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 작품을 가르는 기준이 뭘까?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가장 위대한 작품일까? 그게 기준이라면 헐리우드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은 2009년에 나온 영화 '아바타'일 거다. 하지만 '아바타'는 그렇게 큰 인기를 끌고도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특이한 영화라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인기=위대함'이라는 논리를 미술 작품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미술품 경매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작품이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평론가는 없다.
나는 특정 작품이 얼마나 많이 이야기되느냐가 꽤 믿을 만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회자되는 작품은 위대한 예술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찬사가 아니다. 작품이 좋다, 마음에 든다는 것만으로는 담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서로 다른 해석들이 부딪히고, 경쟁하는 일이 이어질 때 비로소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가령, 피카소의 '게르니카(Guernica)'와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은 둘 다 뛰어난 작품성을 갖고 있지만, 전자의 경우 꽤 분명한, 즉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해석이 존재하는 반면, 후자는 처음 소개되었을 때부터 다양한 해석과 논란이 존재했다. 이럴 때는 대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 더 많은 후대 예술가에게 영향을 준다. (당연한 말이지만, 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 만큼 작품의 위대함에 대한 확실한 증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