방 검찰은 재판에 패하는 일이 드물다. 2021년에 연방법을 어긴 혐의로 기소된 피고 중 94%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주 검찰, 지역 검찰도 승률이 높다. 트럼프를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는 애틀랜타 검찰의 경우 피고의 90%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연방검찰에 기소된 사람의 74%가 실제로 감옥에 가서 형을 살았다. 특히 국가 안보 문서와 관련된 범죄의 경우, 미 법무부가 받아내는 형량은 짧지 않다. 그런데 법무부가 확보한 트럼프의 안보 기밀문서 관련한 증거물은 상당한 수준–그중에는 자신이 비밀을 해제하지 않은 군사기밀이라고 말하면서 공유하는 녹음도 있다–이고, 기밀의 수준이나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은 법무부와 법원이 모두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연방 중범죄로 기소된 피고들 중 94%가 유죄를 선고받았고, 유죄를 선고 받은 사람 중 74%가 형무소에서 실형을 살았다. (이미지 출처: No Mercy/No Malice)

트럼프가 기소된 범죄 중 하나가 트럼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기소된 사건들의 숫자가 그에게 위협이 된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기소된 피고가 감옥에 가지 않을 확률이 약 30%라고 해보자. 그 30% 안에 네 번 연속으로 들어갈 확률은 1%가 채 되지 못한다.

이번에는 다르다

물론 트럼프는 평범한 피고가 아니고, 그가 기소된 사건들은 하나같이 복잡하다. 그에게는 무한한 법률적 자원이 있고, 억만장자나 가질 수 있는 변호사 군단을 동원할 수 있다. 그리고 배심원 중에 트럼프 지지자 하나가 들어가서 유죄 확정을 거부하는 사태(이 경우 '불일치 배심'이 되어 평결이 나지 않는다–옮긴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혐의마다 어려움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기소된 뉴욕주 사건을 보자. 맨해튼 검찰은 충분한 자원을 가진 곳이지만, 그래도 연방 법무부는 아니다. 연방 기밀 서류의 경우, 기소장만 보면 엄중한 사건이지만 이를 재판에서 증명하는 일은 까다롭다. 일반에 공개되는 재판에서 민감한 국가 기밀 서류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별도의 소송과 항소가 뒤따를 것이다. 선거 방해 혐의는 복잡할 뿐 아니라, 많이 사용된 적 없는 법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2021년 1월 6일 의회 침입 사건과 같은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개의 사건보다 더 불리한 것이 이 사건들의 총합이다.

그래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각 사건에서 그가 감옥에 가지 않을 확률을 30%에서 80%로 높여보자. 즉, 각 사건에서 그가 감옥에 가게 될 확률이 20% 밖에 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해서 그가 감옥에 가지 않을 확률을 계산하면 0.8 = 0.41가 나온다. 다시 말해, 그가 실형을 피할 가능성을 아주 특별한 수준으로 높게 잡아도 그가 감옥에 가지 않게 될 확률은 41%에 불과하다.

가장 유리한 상황을 가정해도 그는 감옥에 가게 된다는 얘기다.

철창을 피하는 방법

그가 감옥에 가지 않는 방법은 두 가지다. 1) 대통령이 된다. 2) 양형거래를 한다.

트럼프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은 다음 대선에 승리해서 대통령이 되거나, 다른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 그를 사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가장 무거운–연방법 혐의를 벗어날 수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나 다른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검찰의 기소를 중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산수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의 정치적 권력은 선거인단의 계산 앞에서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공화당 경선에서 극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지는 못해도, 다음 대선의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가 되고,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참패하게 된다. 트럼프의 가장 큰 경쟁자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반우오크(anti-woke) 투사에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후보로 전락했다. 그가 형편없는 대선 후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하면서 공화당 내 지지율은 34%에서 15%로 추락했다. 줄어든 지지율은 자신을 "아주 침착한 천재(very stable genius)"라고 부르는 트럼프에게 넘어갔고, 그 결과 트럼프의 공화당원 58%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경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2위와 20% 이상의 격차를 유지한 후보가 경선에 패하는 일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적이 없다. 트럼프는 2위와 43% 차이가 난다.  

공화당의 2024년 대선 경쟁 후보 지지율 추이 (이미지 출처: No Mercy/No Malice)

'트럼프는 출마를 포기할까 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