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 연기가 탄생한 '그룹'에서 활동했던 엘리아 카잔 감독은 연극 때부터 말론 브란도와 함께 일했다. 배우와 감독이 같은 이상을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완벽한 조합이었다. 첫 작품인 '트럭라인 카페(Truckline Cafe, 1946)'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브란도의 대사와 카잔의 솜씨에서 이들의 연극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극 중에서 여자친구를 죽인 브란도가 통곡하는 모습을 본 관객은 그가 연기를 하는지 정말로 우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듬해인 1947년에는 이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브로드웨이에 올리면서 크게 주목받는다. 이 희곡을 쓴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는 주인공을 중년 남성으로 설정했지만, 22세의 브란도를 만난 자리에서 그를 주연 배우로 선택하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여주인공 블랜치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원작의 분위기가 바뀌며 남자주인공 스탠리 쪽에 무게가 실린 작품으로 변했다.

문제는 브란도가 스텔라 애들러에게 배운 새로운 연기 스타일이 함께 무대에 선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방해했다는 데 있다. 배우는 혼자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상대방과 주고받는 대사에서 분명한 리듬을 정해둬야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는데, 브란도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공연마다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바람에 본인의 연기만 돋보이고, 무대에서 대화해야 하는 상대 배우는 당황하는 일이 많았다. 결국 연극 배우의 실력은 관객들에게는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이게 하되, 실제로는 꾸준한 리듬을 만들어서 상대역이 함께 연기할 공간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 하지만 브란도는 자기 기분에 따라 타이밍을 바꾸면서 갈채를 받았지만 동료 배우들에게는 이기적인 연기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